최고 점수 맞을라고 하지 마세요
시골에 살아 행복한 의사 이야기
안성의료협동조합에는 의료기관과 재가장기요양기관, 요양보호사 교육원이 있다. 그중 재가장기요양기관에 1년여 전에 28세의 사회복지사가 들어와서 기관장을 하게 되었다. 요양보호사들은 나이가 많은 편이라 젊은 나이에 쉽지 않았을 텐데 일도 잘하고 성격도 좋아 별문제 없이 잘 해내어 칭찬을 많이 받았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3년에 한 번 재가장기요양기관에 대한 평가를 한다. 공단에 제시한 기준들에 부합하게 잘 경영했는지 점검을 하는 거다. 합리적인 항목도 있고 형식적인 항목도 있어서 평가만을 기준으로 일을 잘했다고만은 볼 수 없지만 나이 어린 신참에게는 보통 부담스러운 게 아닐 게다. 그것도 날짜 얼마 안 남기고 통보를 하니 그 많은 서류들을 준비하기도 벅차고 미리 준비해 놓는다고 해도 빠지는 서류가 있기 마련이다. 드디어 열흘 후에 평가를 한다는 공문이 왔다. 재가장기요양기관이 소속된 3동 지점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다들 격려한다. 열심히 해라 힘내라 축하한다고 농까지. 여기에 3동 담당 이사인 유경선 이사가 하시는 말씀.
"최고 점수 맞을라고 하지 마셔요. 허가취소만 안되면 됨"
노련한 전임자가 했을 때보다 나쁘게 나오면 어쩌나, 안성의료협동조합이 가지는 공신력이 있는데 혹시나 실수가 있으면 어쩌나, 조합 얼굴에 먹칠을 하지는 않을까 별별 걱정이 다 들어 덜덜 떨고 있는 실무자는 이 말 한마디로 긴장이 한순간에 풀렸다. “저번보다 등급 낮게 나오면 알아서 해라.”라고 말할 수도 있었겠지만 성과로만 따진다 해도 더 나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모든 이사님들이 다 그렇지는 않지만 유경선 이사님은 항상 그랬다. 실무자의 의견을 최대로 존중해주고 한 번도 트집 잡거나 뭐라 하는 일이 없으면서 필요할 때는 온몸을 바쳐 방패막이가 되어주셨다. 그러면 실무자들은 스스로를 더 점검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게 되곤 했다.
사람을 존중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인사관리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