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풍 Sep 06. 2022

등갈비 김치찌개-미역국 대신 생일상에

뜨끈하게 칼칼하게. 재료, 시간, 기다림이 다한다

등갈비 김치찌개. 김치찜(돼지등뼈 김치찜)

재료, 시간, 기다림이 다한다


어느 날 등갈비 김치찌개를 하게 됐어.

외할머니가 엄마에게 해주시던 음식은 아닌데 시작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데 TV에서 보고 따라 했던 거 같아. 

신김치를 되살려 해 먹기도 좋고

너희들 어릴 적 갈비 들고 뜯어먹기를 아주 좋아해서 자주 해 먹었어. 

나중에 외할머니가 오히려 가르쳐 달라고 하셨지. 

근데 이상하게 외할머니 김치보다 친할머니 김치로 해야 맛있는 거야. 

그래서 알게 되었지. 

김치 맛이 찌개 맛을 좌우한다는 걸. 

신김치조차도 말이야. 

요령껏 외할머니와 친할머니 김치를 적절히 섞어서 끓이니 맛있더라고. 


너희들 생일날이 되면 뭐 먹고 싶냐고 하면 소박한 너희들은 돼지 등갈비! 하고 외치곤 했지

생일상에 미역국보다 등갈비 김치찌개를 더 많이 해준 거 같다.

사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렇지 미역국보다 어려운 건 아니야.

이제 어른이 되면 너희들 생일날 한 번 해서 소중한 사람들을 초대해보는 건 어떨까?

무조건 성공이니까. 김치와 시간만 있다면

한 시간 걸리지만 항상 성공하는 등갈비 김치찌개


외할머니 무릎이 아프시면서 외할머니 도움 없이 엄마가 김치를 담게 되었는데 

외할머니와 친할머니 중간적인 맛이 났어.  

엄마는 두 집 김치를 다 좋아했어. 장단점이 달랐거든. 

경기도식 외할머니 김치는 깔끔하고 깨끗하고 아삭한 맛

전라도식 친할머니 김치는 영양 많고 진하고 깊고 구수한 맛

이 두 가지 맛을 적절히 섞인 맛이 엄마의 김치 맛이 된 거야.

그 김치로는 언제나 등갈비 김치찌개가 성공이야. 

혹시 다른 집에서 온 입에 안 맞는 김치가 있을 때는 

깨끗이 씻어서 배추만 넣고 김치 국물은 엄마가 담은 김치를 넣고 고춧가루를 넣으면 맛이 살더구나.


경기도식 김치만 넣으면 너무 심심한 맛이 나고

전라도식 김치만 넣으면 너무 진한 맛이 나고

그래서 적절히 섞어 끓여서 딱 맞는 맛을 찾게 되었어.

찌개를 끓이는 김치 맛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지. 그러면서 점점 김치 담그는 걸 공부하고 좋아하는 맛을 찾아 담게 되었지.


너희들이 좋아하고, 할머니 돌아가신 후 할아버지를 모실 때 

일 년 내내 일주일에 두 번씩은 끓여 먹었어.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엄마의 음식이었거든. 

언제나 질리지 않고 할아버지 이가 안 좋으신데 김치가 부드러워서 씹기 좋으시다면서.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아프고 슬프고 외로우신 할아버지께 아무것도 해드릴 게 없었는데 

그래도 좋아하시는 음식을 해드릴 수 있어서 참 다행이야. 

그래서일까 할머니 가셨을 때만큼 통곡하는 마음은 아니었지. 


그래서 알게 되었어. 

가는 사람도 남는 사람도 이 세상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걸. 

이 책을 쓰는 건 엄마도 언제가 될지 모를 떠날 날을 준비하는 거야. 

원 없이 하고 싶은 걸 하고 좋은 기억을 많이 남기는 게 편안하게 가는 길인 거 같다.

가는 엄마도 남는 너희들도 통곡하지 않았으면 해. 

소풍 끝내고 간 엄마와의 즐거운 날들을 추억하며 함께한 날들에 감사하며 떠나갈 수 있기를….


맛있는 김치로 할 때는 김치 국물을 듬뿍 넣어서 진하게 끓여도 좋고, 고춧가루도 파 마늘도 안 넣어도 돼. 엄마는 간단히 김치와 고기로만 할 때가 많아. 마지막에 파만 크게 썰어 넣고.

