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ODG를 구독하면 생기는 일
feat Timeless Slow
입양가족 이야기였다. 내가 ODG를 만나게 된 계기 말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사진을 돌려서 보여줬고 엄마와 아이가 함께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당연히 울컥하는 부분이 있었고 울컥하다 못해 울어버린 부분도 있었다. 유 퀴즈 온 더 블록과 함께 더 유명해졌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나는 그런 걸 잘 챙겨 보는 편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일부러는 더욱.
사람이 변하긴 하는지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위안을 준 채널이라 그런지 퍽 즐겨보게 됐다. 많은 스타가 출연해서 아이와 대화를 나눈다. 어른과 아이의 대화는 신선하다. 그리고 알게 된다. 나름대로 세상 앞에 때가 덜 묻게 살아왔다 믿었는데 그건 모두 거짓이고 착각일 뿐이었다는 걸.
'전 잘 웃거든요, 이유도 없이 그냥 웃을 때도 있어요. '
'아~ 그래?'
'연기하다 힘들어서 울부짖고 엄마한테 숨은 적도 있어요. '
'그래, 그것도 좋은 방법이다. 근데 나는 이제 그렇게 못해.
... 연기는 계속할 거야?'
'네'
'나는 언제까지 하면 좋을까?'
'원할 때까지요'
'현재의 내 세상'에서 값지게 얻어진 모든 것들은 내가 소중하게 느꼈던 옛적 그 무엇들을 잃고 얻어진 것 같다. 내 세상을 이루고 있는 지금의 것들 중, 사물과 사람과 환경 같은 것들은 이제 더 이상 옛적이라 불릴만한 게 없다. 환경도 좋아지고 성숙한 사람들이 많고 더 좋은 물건들이 곁을 지켜주고 있어도 나는 자주 옛적 것들이 그립다.
너무 많은걸 잊은 채로 살았다. 단편적으로는 순수함을 잃었고 마음에 간소함을 잃었다. 마음이 단순하지 못하고 점점 더 복잡해지는 , 나는 정말 어른이 되었나 보다.
처음으로 함께 작품을 하게 됐던 연출님은 내게 그런 말씀을 하셨다. '너 원래 그렇게 잘 웃어?' 솔직히 그 말이 갖는 의미가 헷갈렸다. 그래서 나는 '네, 잘 웃어요. 그럼 안돼요?'라고 물었었다. 커피를 마시다 말고 나를 보던 연출님은 '아니, 잘 웃는 게 보기 좋아서' 라며 웃곤 밖을 나가시는 거였다.
열일곱 살 소녀처럼, 낙엽 굴러가는 것만 봐도 웃던 나였다. 지금도 웃음에 인색한 편은 아니지만 그때처럼 웃고 싶을 때 마음껏 웃을 수가 없다. 순수하게 웃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면 그게 그렇게 서글펐다.
timeless slow 이 말을 오래도록 기억할 걸 그랬지. 추운 겨울 어느 날
영상은 최첨단인데 내용이 아날로그다. 음악은 듣지만 mp3 플레이어 또는 마이마이로 듣는 기분이랄까. 마음이 다시 어려져서 아이를 닮아가는 짧은 기쁨을 느낀다. 근데 유난히 옛적이 그리워져 짠내 나는 건, 시간이 벌써 새벽 2시를 넘어가고 있는 탓일까.
밑바닥 마음에 담긴 솔직한 이야기는 언제나 깊은 밤 달과 함께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