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갑작스러운 개인 사정이 생겨서 연재를 하지 못했습니다. 글을 기다려주신 독자분들께 죄송합니다. 이번 글로 "베란다 정원이 주는 힐링" 연재북 연재를 마치고 다른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식물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식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처음에 씨앗을 뿌릴 때나 이파리 하나 또는 나뭇가지 하나를 삽목 하여 흙에 꾹 심어줄 때는 그것이 언제 자라나하는 아득한 생각이 들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나면 놀랍도록 성장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모습은 흡사 아이를 키우는 것과 잘 투자한 자산을 보는 것과도 비슷한 것 같다.)
15센티 길이의 율마 화분을 내 키만큼 키우고 산세베리아 새끼를 옮겨 심으면서 화분 하나를 6개로 늘리고 죽어가는 금전수를 살려내어 처음보다 두 배의 길이로 자라게 하면서 깨달을 수 있었다. 식물에게는 기다림이 필요하고 그 기다림은 반드시 보상을 준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식물에게 정성과 관심을 쏟아야 한다. 식물의 특성을 잘 알고 그에 맞게 햇빛과 물 주기를 조절해야 한다. 시든 가지나 잎은 잘라주는 것이 좋고 추운 계절에는 월동을 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하지만 식물이 사람에게 주는 보상은 식물에 쏟은 이런 정성과 관심 그리고 기다림에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크다.
그것은 식물을 키우면 공기정화에 도움이 되고 초록색을 오래 보면 시력에 도움이 된다는 이런 흔한 장점 이상의 보상이다. 긴 세월 동안 살아 있다는 것 자체의 기쁨은 물론이요 피고 지고 또 피고 계속 피워내는 꽃을 볼 때면 신비롭고 강인하면서도 놀라운 힘이 느껴진다. 식물의 종류마다 꽃의 모양과 잎 크기 꽃잎의 개수가 일정한 것을 볼 때면 자연의 놀라운 규칙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식물을 자세히 보면 초록색도 하나가 아니다. 피어난 지 오래된 잎은 초록색이고 갓 피어난 잎은 연두색이며 식물의 종류에 따라 물감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연한 노랑부터 진한 초록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색깔을 자랑한다. 이런 식물들이 햇빛을 받아 빛나는 모습을 보노라면 평온함과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
위 사진은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체험학습을 다녀오고 받아온 염좌 다육이이다. 당시에는 주먹만 한 크기의 화분에 염좌는 5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아주 작았다.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5년의 시간동안 염좌도 30센티 미터가 넘게 자랐다. 아이가 크는 동안 함께 자라온 염좌는 아이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 같아 더 애정이 간다.
시어머니가 주신 제라늄의 잎을 하나 따서 흙에 꽂아놓았더니 1년 후에 이렇게 큰 제라늄이 되었다. 꽃이 얼마나 예쁘고 화려한지 꽃대의 꽃이 모두 다 피면 마치 꽃다발 같다. 온도와 습도가 잘 맞으면 1년 내내 꽃을 볼 수 있다. 꽃대의 꽃이 모두 지고 나면 다른 꽃대가 올라와서 또 꽃을 가득 피운다.
식물에게 물을 주던 어느 날 재스민의 가지가 꺾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오른쪽 사진). 물을 주다가 호스에 잘못 걸려서 꺾인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가지를 잘라내야겠다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꺾인 가지 끝에 새 잎이 돋아나고 심지어 꽃봉오리까지 맺고 있었다. 신기하게만 생각하고 바쁜 일상에 아무런 조치도 해주지 않은 채 며칠이 지났는데 여전히 잎도 꽃봉오리도 싱싱하게 달려있었다. 꺾인 후 얇게 남아있는 가지의 줄기로 영양분을 계속 받고 있는 모양이었다. 식물의 생명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스스로를 돕는 식물에게 나도 작은 도움을 주고자 종이 반창고를 붙여주었다(왼쪽 사진). 꺾인 가지 끝 꽃봉오리에서 꽃을 피우는 날의 감격스러움을 기대해 본다.
식물에게서 많이 배운다. 조급하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 아파도 성장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내가 들인 노력의 몇 배의 보상이 내게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