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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꺼실이 Oct 07. 2020

내 속은 끓고 있었는데...

시골에 살아 행복한 의사 이야기



 내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상임이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직원이 40-50명 정도 될 때였는데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당시 안성의료협동조합에는 의원 2 한의원 1 치과 1 가정간호사업소 등의 기관이 있었는데 한의원의 순이익이 제일 많았다. 그러다 보니 조무사들도 노동강도가 높아 불만이 많고 한의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자리는 당시 이사장을 지내던 이정찬 씨와 한의원 원장과 함께 식사를 하던 자리였다. 한의사 친구가 얘기를 하던 중 “그럼 제가 나가서 안성에 개원을 해도 불만 없으시겠어요?” 했던 것이다.

 물론 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안 그래도 늘 경영이 어려운데 제일 인기 좋은 원장이 차로 5분이면 한 바퀴 다 도는 안성 시내에서 개원을 한다면 타격은 이만저만하지 않을 것이었다. 나는 속을 끓이고 있는데 그때 이정찬 이사장님은 의외로 쿨하게 “그러면 안성에 의료협동조합처럼 진료하는 의료기관이 하나 더 생기는 거잖아요. 안성 시민들한테는 좋은 일이지요” 하셨다. 어떻게 보면 의료협동조합 안에 사고를 가두지 않고 안성 전체의 유익을 구하는, 그러면서 상임이사도 한의사도 할 말이 없어지게 만드는 ‘통 큰’ 말씀이었다. 그 한의사는 그로부터 몇 년 뒤에 퇴임하기는 했지만 다른 지역으로 가서 개원을 했다.

 이정찬 이사장님은 경영능력도 탁월했다. 이것저것 확장을 하면서 자리가 잘 잡히지 않아 힘들던 시기에 고생도 많이 하면서도 의료협동조합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만들어서 했다. 안성에서 태어나 돼지농장을 크게 하여 성공한 기업인이 되었으나 항상 주변과 나누는 모습이었다. 같이 길을 걸어가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곤 했는데 그 사람들이 쳐다보는 눈초리를 보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그 눈초리가 뭘까 궁금하다면 안성에 와서 함께 걸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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