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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 연못

아리산 트래킹

by 조이스랑

아리산 트래킹의 대표적인 방문 스팟 자매 연못. 자오핑역에서 10분 남짓 걸으면 만날 수 있다던데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자매못 가는 길에 면웨선 이정표가 나왔다. 언젠가 한 번은 탐방로를 따라 걷고 싶은 곳 면웨션. 어제 운해속에서 한 없이 바라본 면웨선으로 향하는 산책로 입구를 서성인다.

왜, 거기 가게?

갈 수 없다는 걸 안다.

마음은 면웨선으로 발길은 자매못으로. 연못이라 부르기에는 볼품없이 작은 동생 연못. 약간 조금 큰 물덩이랄까. 전설에 의하면 동생이 빠져 죽었다는 데 죽을 수 있는 물이 아니다. 장화홍련전의 그런 연못이 아니다. 한 남자를 두고 두 자매가 사랑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데 사진을 찍을만큼은 아니었다. 작은 웅덩이 뒤로 난 나무 데크길를 따라 걸었다. 면웨선 어느 산책로에 다녀오는 건지 그쪽 트래일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여럿 보인다. 부러워도 오늘 내가 갈 수 없는 면웨선 탐방로를 쳐다본다.

큰 언니 연못은 제법 감상할 만한 사이프러스 나무 그림자를 비쳤다. 못 가장자리에 정자가 있어 거기 앉아 상념에 젖을 수 있다. 물 속에는 거대한 나무 그루터기가 빙둘러 정자를 떠받치고 있다. 정자로 향하는 나무 데크길 입구에는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한 번에 입장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이 적혀 있다. 한적한 정자에서 못을 바라보았다. 맑은 물만 그려낼 수 있는 투영이라 생각했는데, 가까이 쳐다본 물은 녹색이었다. 맑다고 할 수 없는 그 물에서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깨끗지 않게 보이지만 작은 고기가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연못이다.

맞은 편 연못에 비친 산 그림자를 한 여행객이 고요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조깅이라도 한 것인지 반바지 차림의 가벼운 복장이다. 그가 누리는 평화로운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 멀찌감치 떨어진 나무 의자에 앉았다. 좀 더 폭넓은 나무였다면, 자외선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거기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가야 할 길이 있고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고 어쩌다 함께 살게 된 남자의 체력이 신경 쓰여 반대편 여행객처럼 여유를 부릴 수 없다. 간편한 차림으로 울창한 숲길을 달려 시원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켜는 아침, 젊다면 여기 어디선가 일거리를 찾을 수 없을까, 도전할 수 있겠지. 두툼한 패딩에 배낭을 멘 나이 든 타국인, 중국어 한마디 할 수 없는 여자가 욕망을 일으키는 공상을 한다. 여기 사는 사람은 고즈넉한 이 아침이 일상이라 아무런 감흥이 없을까. 어제 그 방문자 센터의 직원처럼, 여행객들의 반복되는 똑같은 질문처럼 지겹기만 할까. 매일 어김없이 찾아오는 거라 대자연의 충만한 아름다움을 볼 수 없을까.

웅크린 나무들은 없다. 모두 쭉쭉 뻗어 하늘 향해 끝없이 내달려 간다. 인생이 커트당한 나무들은 기념비가 되었다. 거대한 그루터기들은 작은 미니어처 광부와 삼림원이 살아간 열악한 환경을 재현하고 있다. 일본 제국주의 아래 석탄을 채굴하거나 벌목한 나무를 운반하는, 당시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미니어처가 곳곳에서 얘기하고 있다. 우리 한때 여기서 이렇게 살았더라고. 누군가는 쓸쓸하고 혹독한 삶을 살았음이 분명한데, 이젠 관광상품으로 탈바꿈한 아리산 국가풍경구. 거대한 나무들과 함께한 사람들의 인생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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