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갖고 싶은 것이 있었어 3

'힘'에 대하여

by 아라

앞 글에서 계속


아이야.


엄마는 가짜 힘을 가지려고 했고 그 힘을 함부로 사용하기도 했어.

그런데 이건 결국 그 힘에 따르는 가치를 알기 전에는 힘을 쓰지 말라는 뜻이잖아.

엄마는 힘을 제대로 쓰기 위해 힘을 쓰지 않는 걸 먼저 배워야 했어.

엄마는 그걸 몰랐던 거야.


아이야.

그러면 진짜 힘은 대체 무엇일까?

엄마는 힘을 가질 수 있을까?


‘힘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 왔는데, 어떤 힘은 분명히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처럼 느껴졌어. 그래서 그것이 진짜 힘이라고 믿었었나 봐.


물리적인 힘이 진짜 힘일까?

물리적인 힘은 몸의 크기, 체력, 속도, 위압감 같은 것일 거야. 위험한 순간에 상대를 제압할 수 있고, 즉각적으로 상황을 멈추게 할 수 있는 힘이지. 이 힘은 아주 직접적이지. 상대를 두렵게 하고 굴복하게 할 수 있어. 엄마는 물리적 힘을 키우기에 한계를 느끼고 ’목소리‘를 키웠지. 그런데 물리적인 힘도 진짜 힘은 아니었어.


사회적 권력이 진짜 힘일까?

사회적 권력은 나이, 재산, 직위, 경력, 소속 같은 것이겠지. 이런 힘은 보통의 사회에서는 꽤나 크게 작동하고 있어. 말하지 않아도, 설명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쉽게 인정하고 태도를 바꾸더라. 그런데 이 힘도 진짜 힘은 아니었어. 늘 권력은 변화되고 영원하지 않더라고.


이 두 가지 힘의 공통점은 분명해.

이 두 가지 힘은 지금, 이 순간,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 그렇게 즉각적이지. 다만, 이 두 가지 힘은 오래가지 않아. 물리적 힘은 더 큰 힘 앞에서 무력해지고, 사회적 권력은 상황과 시기에 따라 변화하기 쉬워.

그래서 엄마는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을 거야. 아마 이것들은 진짜 힘이 아닌가 봐, 하고. 너무 빠르고, 너무 강해서 오히려 오래 남지 못하는 힘.


그래서일까.

전경들 앞에서 목소리를 키웠던 20대, 조용한 지점장에게 의문의 1패를 당했던 30대를 지나면서 엄마는 조금씩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어.

진짜 힘은 물리적인 힘도, 사회적인 권력도 아닐지 모른다는 것.


진짜 힘은 무엇일까.

엄마는 힘을 가질 수 있을까.

엄마의 첫 번째 결론은 누구나 힘을 갖고 있다는 거야.


《어스시의 마법사》의 더니가 그랬던 것처럼 자각하든 아니든 누구나 힘을 갖고 있다는 것. 다만 그것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고 써야 한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약해 보이는 자가 더 큰 힘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어.

그 힘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엄마가 한 가지 발견한 것이 있어.

엄마의 큰 목소리가 진짜 힘은 아니었지만,

엄마에게서 발견한 힘이 있어.


엄마가 20대에 수십 명의 전경이 있어도

나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두려움이 없었던 것처럼

물리적인 힘은 엄마가 최약체였겠지만

엄마는 결코 약하지 않았어.

어쩌면 전경 수십 명도 두렵지 않은

보이지 않는 더 큰 힘이 엄마에게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어.


다만, 그 당시에 그것이 엄마가 가진 진짜 힘에 가깝다는 사실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몰랐을 뿐이야. 그것이 진짜 힘이라고 이름 붙이지 못했을 뿐이야.


힘이 누구에게나 있다면 아이야.

힘은 발견하는 것에 가까울지도 몰라.

자기 안에 힘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


아이야.

엄마가 은행 지점장에게 큰 소리를 쳤지만 결국 ’졌다‘고 느꼈다고 했잖아.

