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혼자 주절주절!@#$%? Part_2
!@#$%? Part_2
# 이유 따위 알 수 없이 문득 떠오른 기억
작가이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일까? 글을 쓰니까 작가인 걸까. 글은 욕망입니다. 누구나 글을 잘 쓰고 싶어 합니다. 작가가 본업이 아닌 사람을 포함해서 예외 없이 웬만 한 모든 사람은 다 글 잘 쓰고 싶어 합니다. 그렇다는 건, 사람은 글을 쓰고 살아간다는 말이 그리 썩 비약은 아니겠죠?
폐지를 줍는 노인이 길에 갑자기 멈춰 섭니다. 품을 뒤져 작은 메모장을 꺼내 무언가 적기 시작하는 걸 본 적 있습니다. 아마 오늘 수거한 폐지 분량을 적어두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봤지만, 알 수 없는 일이죠. 노인은 한 동안 꼼짝 않고 서서 자신의 메모지를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옆을 슬쩍 지나며 재빠르게 곁눈질하여 무엇을 적었나? 훔쳐보았습니다. 글자라기 보단 표시나 기호 같은, 행도 열도 없이 난잡한 메모였지만, 노인은 뭔가 확인하듯 자신의 메모를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며, 내가 멀어지는 동안 자신의 기록된 기억을 읽어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내 할아버지도 그랬습니다. 손자의 생일선물 포장지에 ‘하식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하식이’는 아버지의 아명이죠. 왜 할아버지 ’하식이’라고 지어 불렀는지 알 수 없습니다. 오래전에 돌아가셔서 알 길도 없습니다. 어쨌든, 동네 사람들도 아버지를 하식이라 불렀으니, 나 또한 하식이 아들인 셈인 거죠. 내 이름도 할아버지가 지었습니다. 손자들 대부분 할아버지가 이름을 지었으며, 큰 자부심으로 생각해서인지, 이름 앞에 “우리 ㅇㅇㅇ”라고 늘 '우리'라는 인칭대명사를 빼먹지 않으셨습니다.
포장지 안에는 종합 선물 과자세트가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과자를 즐기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하식이’ 자식인 내 선물인 것이죠. 할아버지는 글을 읽지만, 쓸 때는 소리 나는 대로 썼습니다. 맞춤법 띄어쓰기 제대로 맞는 것은 없었지만, ‘하식이’는 어떤 명필가 못지않은 글씨체였지요. 포장지는 남아 있지 않지만, 할아버지의 글씨체는 아직도 기억 속 언저리, 그 시절로 들어가는 입구의 ‘문패’처럼 선명하게 걸려있습니다.
세상엔 잘나신 것들이 너무 많아서!
작가이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일까? 글을 쓰니까 작가인 걸까. 관찰을 통해 그 대상을 글로 옮긴다(?) "인터뷰는 정보로 쌓이고, 쌓인 정보는 캐릭터로 분류합니다." 그러면 가끔 "에피소드"가 하나 만들어집니다. "시점은 플롯이 되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내러티브(narrative)를 구성해보지요." 그런데 잘 안 떠오르거나 잘 하진 못합니다. 엄청난 습작과 고민, 궁리 같은 것으로 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딱~ 여기서 다른 작가들과 재능의 차이를 보이지요. 스스로 위안을 좀 하자면, 관찰은 꼭 사람일 필요가 없다. 자유롭게! 허구의 요소가 에피소드 이곳저곳 배치할 수 있다. 어쩌면 에세이보다 '꽁뜨'의 성격이 더 짙은 글 하나 뽑힐 수 있다. 생각하지요. 통일성! 그러니까, 관찰이란 기본적이고 거창한 행위를 저지른 모든 대상에게 공통된 질문을 생각해 봅니다. 그러면 나도 뭔가 고민하는 것 같고, 정성을 들이는 것 같고, 노력하는 것 같고 뭐 그런…….
“무슨 가치?”
“또 왜?”
“그래서 어쩌라고?”
여기서 딱 멘붕에 빠져버립니다. ‘그냥’이라고 얼 머 무리며, 별로 의미 따윈 없을지도, 별로 중요한 건 아니라고 여기까지 좀 전까지 고민이라는 시늉을 멈춥니다. 굉장히 무책임하고 편리한 선택을 적당히 합리화하는 거죠. 그런데 그 순간이 이야기가 출발하는 지점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어보는 겁니다. 진중함 따위는 개나 줘버릴 글도, 너무 진중하고 무거워 들고 다니기 힘든 글도 상관없습니다. 분명한 건 뼈에 붙은 살은 '허구'이며, 뼈는 '너' 혹은 '나'의 모든 사유라는 믿음! 그건 분명 '찰나'일뿐입니다. 찰나가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거창한 서사나 통찰력(철학)이 글이 되는 게 아니란 것쯤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작고 소소하고 별거 아닌 순간에 '찰나'가 발동하면 얼마든지 글로 풀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죠. 편집과 표현이 더 시간을 할애 합니다. 관찰에서 내러티브(narrative)가 나오기까지 오래도 아니고 잠깐 잠깐 골몰합니다. 잠깐과 골몰 어울리진 않죠. 그저 이렇게 모순이든 뭐든 가지고 놀아보는 거지요. 이렇게 ‘글'을 가지고 노는 이 즐거움이 일상으로 번지길 기대합니다.
순간의 나의 머뭇거림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길 바라지만, 퀄리티 따윈 개나 줘버릴 '일필휘지' 이런 꿈 꾼 적 없습니까? 꿈은 꿀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작가를 욕망한 독자는 앞으로 쓰일 모든 글을 다름 아닌 자기 자신에게 바칠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리하여,
톡탁톡탁~ 토닥토닥~ 쓰담쓰담~ 슬몃슬몃~ 가만가만~ 오구오구~ 살풋살풋~ 주억주억~ 끄덕끄덕~ 해죽해죽~ 아자아자! 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