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꺼실이 Oct 08. 2020

오늘 운수 대통이네

시골에 살아 행복한 의사 이야기

“오늘 운수 대통이네, 권 원장을 만났으니.”
신협 회의실에서 듣고 싶은 강의가 있어 가던 참이었다. 현재 신협 이사장이신 송창호 씨다. 과장된 표현이라는 걸 알지만 이런 말을 듣고 신이 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안성의료협동조합 2대 이사장을 지낸 이 분은 한 사람 한 사람을 이렇게 소중하게 여긴다.

 이 분이 이사장을 맡게 된 때는 의료협동조합이 모래성 같던 시절이었다. 젊은이들의 혈기로 어찌어찌 만들어 놓긴 했지만 어느 순간 ‘나 안 할래’하고 돌아서버리면 그대로 무너질 것만 같은. 그런데 이 분이 이사장을 맡으면서 모래성은 벽돌로 쌓은 성이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탄탄하게 기초가 다져지고 협동조합의 원칙들을 하나하나 구현해 나갔다. 하나하나 깊이 생각하고 실천하시기에 연합회에서도 강의를 많이 하였다. 그럼에도 항상 말씀하시기를 의료협동조합에서 민주주의를 제대로 배웠다고 자랑하고 다닌다. 안성에 그렇게 조합원이 참여하는 협동조합이 또 생겼으면 좋겠다며 신협 이사장이 되었다. 그곳에서도 놀라운 속도로 소모임을 많이 만들어 조합원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모래를 벽돌로 만드는 송창호 이사장의 힘은 ‘사람’이다. 직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매일 저녁 수십 명의 조합원에게 전화를 돌리기도 하였다. 십 년이 넘게 하던 댄스 소모임에서는 늘 먹을 것을 나누었다. 원칙을 지키기 위해 늘 날이 서있던 직원들이 있었다. 공격도 당했을 것이고 쉽지 않은 상대임에도 늘 “김** 박** 이 있어 의료생협이 살아 있다”라고 하였다.

 언젠가는 신부가 되기 위해 들어갔던 신학교 얘기를 하셨다. 어려서 신부님이 오시면 평소에 못 먹던 계란 프라이를 해드리곤 하는 걸 보고 신부가 되겠다고 생각했고 부모님도 좋아하셔서 중학교 과정을 신학교로 들어갔다. 그런데 분위기가 좀 억압적이고 내용보다 형식적인 것에 치우치곤 했다 한다. “아, 좀 그랬네요. 그래서 그만두셨어요?” 하니 우리 모두를 빵 터지게 했던 말씀. “아니요. 이성 때문이지요. 그 피 끓는 나이에 그렇게 갇혀 지내는 게 말이 되나요?” 새로 오신 이사장님이라고 긴장하며 대하던 우리들을 완전 무장해제시키던 말씀이었다.

 신학교를 그만두고 수의과에 진학하여 안성에서 동물병원을 열고 든든한 신뢰를 받는 수의사로 오래 활동을 했다. 축산의 메카라고도 할 수 있는 안성에서의 수의사는 농장을 찾아다니며 소와 돼지의 병을 치료해 주는 일이었다. 이사장님으로 모시기 위해 실무자 몇 사람이 찾아가겠다고 연락을 드렸을 때 속으로 ‘무슨 일이지? 의료사고가 났나?’ 하셨다 한다. 어떻게든 도와줘야지 했을 그 마음이 고맙고, 초창기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거, 급여 한 푼 없다는 것도 뻔히 알면서 수락을 해주신 마음이 아직도 참 고맙다.
 

이전 16화 최고 점수 맞을라고 하지 마세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