엄마는 겨우 ’큰 목소리‘ 따위를 장착하고 갔지만, 그 분에게는 엄마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다른 힘이 있었어.


그 분에게는 침묵의 힘이 있었어. 모든 말에 반응하지 않을 수 있는 힘. 엄마의 말에 반응하지 않고 엄마의 태도가 이미 틀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하지 않기로 선택했지. 그 분에게는 물러날 힘도 있었어. 굳이 말싸움에서 이길 것이 아니라 엄마에게서 한 발 물러서야 한다는 것을 알고 물러섰지. 그 분에게는 판단의 힘이 있었어. 말싸움에서 이기지 않아도 되고, 엄마를 조용히 돌려보내는 것이 진짜 이기는 것이라는 걸 판단하고는 그대로 행한 거야.

그날, 엄마는 엄마가 생각하는 ’힘‘은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물리적 힘, 사회적 권력. 다 진짜 힘이 아니었어.

진짜 힘은 순간적인 것이 아니라 오래 가는 것이어야 했어.

진짜 힘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이었어.

진짜 힘은 시끄러운 것이 아니라 조용한 것이었어.

진짜 힘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태도’에 가까운 것이었어.


아이야.

엄마는 대체 어떻게 산 거니?

엄마는 너를 낳기 전 수많은 오류와 실수 속에서야 겨우 진짜 힘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었어.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너에게 더 부끄럽지만, 그래도 엄마는 출발점이 여기인 것 같아. 엄마가 엄마의 약함, 약점, 취약함 같은 것을 드러내는 것.


아이야.

브레네 브라운은 진짜 힘은 자기 자신의 취약함을 마주할 때 나온다고 말했어.

그는 우리가 취약함을 숨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마음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지를 말해. 강해 보이기 위해, 괜찮아 보이기 위해, 상처받지 않기 위해 쓰는 가면들(주)


엄마 역시 그 가면들을 써 왔다. 모르는 척하는 가면, 아무렇지 않은 가면, 이미 극복한 사람인 척하는 가면. 강한 척하는 가면.

그 가면들은 엄마를 보호해 주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엄마를 고립시켰어. 남들에게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으니까. 취약함을 숨길수록 관계는 가짜가 되었고, 스스로에게는 점점 더 엄격해졌어.


어느 순간, 그 지점장에게서 엄마가 ‘졌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엄마는 처음으로 방어하지 않고 인정하는 선택을 했던 것 같다.


“나는 약하구나.”

“나는 아무 것도 모르는구나.”


이 고백은 엄마를 약하게 만들지 않았어. 오히려 그 순간부터 엄마는 스스로를 속이지 않게 되었어. 타인을 이기지 않아도 되었어. 오히려 그럴 때 엄마 자신과는 같은 편이 되었어.


취약함은 약함이 아니라,

우리가 진실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척도다.

그것은 용기의 출생지다. (주)


브레네 브라운은

취약함이 곧 용기의 출생지래.

완벽해지려는 힘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드러날 수 있는 것이

진짜 힘이래.


엄마도 그것을 믿는다.

그래서 엄마의 취약함을 감추지 않으려고 해.


누군가 엄마를 비웃을 지도 몰라.

그래도 비평가가 되지 않고 경기장에서 기꺼이 엄마를 드러낼 거야. 루즈벨트의 연설 대목을 기억할 거야.


"비평하는 사람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강한 사람이 어떻게 넘어지는지, 행동하는 사람이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었는지 지적하는 사람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실제로 경기장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이며, 그의 얼굴은 먼지와 땀과 피로 더럽혀져 있습니다; 그는 용감하게 노력하고, 실수하며, 부족한 점도 드러낼 것이지만, 그는 진심으로, 헌신적으로 자신을 바칩니다.“


아이야.

너도 네 용기가 태어난 그곳,

너의 취약함으로 다가가 보기를.

취약함에서 너의 진짜 힘을 발견하기를 빈다.

진짜 힘은 취약함에서 태어난다는 것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글에 들러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새로운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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