칼칼한 맛이 좋으면 고춧가루나 청양 고춧가루 좀 추가해도 되고. 

신김치로 할 때나 맛이 없다 싶는 김치로 할 때는 양념을 깨끗이 씻고 배추만 먹는 거야. 

김치가 별 맛이 없으니 양념을 새로 하는 느낌으로 고춧가루, 파, 마늘도 듬뿍 넣고 설탕, 간장을 살짝 넣어. 육수를 넣거나 육수 알갱이나 부직포육수를 넣으면 맛있는 맛을 낼 수 있겠지.


요리책을 보거나 요리사들이 설명하는 걸 간간이 들으며 응용하며 엄마도 알게 된 거야.

재료가 맛있으면 뭘 안 해도 그냥 맛있어.

재료가 다하는 거지. 

양념이 쉬어 버리거나 김치가 맛없으면 오히려 다 버리고 재료인 배추만 먹는 거야. 


요리도 사는 요령도 비슷한 거 같아. 

복잡할 땐 뭔지 모를 땐 그저 제일 중요한 재료가 되는 그것만 살리고 포기하는 것도 필요하더라. 

그러면 다시 새로운 맛이 되잖아. 

 

오래오래 푹 끓이면 새로운 맛이 되듯, 

재료와 시간 그리고 믿고 기다리는 것 그건 요리나 우리 사는 거나 같지. 

이것저것 다 가질 수 없을 때 있잖아. 

그저 제일 중요한 재료는 너희들 자신. 그 속에 든 마음, 소망 그런 게 아닐까? 자신에게 충실하면 다시 맛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가격을 싸게 돼지등뼈로 해도 좋아. 오히려 뜯어먹는 재미가 있기도 해

*돼지등뼈 김치찜: 절약왕

돼지갈비는 너무 고기가 적고 비싸. 적은 돈으로 실컷 고기를 뜯어먹고 싶을 때는 싸고 양도 많은 돼지등뼈가 좋아. 감자탕이 먹고 싶을 때 딱이야. 오천 원이면 냄비 한가득이고. 돼지갈비 김치찌개와 똑같이 끓이면 돼. 뼈 사이사이 고기 뜯어먹기를 너희들은 너무 좋아했단다. 절약하면서 맛있는 고기 듬뿍 뜯어먹고 싶을 땐 돼지등뼈야. 김치 넣기 싫으면 시래기, 우거지 등 많이 활용할 수 있더라. 김치 없이 감자 넣고 하면 감자탕. 하지만 엄마는 김치로 한 게 젤 맛있어서 주로 김치로 해 먹었어. 요건 꼭 한 번 끓여서 깨끗한 물에 씻어서 하는 게 좋아.

등갈비는 한번 삶아내어 깨끗이 씻어서 해도 돼고, 바쁘면 그대로 김치랑 같이 처음부터 끓여도 돼. 끓여서 헹구는 게 조금 더 깔끔한 맛이지만, 같이 끓여도 진하고 좋아.
센불로 한 10분 끓이다가 중불로 30분 약불로 20분 정도 대략 한시간은 걸려야 고기가 부드럽고 간이 잘 배여있더라. 쫀뜩하게 뜯어먹는게 좋으면 시간을 좀 줄이면 되고



맛있는 김치로 끓일 때

1. 돼지 등갈비 1팩 정도 

2. 끓는 물에 소금, 후추, 생강 넣고 5분 정도 삶아 찬물로 깨끗이 헹궈

3. 등갈비 아래 넣고, 김치 한 포기 정도를 덮고 물 넣고 끓여

4. 대파, 마늘 추가

5. 김치가 신 맛 날 때는 설탕 약간 추가


김치찜으로 하고 싶을 때

국물을 자작하게 졸여서 김치찜으로 하고 싶을 때는 국물을 좀 덜 넣고 졸이는 느낌으로 해주면 돼


신김치로 끓일 때

1. 똑같이 등갈비를 끓여서 씻어서 준비

2. 신김치를 양념을 다 씻어서 1~2포기 고기 위에 덮고

3. 다른 맛있는 김치의 국물은 넣고, 고춧가루 두세 숟가락, 설탕 추가

4. 파, 마늘 듬뿍 넣고 뚜껑 덮어서 40분 이상 끓이면 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