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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풍 Oct 17. 2023

소풍을 만드는 예술가(지금 내 소망 쓰기)

무작정 버킷리스트 100개 적기 2년째


오늘 괴산에서 돌아왔다. 

20년 동안 옆집 사시던 부모님이 갑자기 이사 가신 곳.

멀다고 멀미 난다고 막내가 투덜대자 둘째가 말한다.

“할머니 댁이 괴산으로 이사 갔다고 생각해. 할머니 댁 놀러 간다고”

어느 날 갑자기 부모님이 죽음을 맞았고 무덤으로 이사 가신 곳.

2년이 지나서야 아이들과 1박 여행을 하고 마지막으로 부모님 산소에 다녀온다. 처음으로 가벼운 마음이다. 지난 2년간은 무거운 몸과 마음으로 눈물만 흘렀었는데 이제야 가벼워진다.     


작년 2월, 버킷리스트 100개를 처음으로 적었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딱 1년 후 아버지가 가신 즈음이었다.

그 후 나는 리스트를 가끔 들춰보며, 한 것 못한 것을 맘속으로 점검하기도 한다. 그만큼 버킷리스트는 지금 나의 머릿속에 있는 중요한 단어이다.      

어머니가 갑자기 점심을 드시던 중, 그 자리에서 쓰러져 단 몇 분 만에 돌아가셨다. 그날 이후 우리 집은 쑥대밭이 되었다. 사는 건 전쟁터같이 정신이 없었다. 홀로 남으신 아버지, 옆집 살던 나는 갑작스러운 휴직을 하고, 우울과 외로움과 지병으로 힘들어하시는 아버지와 딱 1년을 살아내고, 아버지가 갑자기 또 가셨다.

누구나 겪는 부모의 죽음일 텐데 나는 왜 그리 힘들었을까? 

오래오래 생각했다.      


어머니는 늘 생기가 넘치고 하고 싶은 게 많은 분이었다. 지병 있는 아버지가 먼저 가시면 혼자서 살아가기 위해 운동하고 건강식 드시고, 친구도 잘 사귀고, 돈도 마련해 놓으셨다. 아버지는 ‘이제 나는 가도 된다’고 하셨다. 그런데 죽음은 순서가 없다. 살 준비만 되어있던 어머니는 가시고, 죽을 준비만 하시던 아버지는 홀로 남으셨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더 삶을 누리시지 못한 게 더 자유롭지 못한 게 한스러워 눈물이 나고, 아버지를 생각하면 자식들과 엄마를 위해 온 인생을 다하셨지만, 엄마를 자유롭게 못 해주신 아쉬움. 혼자 살 준비를 전혀 못 해 자식들을 힘들게 한 아쉬움에 마음이 복잡하다.   

   

나는 알았다. 죽음은 아주 가까이 있기에, 

삶은 바로 지금 누려야 하고 죽음은 오늘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부모님이 가시고 내게 주신 선물은 시간이었고, 그때 처음으로 한 게 버킷리스트를 적는 거였다.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실행해 가며 나는 나를 알게 되었다.

나는 시간과 공간과 돈의 자유를 늘 갈망하고 있었다는 걸

부모님이 가심으로 남은 삶은 더 자유로워졌다는 걸

이제 더 이상 누구의 인정도 책임도 아닌 나를 위해서 살고 싶다는 걸

나만의 공간을 꿈꾸어 내 집을 짓고, 내 정원을 가꾸고, 내 터전을 가꾸며 살고 싶어 한다는 걸

나를 알아가고 나를 표현할 수 있기에 나만의 글을 쓰고 싶어 한다는 걸

세상에 나를 표현하고 나와 공감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이 세상과 어우러져 살아가고 싶어 한다는 걸

