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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외면이 아니라 묵념

by 지음 허투루

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7분경, 제주항공 2216편이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중 활주로를 이탈하여 공항 외벽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말 참담한 사고였다. 평상시 같으면, 뉴스 소식 앞에 앉아 사고에 대한 대책과 후속조치를 지켜보고, 유가족의 아픔에 눈을 떼지 않았을 것이다. 그게 내 나름대로 애도하는 방범이다.

사고가 난 후 하루 이틀 후 친구가 원인 모를 이유로 유산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너무나 안타깝고 마음 아파 안부조차 묻는 게 조심스러웠다. 임신을 축하하며 오래간만에 친구들이 모여 앉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굉장히 마음이 쓰였다. 친구의 유산 소식을 전해 들은 다른 친구와 만나서 "괜찮은지 문자라도 남겨 놓을까" "선물이라도 들고 찾아갈까?" 이야기했다.

그 유산한 친구의 마음과 상황이 어떤지 알 수 없는 마당에 이렇다 할 행동을 결정하지 못하고 그저 무거운 마음에 낀 불안을 한숨으로 내뿜을 뿐이었다. 그 친구에게 가족도 있고, 우리가 뭐 어떻게 한들 괜한 오지랖 아닌가 의견이 엇갈리도 했다. 무안공항 제주공항 사고와 겹쳐 올해 시작부터 너무 슬프지 아니한가! 넋두리가 한파에 섞여 유독 더 춥게 느껴졌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를 뒤로하고 친구에 대한 걱정과 염려가 요 며칠 일상을 차지했다. 그러니까 슬프고 힘든 상황을 구태여 비교, 대치 혹은 서로 번갈아 치환할 필요나 권리가 있는지……. 나의 투정에 내 앞에 친구는 침묵을 결행했다. 침묵은 내 말에 대한 일종의 동의이며, 지금 우리를 둘러싼 아픔에 관한 묵념인 셈이다. 하지만 명확하게 방향이 정해진 묵념은 아니다.

때론 아무 말 않고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애도가 될 수 있다.

……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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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그림에다 임심한 여성의 이미지로 덧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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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