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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월의 앤 Sep 02. 2020

#5. 칵테일 (Cocktail)

혼합주,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첫 만남.

스무 살의 여름. 내가 가깝게 지내던 태국 친구 눗(Teeranut Vanichayangkuranont이 본명인데, 태국 사람들은 긴 이름을 줄여 애칭을 부르곤 한다.)과 그녀의 하우스 메이트 누치(Uthaiwan Puangkicha)가 내게 그린커리를 만들어준다고 한 날, 그 날이 내가 칵테일이라는 존재와 처음 대면한 날이다.


내가 그 둘의 집 현관문을 열었을 때, 술 잘알못이었던 나를 단숨에 사로잡은 것은 그 둘의 유쾌함도, 침샘을 자극하는 그린커리도 아닌, 내 인생 최대의 술판이었다. 식탁에 놓인 술병들, 족히 15병은 되어 보이는 아름다운 병들이 마치 오브제처럼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고, 그 옆에 1회용 플라스틱 컵으로 쌓다 만 탑과, 스테인리스 쉐이커 그리고 얼음통이 있었다. 그 식탁에 놓인 병들은 쌈부카(Sambuca), 코안트로(Cointrea), 진(Gordon Gin), 보드카(Smirnoff Vodka), 베일리(Baileys), 스위트 베르무트(Sweet Vermouth), 드라이 베르무트(Dry Vermouth), 카시스(Cassis), 티아 마리아(Tia Maria) 등등등.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그 식탁을 뻘쭘하게 바라보며, 물을 마시고 있는데, 누치가 말을 걸었다.


아페리티프로 뭐 마실래?

음.. 레드와인?

레드와인은 밥 먹은 다음에 먹고, B52 어때?


그러자 누치는 소주잔보다 얄쌍하고 높이가 긴  두 개의 작은 잔을 찬장에서 꺼내더니, 술병 3개를 집어 들었다.

B52 (출처: Liquor.com)


나는 그렇게 베일리, 그랑 마니에르, 깔루아가 모래시계처럼 겹겹이 쌓인 B52를 난생처음 마셨다. 잠시 어색했던 그 순간을 1초 만에 풀어주는 기분 좋은 달콤함과 강렬한 끝 맛, 그렇게 B52는 뻣뻣한 나의 안면근육을 풀어주었다. 항상 화나 있는 듯한 나의 얼굴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 귀여운 한 잔이었다.


79년생인 누치는 태국에서 유명 일본계 광고홍보대행사인 덴스(Dentsu)에서 8년 넘게 일하다가 학업을 위해 영국으로 온 멋진 언니였다. 광고회사 특성상 제품 론칭 파티며 온갖 행사를 치르는 게 주 업무여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술을 접했고, 칵테일 제조하는 것이 취미라고 했다. 170cm 정도 되는 큰 키의 시원시원한 이목구비가 멀리에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그녀가 길고 가는 팔로 막히는 움직임 없이 칵테일을 제조하는 모습이 굉장히 멋있어 보였다. 물 흐르듯 거침이 없는 그녀의 손짓과 마치 무용 같은 팔의 움직임 그리고 캐스트 너츠와 같은 경쾌한 쉐이커의 리듬. 나는 그렇게 연신 칵테일을 제조하는 그녀의 모습에 현혹되었고, 이름도 모르는 형형색색의 칵테일들을 그린커리와 똠얌 수프보다 많이 먹었다. 그로 인한 결과는 녹다운, 그리고 내 인생 처음으로 필름이 끊긴 날.


그다음 날 아침, 일어나 눈을 떠 보니 나는 다행히 내 집에 돌아왔고, 사지도 멀쩡했다. 그런데, 창문은 열려있고, 8월이었지만 차디찬 찬 아침 공기가 윗 옷이 실종된 내 상체의 살갗을 스쳐댔다. 그리고 침대 아래를 보니 눗이 자고 있었다.

나는 놀랐지만 핑핑 도는 머리와 씨름하며 균형을 맞추려 애썼고, 머리와 몸의 균형이 맞춰지면, 울렁거려서 몸을 가누지 못했다. 내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눗이 일어났고, 졸린 눈을 살짝 뜨고 마치 생사를 확인하듯 나를 보더니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다시 눈을 감았다.


눗은 일어나자마자 나를 놀려대며, 그렇게 술을 잘 마시다가, 갑자기 나보고 집에 가자고 해서, 같이 집으로 가는데, 너 집에 오자마자 갑자기 토해서 당황했어.”라고 말했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돌아보니, 내 윗도리가 빨래통에 처참히 전사해 있었고, 내 베갯잇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혐오하는 분홍색으로 그것도 역겨운 얼룩으로 남아있었다. "필름이 끊긴다는 것은 이런 기분을 의미하는 것이군." 이란 찰나의 깨달음과 함께, 그렇게 칵테일은 내 인생 첫 숙취와 단기 기억 상실증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매우 이상하게도 그 날 이후 칵테일을 자주 찾게 되었다.


