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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율 Feb 29. 2024

상추 키우기 칠전팔기

이번에는 성공하리라

지난 주말에 국민 가게 ㅇㅇ소에서 상추 씨앗을 사 왔다. 가격은 1,000원으로 가벼웠지만 마음만큼은 단단하고 무거웠다. 이번에는 기필코 상추 키우는 것을 성공시키리라! 나는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상추 키우는 것을 참으로 여러 번 시도했다. 몇년 전에 상추와 대파 씨앗을 사 와서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워보기도 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성공하지 못했다. 상추와 대파 둘 다 싹을 틔우는 데 성공했지만 크게 자라지 못했다. 대파는 어린잎부터 파의 형상을 보여서 참으로 신기했지만 그 파 한 잎이 꼿꼿하게 자라게 하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았다. 상추도 작은 크기까지는 자라서 더 크게 자라라고 속아주기도 했지만 결국 크게 자라지 못하고 시들어서 죽었다.


재작년이었던 것 같다. 밭은 경작하시는 친정부모님과 이 문제를 상의했더니 베란다에서 상추를 심을 때는 씨앗을 심지 말고 모종을 사서 심으라고 하셨다. 씨앗은 ㅇㅇ소 국민가게에서 1000알에 1000원이지만 모종은 한 개에 500원이나 했다. 하지만 큰 마음먹고 모종 6개를 3000원 주고 사 왔다. 화원 사장님께 여쭤보니 베란다에 심을 때는 계분(닭의 똥)을 섞어주어야 잘 자란다고 하셔서 3000원짜리 계분 한 봉지와 분갈이 용 흙 5000원어치도 사 왔다. 상추 6 포기를 잘 키워보기 위해 자그마치 11,000원을 투자한 것이다.


하지만 투자가 성공적이지 못했다. 분갈이 흙과 계분을 잘 섞어서 주고 볕이 잘 드는 베란다에 놓고 물도 잘 주었지만 상추는 잘 자라지 않았다. 결국 6 포기의 상추 모종을 심어서 상추 한 장도 먹어보지 못하고 모두 시들었다. 1,000원어치 상추를 11번 사 먹는 것이 나을 뻔했다. 그렇게 또 상추 키우는 것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나는 다시는 상추를 키우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러던 작년 겨울의 어느 날 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옆 동의 1층에 사는 어느 집 마당에 비닐하우스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우리 아파트에서는 1층에 사는 세대들에게 대략 3~4평쯤 되는 뒷마당이 제공된다.) 나는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추를 키우는 데는 햇빛도 중요하지만 온도도 중요하지 않을까? 베란다의 가장 밝은 곳에서 미니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온도를 높여서 키워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주말에 사 온 상추 씨앗을 드디어 심어 보기로 했다. 파종 시기는 3월로 나와 있었지만 테스트 겸 미리 심어 보기로 했다. 온도를 높여서 키우면 더 잘 자라는지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1000여 개의 씨앗 중 대략 20개의 씨앗의 싹을 틔워보기로 했다. 마트에서 사 온 두부가 담긴 플라스틱 용기에 화장솜을 3장 깔고 씨앗을 올려놓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물을 주되 씨앗이 둥둥 떠다닐 정도로 물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이 화장솜을 다 적시 되 잠겨서 올라오지 않을 정도로만 줘야 하고 절대로 물이 말라서는 안된다. (이 방법은 내가 예전에 영국에서 살았을 때 알고 지내던 영국 아저씨로부터 배운 것으로 아저씨께서는 해바라기 씨앗을 이 방법으로 발아하여 새싹을 잘 키우셨고 내게 새싹 하나를 주셔서 나는 해바라기 꽃으로까지 피워냈다.)


이 방법은 흙에 바로 심는 것보다 좋은 장점이 있다. 씨앗에서 싹이 나오는 과정을 매일 관찰 수 있고 발아하지 않는 씨앗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들에게도 무척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씨앗을 수중에서 키운 지 이틀 되었다. 작은 싹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앞으로 상추가 자라는 과정을 사진과 글로 업데이트하려고 한다. 상추 씨앗 봉투에 '실제 이미지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라고 써 있지만 그래도 나는 이 봉투에 있는 싱싱한 상추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려본다.

           두부 용기에서 발아하는 상추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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