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새벽마다 폭주하는 감성이란 놈

by 새벽뜰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은 많았다. 주어진 시간이 많아서 상황에 쫓길 일이 적었고 자연히 여유가 생기니 마음속에 여백도 잘 만들어졌다. 설령 약속이 생겨 평소 하던 사소한 행위들을 할 수 없을 때조차 , 예를 들면 저녁시간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보며 라디오를 듣는다거나 공상인지 상상인지 행복한 계획을 꾸미며 곧 다가 올 미래를 머릿속으로 하나하나 나열하며 엮어가 보는 일이라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그때는 타인에 의한 게 아닌 오롯이 스스로 생성한 에너지로 마음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30대 후반이 된 나이와 결혼과 육아와 내가 통제 불가능한 상황들의 연속에 묻히다 보니 완전 다른 색깔의 시간들이 나를 감쌌다. 나를 둘러싼 생소한 풍경들이 그 많던 시간들을 모두 앗아간 느낌이었다. 이 문장을 쓰고 가만히 보고 있으니 내가 너무 이기적인 사람이 된 것 같아 약간의 죄책감이 올라 오지만 간격을 두고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요즘 이것이 결코 나쁜 마음이 아니라는 것을 깊게 되새긴다. 서른일곱의 나이는 여자에게 정체성의 갈등을 겪게 하는 부분이 있고 결혼을 권장은 하지만 연애와는 다르다는 것은 확연한 사실이며 아기는 예쁘지만 육아는 힘든 것이다. 이렇게 명확한 사실과 근거가 있다 보니 더 이상은 이런 생각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는 않는다.









해가 꺼지고 달이 차는 시간이 오면 봉인된 마음들이 폭주하듯 터져 나온다. 어떤 밤은 주체가 안돼서 심호흡을 하고 어떤 밤은 설렘으로 온 마음을 단장하여 절제를 찾는다. 달빛에 지쳤던 하루가 정화되는 건지, 그저 달이 기우는 시간이 되면 허물을 벗는 느낌이 된다. 시간이 많을 땐 영역의 집중이 내게만 꽂혀 시야가 좁았다. 만기 된 적금통장처럼 시간을 쪼개어 쓰는 요즘의 나는 영역의 집중이 사방으로 퍼지고 있다. 그로 인해 확장된 시야를 확보는 하지만 점점 나를 잃어가는 느낌이 된다. 1%의 무게를 따져서 마음 기우는 쪽을 택하면 내게만 머물던 시간보다 현재의 시간이 나에겐 더 필요했던 거라고 믿는다. 모든 책임을 회피하려고 현재의 삶을 포기했더라면 서른일곱 살의 나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이렇게 , 별 헤듯 되뇌는 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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