몸의 자유로움을 원하여 땀 흘리며 운동하고, 몸을 단련하고 싶어 한다는 걸

배움의 시간을 원하여 맘껏 배우고 익히며 넓은 세상과 만나고 싶어 한다는 걸 

모험을 겪고 유명지를 돌아다니고 좋은 물건을 사는 여행보다는, 새로운 공간에서 조용히 쉬고 사색하고 산책하며 나에게 집중하면서 휴식과 영감을 주는 여행을 좋아한다는 걸

더 많은 것들을 모으고 늘리기보다는, 지금 가진 걸 정리하고 나누고 되돌아보며 되살리고 싶어 한다는 걸

내가 원하는 것들을 원 없이 하고 살고 나면 내가 간 후에 내 가족들은 아쉬움이 아닌 추억으로 나를 기억하리란 걸 오히려 더 자유롭고 가벼워지리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 마음을 정리하고 버킷리스트를 실행하며 이제는 아이들과 여행으로 부모님 산소에 다녀오며 가벼운 마음과 자유를 얻게 되면서, 삶과 죽음은 동시에 누림으로 준비하는 것임을, 부모님과의 시간을 기억하는 건 기쁨이란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원 없이 살기 위해 다음 주에 퇴직 신청서를 낸다. 미련도 아쉬움도 없다. 

알람이 아닌 해가 뜨니 일어난다. 

가족들이 아닌 내가 먹고픈 음식을 준비한다.

설레는 맘으로.      


‘오늘은 어떤 버킷리스트를 하나 빠갤까? 
어제는 괴산에 가서 가족사진을 원 없이 찍었는데.’     

‘이 세상 소풍 떠나는 날 기필코 아름다웠더라’라고 말하고 싶다. 천상병 시인처럼. 나는 내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예술가가 되고 싶다.      


나는 오늘 버킷리스트 100개를 새로 썼다. 

작년에 적은 리스트와 비교도 해보며, 달라진 내 마음과 계속되는 내 마음도 들여다본다. 

나의 마음을 다시 설레게 해 줄 것들이다.

내 삶의 크고 작은 반짝이는 순간들이 되어줄 것들이다.

삶을 누리며 죽음을 준비하는 순간들이 아닐까?          


2023.10.16. 버킷리스트 100

1. 조용한 숙소로 혼자서 여행 가기

2. 시골집 내가 원하는 스타일로 고치기-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기분 좋은 것들로만 고치기

3. 가족과 함께 조용한 시골로 4계절 여행 가기

4. 친구들과 숲스테이하기

5. 남편과 탁구대회 같이 나가기

6. 블루베리 나무를 아름다운 수형으로 키우기

7. 상록수 좋아하는 것 키우기

8. 내가 좋아하는 식물들로 정원 디자인하고 가꾸기

9. 나만의 글쓰기 방(작업실) 만들기

10. 오래된 집 고쳐서 내가 좋아하는 스테이 만들기

11. 탁구 백핸드 마스터하기

12. 딸 한 명씩과 함께 여행하기

13. 남편과 단둘이 여행하기

14. 친구들과 둘레길 두 시간 함께 걷기

15. 우리 집 마당에 나무 심고, 텃밭 정리하기. 걷는 길 만들기

16. 아버지집 수리해서 잘 활용하기

17. 좋은 정원카페 10 곳 탐방하기

18. 조용한 스테이 10곳 방문하기-월 1회 혼자서, 함께—후기 기록하기

19. 탁구 대회에서 우승하고 승급하기

20. 나만의 좋아하는 산책로 발견하기

21. 책 쓰기-일 년에 한 권(브런치북)