토요일 밤의 바텐더 (Saturday Bartender)

나는 대학시절 3년 내내 존 루이스(John Lewis)라는 영국의 대형 백화점 푸드코트(Place to Eat)에서 주 2회 아르바이트를 했다. 거기서 알게 된 친구 밀리(Millie) 소개로 2008년 여름방학 3개월 동안 The Bell Hotel Pub이란 곳에서 토요일 밤 8시부터 새벽 1시까지 파트타임으로 일한 적이 있다. 포르투갈 여행경비 마련을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The Bell Hotel, Norwich (출처: Trip Advisor)

첫 근무 바로 전 날, 누치가 속성으로 칵테일 과외를 해주었고, 기본 칵테일 5개(코스모폴리탄, 진토닉, 보트카 토닉, 마티니, 마르가리타)의 주재료와 배합을 익혔다. 어차피 그 바는 아저씨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서 칵테일보다는 생맥주 매상이 훨씬 좋은 곳이긴 했지만.


펍 매니저는 웬디라는 중년의 여성이었는데, 앞니가 토끼처럼 나와있고, 말끝마다 달링(Darling)을 붙이던 아줌마였다. 그 아줌마는 너무나 지극히 동양인인 내 모습에 좀 당황한 기색이었지만 - 노리치는 내가 살 때만 해도 동양인이 거의 없는 소도시였다 - 이내 만나서 반갑다며 통통한 손가락 끝만 살짝 내밀며 내게 간략한 악수를 청하고, 내게 색이 바랜 빨간색 앞치마를 건넸다. 근무 첫날 내 일은 예상과 달리 계산 담당.


문제는 이 계산이었다. 내가 워낙에 기계치에다가, 그 펍이 생각보다 커서 손님들이 계산할 때마다 계산대 앞에서 검지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며 버벅대는 바람에 계산 줄이 만만치 않게 밀렸다. 띨띨한 첫 근무 마감시간, 웬디 아줌마는 꼬질꼬질해진 지폐를 세며 “밀리친구면 바텐더야?”라고 내게 물었다. “바텐더는 아니고, 그냥 대학생이에요.”라고 말하자, “Oh that’s great (아 그렇구나! 정도로 해석)”이라며 응했지만, 그 숨은 의도란 마치 “하... 아무것도 모르는 애가 여길 온 거구만”이라는 실망감인 듯 보였다.


그리고 두 번째 토요일 밤. 웬디 아줌마가 오늘은 계산대에 있지 말고 바텐딩을 하라고 했다. 바텐딩용 데님 앞치마를 걸치고, 바 뒤에 서서 잔, 얼음, 라임과 레몬 웨지를 준비하면서 첫 한 시간을 보냈다. 저녁 9시가 되자 사람들이 몰려왔고, 진토닉, 코스모폴리탄, 기네스, 마티니 등등 빌지가 내 앞에 10초 단위로 쌓이듯 주문이 밀려왔다. 나는 역시나 한국인인지, 술마는 것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빨리 습득했고, 그날 획기적인 속도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술을 팔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펍은 칵테일 바도 아니어서, 탭 비어 주문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는 진토닉, 코스모폴리탄과 마르가리따가 많이 팔렸다.


나를 탐탁지 않게 여기던 웬디 아줌마도 그 날, 내게 "잘했어(Brilliant)"며 처음으로 미소를 건넸고, 팁 박스에 있는 돈 일부를 내게 주었다. 그렇게 나는 The Bell Hotel Pub 토요일 밤의 바텐더(Saturday Night Bartender)로 3개월을 버텼다. 물론 주말 밤 근무였기에 돈도 두둑이 벌었다.


그곳에서 나만의 비밀스러운 소소한 즐거움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 집 근처 이탈리안 식당인 피노키오 레스토랑(Pinocchio Restaurant)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던 어떤 남학생을 토요일 밤마다 보았다는 점.

귀밑 아래를 살짝 넘기는 제멋대로인 금발 머리와 만화경 같은 회색빛의 에메랄드 눈동자를 가진 그는 서빙 일이 끝나면 내가 일하던 펍으로 혼자 와서 보트카 토닉(Vodka Tonic) 한 잔을 주문하곤 했다. 아직도 기억나는 그의 옷차림새는 칼라 끝이 살짝 구부러진 흰색 와이셔와 양 팔꿈치가 올라가 있는 소매 깃, 그리고 검은색 바지와 흰색 가끔은 파란색 스니커즈.

