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결혼의 발견 2

by 새벽뜰


연애와 결혼은 비슷한 구석이 있지만 다른 구석이 훨씬 더 많다. 연애는 그야말로 두 사람의 관계가 최우선이면 된다. 제2의 상황이나 제3 자의 개입은 불필요하다. 돌고 달아도 결국엔 '우리'만 잘 지내면 되는 것이다.

결혼이란 걸 하고 보니 옛말 틀린 것 없었고 어른들 말 틀린 게 없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더니 그 말은 사실이었고 전투하듯 싸워도 출출하면 '밥 먹을까? 뭐 시켜 먹을래?' 마치 싸운 적 없는 듯 다정하게 묻는 것이다. 서로의 대한 입장차를 가장 많이 고민하게 되면서 또 가장 많이 다툼을 유발하는 지점은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상황은 하나인데 경우의 수는 수개 또는 수십 개가 됐다. 나라면 이런 말을 했을 것인데 남편은 그런 말을 하고 그럴 수도 있다, 그럴 수는 없다는 식으로 팽팽한 의견차를 보이는 것이다. 치약 중간 부분부터 눌러썼다고 싸우는 일 따윈 전혀 없다. 수건을 같은 방향으로 개었다고 잔소리하는 일 따위도 없다. 지극히 철학적인 '다름의 받아들임' 이 항상 우리 부부의 애로사항이었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도무지 무시할 수 없는 목차라서 많은 고민을 했었다. 이 부분으로 몇 년간을 도돌이표 달고서 다투고 나니, 받아들여지지 않던 것들이 '차라리' 받아들여지게 됐다. 참, 희한한 현상이었다.




이렇게 치열해도 되나 싶을 만큼 영혼을 끌어당겨서 싸웠던 것 같다. 남는 건 피폐해진 마음과 늘어나는 흰머리뿐이란 걸 깨닫고 난 후, 두 손 꼭 맞잡고 서로를 좀 더 이해해보자 주문처럼 되뇌었던 것이다.

희한하게도 반복되는 일엔 항상 같은 답이 나왔다. 늘 다른 생각이 만들어지던 일에 반해 이건 항상 같은 답이 나왔다. 우리는 당연히 다르다는 것, 삼십 년이 넘는 시간을 완전히 다르게 살아온 우리라는 것, 받아들이러면 당연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과 우리는 싸우며 배우고 있다는 것. 아마도 나는 환상에 사로 잡혔던가 싶었다. 내 몸과 정신을 딱 반으로 나누어 나타난 사람이 남편인 것처럼 동화 같은 상상을 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안 싸우면 그게 이상한 거라고 하더니 우린 너무 괜찮아서 참 다행이지 않은가. 부부간의 조율과 발전은 커다란 행복과 한 가정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필수 불가결한 부분인가 보다.

하지만 결혼은, 연애보다, 어렵다. 아주 많은 부분이. 그런 덕에 훌쩍 어른이 되기도 한다. 육아와 병행하면 머지않아 보살이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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