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싸운 뒤 찾아온 너무나 엉뚱한 행동

by 새벽뜰


이놈의 정리가 문제다. 불편함을 감수하는 나와 편리함을 지향하는 남자의 의견차로 인해 '또다시' 스파크가 튀었다. 게으른 나의 생각이 행동을 따라가지 못하는 일에 기인한 것이지만 뭐든 그렇듯이 다 나에게도 그만한 사정이란 게 있었다. 남자는 매번 이해는 한다면서도 관대함의 유효기간은 참 짧다. 널브러질 듯 한 무더위에 더 힘든 건 밖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나에겐 늘 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그의 마음을 헤아려주려 하는 나이지만 어젠 나도 한순간 이성의 끈이 풀어진 거다. 조율이 필요한 부분은 너무나 많지만 이 또한 마찬가지라 서로 한 발짝 물러나 사과로 마무르는 되었지만 옆에서 , 으르렁 아닌 드르렁 소리를 내며 잠이 든 남자의 머리를 세게 한 대 쥐어박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던 밤이다.

그렇게, 안정과 힐링을 위해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던 중에 후원이 필요한 아기에 관한 광고가 내 마음에 2차 지진을 불러왔다. 아무것도 모른 채 엄마를 부르는 아기와 이런 아기를 힘겹게 양육하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은 첫 장면부터 나를 울렸다. 확실히 나조차 유별나다 싶을 만큼 마음이 무너져 내리던 밤이었다. 아는 남자와 다툰 후, 세상 예쁘게 잘 자고 있던 내 아기의 중간에서 마음이 참 복잡해졌다. TV 속 아기는 내가 낳은 아기가 아닌데 왜 나는 죄책감이 드는 것이며 잘 자고 있는 진짜 내 아기에겐 더 애틋한 마음이 됐던 것인지. 열대야에 지친 몸처럼 널브러진 마음이 약해진 탓이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얼까를 생각하게 됐던 마음속 맥락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명 좋은 마음임에는 확실하지만 이것이 어디에 기인한 행동력인지 의문이 생겼다. 이럴 때면 심리학 전공자들이 약간 부러워진다.

그 아기에게 꽃 닮은 환경을 선물해 주고 싶어진 밤, 나는 그날 밤 도대체 무슨 일을 경험했던 걸까. 아무런 죄가 없는 아기가 마냥 건강히 행복하기만 하면 좋겠다 싶었던 밤. 세상 부족한 엄마가 세상 다 퍼줄 수도 있을 것 같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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