그는 항상 마감 전 30분 전쯤에 펍에 들렸다. 매주 토요일 저녁 11시 30분, 나는 2008년 따사로운 노리치의 여름 3개월 동어린 왕자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려준 사막의 여우의 말처럼 그가 오기 30분 전부터 고단함이 슬슬 사라지면서 기대감에 들뜨곤 했다.


"Hi. One Vodka Tonic Please (보드카 토닉 한잔이요)."

그가 내게 토요일 밤마다 건넨 저 한마디. 그야말로 완벽한 발음, 멋진 억양, 그리고 동화 같은 얼굴.

나는 항상 미소로 화답하며, 가장 많은 정성을 기울여 보드카 토닉을 만들었다. 얼음은 적게, 스미노프 보드카(Smirnoff)는 정량인 60ml보다 조금 더 많은 65ml, 그리고 피버트리(fevertree)토닉은 사이드로 건넸다.


우리는 그렇게 내가 일하던 펍과, 그가 일하던 레스토랑, 그리고 우리 학교에서 자주 마주쳤다. 내 기억에는 피노키오 보이로 남아있는 그 소년, 그는 나를 어렴풋이나마 기억할까?


칵테일, 너 도대체 정체가 뭐냐?

나는 그렇게 3개월간 생초짜 아마추어 바텐더로 일하면서 칵테일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리고 누가 한국 사람 아니랄까 봐 술을 좋아하기도 하고, 술로 인한 관계의 시작, 사랑, 그리고 이별도 경험했다.


나는 전문 바텐더도 아니며 그렇다고 F&B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도 아닌 그저 미천하고 고리타분한 회사원에 불과하다. 솔직히 내 브런치를 보며 어이없어할 전문 바텐더분들도 있을 거라 본다. 하지만 일반인인 나도 취미생활 하나쯤은 세련된 무언가를 하나쯤 가지고 싶었고, 퇴근 후 내가 자주 들리는 멋진 바, 바 테이블에 앉아 칵테일을 마시거나 집에서 칵테일을 만들어 마시는게 나도 모르게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었다.

나의 오전과 오후는 사회의 요구와 합의한 대로 돈 주는 학교에서 회사생활이라는 것을 나름 성실히 한다. 하지만 내가 이 회사생활이라는 것만 하면 나 자신이 언젠가는 완전히 소멸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그 외 시간에는 그게 무엇이 되었든 내가 원하는 것을 해야만 해야 할 것 같은 절실함으로 인해 손님은 단 한 명 밖에 없는 나의 어설픈 홈바에서 칵테일을 만들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다. 나름 꽤 오랫동안 말이다.


칵테일이란 간단히 말해 ‘혼합 술’인데, '칵테일(cocktail)'이란 어원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쟁의 소지가 있다. 우선 칵테일이란 말 자체는 영어이며, 문자 그대로를 분해하자면 수탉(cock)과 꼬리(tail)의 합성어. 혼합주랑 수탉의 꼬리가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으나, 1800년대 초 칵테일의 시초인 혼합주를 보고 그 모습이 마치 수탉의 꼬리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만 기록이 사실상 없다.  


문헌 기록으로 찾아보니, 이 단어는 1806년 5월 13일 자 뉴욕에서 발행된 "Balance and Columbian Repository"란 정기간행물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 간행물의 편집장이 선거 결과를 ‘칵테일'에 비유해 헤드라인을 기사를 냈더니 이 기사를 본 구독자가 편집장에게 '당신이 말한 칵테일이란 술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이냐'며, 설명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냈고, 이에 대한 편집장의 답변은 아래와 같다.


"호기심 천국인 구독자의 만족을 위해 설명하건대
칵테일이란 독주(spirits), 설탕, 물, 착향제(着香劑)(bitters, 일종의 향수와 같은 기능을 지닌 액체로 이 것 또한 주재료가 술)로 구성된 자극적인(stimulating) 독주(liquors, 또는 혼합 주)이며, 무식하게 말하자면 쓰디쓴 슬링(Sling, 위스키나 브랜디에 과즙을 첨가한 음료)이라고 볼 수 있다.


칵테일이란 것은 모름지기 마음을 강하고 단단하게 만들기에 완벽한(excellent) 선거운동 시약(potion)이라고 볼 수 있으며, 술을 취하게 하여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그리고 특히 민주당 후보자에게 어울린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칵테일 잔을 원샷한 자라면 그 어떤 것도 단숨이 들이킬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다 (굳이 해석하자면 용기 있는 자)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칵테일의 대부, 데이비드 엠버리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2. Bee's Knees 편에서도 잠깐 소개된 적 있는 데이비드 엠버리(David Embury)라는 미국의 변호사이자 칵테일 전문가가 1948년에 출간한 ‘혼합주의 미술(The Fine Art of Mixing Drinks)’에서 칵테일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의하였다.  

