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군에 따라 다르지만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는 분야에 종사하다 보면 당연히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 셋만 모여도 비위 맞추기 힘든 경우가 있는데 그런 사람이 다섯, 열, 그 이상이 되면 인간관계의 신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다. 차라리 스무 명 이상이 될 때엔 자연스럽게 끼리끼리 모일 수 있지만 애매하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마음 맞는 사람들과만 지낸다는 게 쉽지가 않다. 예의에서 벗어나는 행동인 것 같고 관계 편식하는 자신이 너무 별나 보이기 때문이다.
고정관념이라는 건 색안경을 쓰게 해서 굉장히 위험하다. 저 사람 조심해야 된다거나 저 여자는 성격이 완전 상상 그 이상, 히스테리 범벅이야 라는 말이 특히 그렇다. 또래와는 대체적으로 잘 흡수하고 흡수되며 지냈지만 문제는 선배이고 선생님이라 불리는 사람들이었다. 정보가 없더라도 기가 세 보여서 억척스러워 보임과 동시에 말이 거칠어 상처 받겠다 하는 부류 말이다. 머피의 법칙처럼 '말이 많이 도는'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는 일이 꼭 생겼다. 내 상대가 되는 역할을 맡는다던가 나와 잘 지내야 하는 관계로 만나지는 역할이던가. 미리 겁먹고 주춤거릴 수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이 발동한 건 참 다행이었다.
책을 보는 시간이 부쩍 늘어나다 보니 사람에 관한 호기심이 고정관념을 이기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었다. 같이 연습을 하고 함께 밥을 먹고 회의를 하다 보면 자연히 그 사람의 스타일을 알게 되는데 많은 사람이 까다롭다, 성격이 불 같다, 하던 상대는 생각 외로 좋은 점이 많았고 무엇보다 나와 잘 맞는 구석이 많았다. 감성코드가 비슷하다는 것과 대화코드가 잘 맞는다는 건 참 대단한 접점이 생기는 일이니까 말이다. 그를 가만히 관찰하니 견적이 나왔다. 기브 앤 테이크, 강자에겐 강하고 약자에겐 약한 사람 정도로 설명이 됐다.
사실이다. 겪어 보지 않고선 그 사람을 알 수 없다. 남의 말 때문에 색안경을 써서 몰라본 사람이 있었다고 하자 알고 보니 너무 아깝지 않은가. 사람을 알아가는 게 어떤 때는 재밌다. 물론 에너지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지만.
보편적으로 좋다는 말을 듣는 사람이 꼭 나와 잘 맞으리란 법이 없듯이 예상외의 누군가가 나와 잘 맞을 수도 있는 법이다. 인간관계에서 섣부른 판단은 괜찮은 소통창구 하나가 닫히는 것과 비슷하다. 왜? 그들은 나와 다른 인격체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