22. 주 2회 브런치에 글쓰기

23. 누군가에게 탁구 단체전 짝꿍해주고 우승하기

24. 나의 종이책 발행하기

25. 나의 강의소스 만들어 강의하기

26. 내 블로그 꾸미고 내용 채워가기

27. 아빠의 카메라로 멋진 사진 찍어 사진책 만들기

28. 나만의 가구 디자인하기

29. 내가 원하는 부엌 디자인하고 만들기

30. 내가 원하는 그릇 (나무, 도자기) 마련하고 평생 쓰기

31. 친구 초대해서 따뜻한 밥 해주기

32. 남편과 탁구여행 가기

33. 각 지역의 개성 있는 감성숙소 방문하고 방문기 쓰기

34. 건축탐구 집 시청하고 내 스타일의 집 모아놓기

35. 내가 좋아하는 집 사진 스크랩북 만들기

36. 영어로 자연스럽게 대화하기

37. 영여권으로 편하게 여행하기

38. 세계의 아름다운 집들 방문하기

39. 내가 키운 나무 팔아서 돈 벌기

40. 새로운 일 해서 돈 벌어보기

41. 내가 좋아하는 나무 발견하고 키우기

42. 내가 쓴 글들과 자료들 앱에 정리하기

43.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 하며 글쓰기(국내, 국외)

44. 옷장 정리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남기기

45. 부엌살림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남겨서 쓰기

46. 좋은 땅이나 집 사서 나의 터로 가꾸기

47. 좋아하는 책들 찾아서 책방 만들기

48. 좋아하는 이불 발견해서 좋아하는 이불만 덮기

49. 나만의 한복 만들기

50. 나만의 드레스 만들기

51.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옷 발견하고 마련하기

52. 별채 만들어서 친구 초대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기

53. 딸들에게 편지 쓰기

54. 유서 쓰고 유산상자에 넣기

55. 유산 상자 정리해서 내가 만드는 장례식 편지와 함께 넣어두기

56. 된장 고추장 담기

57. 세계의 아름다운 정원과 집 방문하기

58. 혼자서 살아보기(한 달 이상)

59. 새로운 곳에 가서 살아보기

60. 도서관 옆에 살아보기

61. 필라테스 100회 하고 프로필 사진 찍기

62. 나만의 플레이 리스트 만들기

63. 나만의 영화 리스트 만들기

64. 나만의 책 리스트 만들기

65. 나만의 드라마 리스트 만들기

66. 내가 묻힐 자리 마련하기(나무 아래. 나의 집 옆)

67. 멋진 나무 구해서 나만의 가구나 소품 만들기

68. 신혼여행처럼 부부여행 가기

69. 주제 정해서 인스타 하기-나의 나무 키우기 과정/나의 집수리 과정

70. 우리 가족 행복한 순간 사진첩 만들기

71. 나의 여행기 쓰기

72. 월세 1000만 원 만들기

73.4시간 일하고 4시간 쉬며 공부하기

74. 나의 장례식 구상하고 써놓기

75. 나의 행복했던 순간들 기록해 놓기-책으로 만들어 두기

76.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장소 찾기

77.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음식 찾기

78. 사진관에서 옷 예쁘게 입고 가족사진 찍기

79. 인생 네 컷 일 년에 한 번씩 가족과 찍기

80. 일상의 잡다한 일들 안 하고 일 년 살아보기

81. 대학 다시 다니기

82. 관심사 찾아서 새로운 것 배우기

83. 내 인생의 자료들 정리하고 강의자료로 만들기

84. 나의 가장 멋진 탁구 영상 찍어두기

85. 비즈니스석 타고 여행해 보기

86.3개 국어 하기-국어, 영어. 또 하나?

87. 친구들과 도보여행하기

88. 글쓰기 모임하기

89. 글쓰기 여행하기

90. 탁구 에세이 쓰기

91. 아이들에게 줄 액세서리 1개씩 마련하기

92. 모닝페이지 꾸준히 쓰고 정리하기

93. 글감 모으고 정리하기

94. 좋은 책 필사 1권 하기

95. 뜨개질 아나 재봉틀로 아이들과 내 옷 만들기

96. 아이들이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선물하기

97. 남편에게 1년에 한 번씩 편지 써서 유산 상자에 넣기

98. 노트북 정리하기

99. 겨울 동안 도서관에서 시간 보내기

100.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기 좋은 숙소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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