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인간으로 다시 살아야겠다고 결심한 건 최근이다. 내 삶이 끝나버렸다고 생각한 지 10년이 훌쩍 지났다. 만약 그때 조금만 생각을 바꿨더라면 어땠을까. 직장을 그만두지 않았겠지, 전문적인 일을 포기하지도 않았겠지... 하지만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
걷기 UP 건강 UP은 복지관 운동 프로그램이다. 야외에서 빠른 속도로 걷는 법을 배웠다. 몸을 적극적으로 움직이자 소소한 일상의 기쁨이 되었다. 산을 걸으며 자연이 주는 혜택을 맘껏 누렸다. 전신에서 땀이 날 때만 기분이 좋아지는 건 왜 그럴까? 마치 땀방울로 모든 스트레스가 다 밖으로 분출된 것 같다. 호르몬의 작용이었는지 모른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기분이 저절로 좋아졌다는 걸 한참 지나서야 알아차렸다.
내가 요즘은 짜증 내지 않잖아? 매일 계속되던 우울감이 어떻게 사라진 건지 정말 궁금했다. 분명 자연 속에서 땀을 흠뻑 흘리며 운동하는 시간과 새로운 친구들과의 수다, 맛있는 음식 덕분이었을 것이다. 기분 좋은 날이 일주일에 사흘씩 계속되자 이런 좋은 순간을 왜 놓치고 살았을까, 지금부터라도 절대 수동적으로 살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 저절로 들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제 방법은 안다. 기분이 나쁘면 그냥 전신에서 땀이 흠뻑 쏟아질 때까지 운동을 하면 된다. 비타민C 한 알 먹고. 몸과 마음의 건강에 유익한 최고의 학습 하나를 꼽자면 걷기 UP 건강 UP 프로그램이다.
봄 바람을 맞으며 걷기를 시작했던 2021년을 어쩌면 평생 잊을 수도 없을 것 같다. 같은 동네에 10년 넘게 살았어도 제대로 벚꽃을 본 적이 없었다. 자전거를 타고 만났던 따스한 햇살과 봄 기운이 창연한 벚꽃길에서 내 인생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덤덤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길을 살짝 바꿔 공원으로 향한 산길을 걸을 때면 하루 하루 달라지는 초록 새싹을 볼 수 있었다. 말없이 걸어도 친해지고 싶다며 자꾸 자꾸 말을 걸어오는 이들이 있었다. 진달래가 이름 모를 야생화가 누가 볼세라 몰래몰래 피어났지만 하루 하루 숨박꼭질하듯 찾아낼 수 있었다. 비가 와도 좁은 산길을 우산을 쓰고 걸었다. 좋았다. 초록빛에 젖은 이 푸르른 날을, 설레는 기분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도록 누리고 싶었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잠깐 피하기 위해 공원 단상대도 좋았다. 거기서 걷고 런지와 스쿼드, 팔굽혀펴기를 하는 모든 순간 근육통을 만났지만 그건 즐거운 비명이었다. 몸 속 구석구석 쌓인 노폐물을 내뿜는 시원한 땀방울이었다. 온 몸을 적시는 땀방울이 한데 모였다 흩어지며 춤을 추는 음악 분수 같았다. 걷기 UP 건강 UP 하러 가는 길에 만났던 봄은 두 팔 벌려 반겨주는 어릴 적 소꿉놀이 친구 같았다. 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나를 마치 다 알고 있었다는 듯 살갑게 맞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