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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꺼실이 Sep 26. 2020

아니 그걸 천 원에 팔면 어떻게 해요

시골에 살아 행복한 의사 이야기

안성두레생협에서는 봄가을마다 한 달에 한 번씩 두레 장터를 연다.

조합원들이 농사지은 것, 요리한 것, 손으로 만든 공예품 등등을 가지고 나와서 팔고 교류하는 행사다.

 어느 날 농사짓는 분이 단호박을 들고 나와 천 원에 판매하는데 괜히 화가 났다. “아니 그걸 천 원만 받으면 어떻게 해요?”하고 따졌다. 왜냐면 그 당시 내가 단호박을 몇 포기 심었는데 잘 열리지가 않아 겨우 살아남은 한두 개의 열매를 조금만 더 크라고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정성, 그 마음이 어찌 단돈 천 원으로 바꿀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분은 풍작이었고 그래도 착한 값에 내놓았던 거지만 나의 농사 수준을 잘 아는 분이라 씩 웃기만 했다.

    

 진료실에 농산물을 들고 와서 주시는 분이 종종 있다. 시장에 나가서 사면 얼마 안 되는 것들일 수 있지만 거기에 깃들인 그분의 정성과 마음을 너무도 잘 알기에 “아니, 이 소중한 것을..” 하고 넙죽 받는다. 사실 너무 좋아하면 안 될 것 같은데 말이다. 하지만 나도 농사지은 것 아무한테나 안 준다. 정말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준다. 내가 먹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농사는 나눔의 동기를 자극한다. 물론 생업이 아니니 할 수 있는 말이다.

     

 자식을 키워보고서야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줄 깨닫지 않았는가. 농사를 지어보니 화폐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농산물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인생의 중요한 보물 같은 경험이다.  안성이라는, 생명이 살아 숨 쉬는 농촌도시에서 의료협동조합을 한 덕이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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