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아주 깊은 낮과 밤

by 새벽뜰


하루는 24시간이고 어설픔으로 단장한 내 책임의 시간도 그와 비슷하게 돌아간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공평하게 배분된 것이 시간이라는데 나름대로 그 유일한 공평성을 잘 사용하고 있는 느낌이다.

아주 무더운 사막을 쉼 없이 걷던 낮과 무더위 속 소나기 지나간 자리처럼 제법 시원해져 편안해진 밤은 톱니바퀴처럼 돌고 돌아 언제나 처음처럼 찾아 오지만 늘 새롭고 신선하고 설렌다.

당신의 낮과 밤도 어이가 없을 정도로 힘들었을 것이고 그래서 당신의 밤도 한없이 편안할 것이다. 시간의 단점은 한정적이라는 것에 있고 그래서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도 예약된 시간처럼 빠르게 전개되어야 하는 시간인 것이 그저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그 시간이 너무나 좋아서 오늘처럼 서로의 귀한 시간을 쪼개어 대화를 할 때면 역시나 처음 만난 그날처럼 애틋해지는 것이다.

뻔한 이야기라 매번 같은 반응의 연속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저 그 자체가 좋은 것이지 하면서 서로의 손을 붙잡아 보는 것이다. 두 번의 낮잠을 자야 했지만 클수록 잠을 이겨내고 활동에 열심을 다하는 호기심 천국 우리 아기는 피곤한 탓에 일찌감치 잠이 들어 대화의 시간을 더 오래 갖도록 도와주었다. 이러니 벌써부터 효자라는 소리를 듣지 말이다.



우리의 모양은 밤에게 가리워졌다.





깊은 낮과 깊은 밤을 공유할 사람이 늘 곁에 있다는 것은 굉장히 위안이 되는 일이고 큰 힘이 되는 일이라는 걸 문득 다시 한번 느끼게 된 이유는 아마도 오늘 나의 24시간이 퍽이나 고되었던 탓인지도 모르겠다. 이 힘듦의 이유가 어느 누구의 탓도 아닌 모두 내 마음에 잠식되어 도사리고 있던 혼자만의 어둠에 잡아 먹힌 탓이란 사실을 알아서 더더욱 피곤했고 억울했던 것이다. 쓸데없이 생각이 많았던 것도 이렇게 가끔씩 불안을 집어먹고 미래를 염려하는 것도 내 못된 습관 탓이란 걸 매우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깊고 깊던 낮과 밤의 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피엔딩



결국 모든 건 원상 복귀되고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건 나의 불안과 염려의 시간들을 내가 이겨냈단 뜻이 된다.

거기엔 늘 당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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