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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 Sep 20. 2023

끝까지 잘 지내보자

내 몸에게

낯선 통증이 얼굴에서 느껴졌다. 정확히 말하면 턱과 잇몸, 혀가 뻐근하고 쑤셨다. 잠결에 오른쪽 턱을 만지니 어라, 방울토마토 같은 알이 만져졌다. 순간 잠이 확 깨서 욕실에 달려가 거울을 보았다. 입을 벌렸다 다물었다 할 때마다 동그란 멍울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움직일 때마다 그 언저리가 아팠다. 아무래도 걷기 말고는 운동도 몇 달 쉬었고 신경쓰는 일이 있어 요며칠 잠을 못 자서 면역력이 떨어졌나 싶었다.


어느 병원을 가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어서 손가락을 놀리며 검색한 후 이비인후과로 결정했다. 치과도 고려 대상이었는데 가까운 치과는 예약제라 이비인후과에 가서 아니라면 다시 예약 전화를 해봐야겠다 싶었다.


"턱에서 혀로 이어진 근육이 있는데 이게 생김새가 좀 복잡합니다. 근막 쪽으로 염증이 생긴 건데 이게 심해지면 혀가 말려들어가 호흡이 힘들어지는 경우도 있어요. 아... 심각한 건 아니고요. 하하. 항생제를 증상에 비해 강하게 처방할 테니 삼일 정도 드셔보세요."


친절하고 상냥해서 인근 소아과보다 어린이 손님이 많아 대기가 1시간 이상인 이곳의 의사 선생님은 안심을 시키는지 겁을 주는지 모르게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다행히 멍울은 하루 만에 들어가고 통증도 이틀이 지나자 괜찮아졌다. 나흘 치 약을 받아 왔으나 삼일 먹고 괜찮아지면 안 먹어도 된다고 했고 마침 주말이어서, 주말은 늘 고되기에, 게다가 비까지 와서 김치전을 부쳐 막걸리와 맥주를 마셨다.

다음날 아침, 다시 멍울이 잡혔다. 긴장하며 맥주 한 잔만 했다고 줄여 말했지만 친절한 의사 선생님은 뭐라 하진 않고 그럴 수 있다며 나흘 치 약을 또 처방했다.




감기도 잘 안 걸리고 입원하거나 크게 다친 적도 없어 건강을 염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몸을 달래 가며 건강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한다. 밤을 새워서 책을 읽거나 완결된 드라마의 한 시즌을 보거나 해도 진한 커피 한 잔이면 괜찮았는데 이젠 수면 시간이 늦어지면 다음날 머리가 지끈거리고 움직임이 둔해진다. 운동도 동작이 잘 된다고 욕심을 부리면 꼭 삐끗해서 며칠을 쉬게 된다.


출산의 흔적을 감출 수 없는 배와 혹시라도 미혼으로 오인할까 봐 뒤태마저도 튼실해지는 모습이 속상할 때도 있어 애를 쓴 적이 있다. 한껏 늘어진 자세로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가 입에 붙어 나의 지금을 부정하기도 했다. 지금은 옷맵시나 체중보다 숙면과 활력에 더 관심이 많다. 영양제 정보나 건강 뉴스에도 귀에 솔깃하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다음날 컨디션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 거창한 계획을 잡지 않아도 결국 하루를 충실하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평균 수명이 길어졌으니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불치병에 걸리지 않는다면 살아온 만큼 아니면 그 이상을 써야 하는 몸이다. SF 소설에서처럼 필요한 신체 일부분이나 장기를 교체해서 사용하게 될 시점은 요원하고 가능하다 치더라도 돈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니 이 몸이 무리 없이 최대 효율을 낼 수 있도록 소중히 여기고 가꾸며 써야겠다.

요가도 다시 등록하고 말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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