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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꺼실이 Oct 27. 2020

부모님 간병에서 부이사장까지

시골에 살아 행복한 의사 이야기

뭐든지 잘하시는 이용자 이사님이 켈리그라피를 배우시더니 하나 써서 선물하고 싶다 하시길래 일본 ‘미나미 의료생협’의 모토라는 ‘모두 달라 모두 좋아’를 써 달라고 하였다. ‘아름다운 글씨체’라는 뜻을 가진 켈리그라피로 본인의 마음을 표현하는 게 너무 좋아 푸욱 빠지신 이사님은 ‘아! 그거 좋아요’ 하시더니 이렇게 멋지게 써오셨다.

  

 어려서 배움의 기회가 없어 교육을 얼마 받지 못했지만 50이 넘어서도 공부를 하고 싶어 도전하였다. 검정고시에 합격하더니 그에 그치지 않고 사회복지사 자격까지 취득을 하였다.  도시인들처럼 학교를 다니지 못했어도 의료 사협이 하려고 하는 일을 가장 정확히 알고 중심을 잡는 분이다.

     

 이 분과의 인연은 가정간호로부터 시작되었다. 시부모님이 차례로 쓰러지셔서 두 분의 병구완을  만 15년간 했다. 진작부터 방문의료를 하였고 누구보다 먼저 가정간호를 시작하면서 이 분의 집에 주기적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요즘처럼 요양병원도, 주간보호도 없고 간병은 오로지 가족의 몫, 그중에서도 여성의 몫이던 시절이었다. 한 분도 아니고 두 분을 간병하려니 오죽했으랴. 만나기만 하면 눈물을 보이셨고 본인도 당뇨병이 있었지만 자신의 몸을 전혀 돌보지 못했다.

     

 15년의 세월이 지나 시부모님 두 분을 보내드리고 난 뒤 안성의료협동조합의 대의원이 되었고 점차 의료협동조합의 도움을 받던 입장에서 다른 사람을 돕는 입장으로 바뀌면서 의료협동조합의 주요 리더십이 되어갔다. 마침내 부이사장을 맡게 된 이 분은 당시 우리동네의원이 이전하고 성장해나가는 과정에 큰 역할을 하고 CEO 못지않은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요즘은 9층짜리 안성의료협동조합의 사옥을 짓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적은 금액을 꾸준히 출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만원의 행복’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돈 내라는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것은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출자금으로 쌓이는 것이라며 오늘도 함박웃음을 담고 사람들을 만나러 다닌다.

     

의료협동조합을 하면 이런  멋진 분들을 만날 수 있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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