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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받침

사실 좀 "긁!"

by 지음 허투루

친구 집에 갔더니,

친히 하사한 내 책이 거실 좌식 테이블에 올려져 있었다.

냄비받침으로 썼는지, 라면 국물로 보이는 얼룩이 책 표지에 보란 듯이 묻어 있었다.

그래서 보았다. 지그시 보았다.

“책이 영혼 양식이라지만, 네 책 따위는 내 양식을 떠받드는 한낱 냄비받침이다.” 라고 하는 것처럼,

책 겉표지 테두리 곳곳에 노리끼리 티를 낸 시커먼 속내는 무척 졸렬해 보였다.

“이미 네 것인데, 보든 안 보든, 보고 비판하든 뭘 하든 네 소관이지.” 무덤덤하게

친구가 내어온 캔맥주를 마셨다.

친구는 오히려 “이게 왜 여깄지?” 너스레를 떨며,

책에 묻은 국물을 물티슈로 말끔하게 지우곤 내 얼굴을 쳐다본다.

왜?

뭐?

혹시~

… …

긁?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주 쓰이는 '긁'은 동사 '긁다'에서 파생된 표현으로, 상대방의 신경을 건드리거나 감정을 자극하여 화를 돋우는 행위를 의미한다.
찌질해도 이유 정돈 있는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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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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