David Embury (출처: The Daily Beast)

반드시 고품질의 증류주를 사용할 것

과다한 첨가제 사용을 삼가고 식욕을 돋구어야 할 것

충분한 알코올 맛으로 드라이함이 있어야 하며 미각에 부드러움과 즐거움을 선사할 것

시각적 아름다움을 갖춰야 할 것

차가워야 할 것  


그는 칵테일 재료를 3가지로 분류하였는데, 바로 기본 술(Base, 럼, 진, 위스키와 같은 독주로 얼음을 넣기 전 전체 칵테일의 양에서 75% 이상 차지), 완화제(Modifying Agent, 독주의 쓴맛을 상쇄시키는 맛이 들어간 첨가 술로 베르무스와 같은 와인, 비터스, 과일주, 리큐어, 설탕, 계란, 크림 등), 마지막으로 특별한 맛 또는 색깔을 담당하는 요소(Colouring Agent, 리큐어, 코디얼스(cordials-단맛이 다는 술 또는 시럽류의 액체), 비터스, 시럽)가 있다고 설명했다.  


엠버리가 정리한 칵테일의 개념들은 아직까지도 유용하다. 칵테일 잘알못도 그의 심플한 분류법을 이해한다면, 뭐가 뭔지는 잘 몰라도 대충 어떤 맛일 것 같다는 예상할 수 있으리라 본다.


나는 개인적으로 칵테일은 다른 주종과 달리 누구나 포용할 수 있는 술이라고 생각한다. 와인, 맥주, 소주, 막걸리, 위스키처럼 술 자체를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주종들은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이라면 즐기기 어려울 수 있다. 나의 경우, 개인적으로 맥주는 마시지 않는데, 우선 홉(hop) 소화가 어려운 위장을 가졌고, '청량하고 부드러운 목 넘김'을 방해하는 탄산감을 좋아하지 않는다. 와인은 개인적으로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서 생산되는 끼안띠 와인(Chianti)을 좋아하는데, 와인 역시 그냥 마시기엔 밋밋해서 초콜릿이나 치즈를 잔뜩 먹는 우를 범하기도 하고, 가끔 잘못 보관된 와인이나 불량을 마시면 그다음 날을 달력에서 지우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운 숙취가 뒤따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소주는 반박의 이유 없이 그냥 좋다. (나는 가끔 소주를 보드카 대용으로 사용해서 칵테일을 만드는데, 코스모폴리탄에 보드카 대신 소주를 넣으면 알싸함이 배가 되고 혀에 착 감기는 질감을 느낄 수 있다.)


맥주, 와인과 다른 이 칵테일이란 녀석은 기분에 따라 때로는 강한 녀석을 때로는 가벼운 녀석을 즐길 수 있다. 마치 왠지 모르게 허전한 당신을 빛나게 해 줄 장신구처럼. 그리고 싫증을 잘 느끼는 나라는 인간에게 항상 새로움을 선사하는 술이다.   


내가 칵테일을 좋아하는 이유는 칵테일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내 몸뚱이 가운데 가장 예민한 후각과 미각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칵테일마다 탄생 배경 스토리가 있고, 내가 칵테일을 마실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 그리고 시간들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홈바.

칵테일은 그만큼 계층도 없고, 신분도 없는 매우 민주적인 형태의 술이며, 여러 가지 술, 때로는 주스와 시럽을 배합하여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는 재창조적 성격이 퍽이나 매력적인 주종이다. 내게 있어 칵테일이란 와인보다는 캐주얼하지만 맥주보다는 시크하고 어느 정도의 학습 능력을 갖추었으나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자리를 못 잡고 자신이 배운 학식으로 이상을 그렸던 매우 비주류적인 보헤미안(Bohemians)들이 자주 마셨을 것만 같은 느낌의 술이다.


이런 점에서 칵테일은 나랑 비슷한 것 같다. 나도 수시로 변하는 내 속을 잘 모르긴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회가 정해준 소속감을 경기 나듯 싫어하고, 그 보다는 조금 더 다른 것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아주 가끔은 11시 30분부터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에 들떠있었던 스무 살의 나를 어렴풋 기억할 수 있어서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칵테일을 만든다.


참고문헌

1. King Cocktail  

http://www.kingcocktail.com/motac/museum/TheBalance.html#:~:text=The%20Balance%20and%20Columbian%20Repository&text=The%20date%20was%20May%206,in%20an%20election%2C%20somebody%20lost

2. 미주 중앙일보 (2018. 12. 20)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6834329

3. The Spruce Eats

https://www.thespruceeats.com/what-is-a-cocktail-760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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