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 나 소개법
다음달이면 사은회와 졸업작품전을 끝으로 노노의 정규과정은 끝이 난다.
홈페이지의 글 인터뷰에 순번대로 응하며 동기들이 도드라지고 나도 마지막으로 나를 소개하며 멤버로서 의견을 개진했으나 시간을 보내는 아쉬움이 크다. 홈페이지에 실린 나를 소개한다.
“나를 아는 모든 이가 나로 인해 지긋이 미소 짓기를” 바라는 노노스쿨 0기 000입니다. 오랜 시간 교육 현장에서 소임을 다하며 배우고 나누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방송대와의 인연만 해도 여러과가 되었고, 현재는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브런치 작가로 일상을 기록하고 나누며, 성당에서는 새벽 전례 봉사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음식과 함께 손편지를 써서 계절의 정을 담아 지인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것이 제 큰 기쁨입니다. 노노스쿨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과정’이 아니라, 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가장 값진 여정입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음식을 신성하게 여기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즐기는 저는 이곳에서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노노스쿨에 지원하게 된 동기는 도서관 글쓰기 반에서 ‘나의 이야기’를 엮은 적이 있습니다. 그 책을 ‘우리 술 빚기’ 반 선생님께 드렸더니, 제게 꼭 맞는 곳이라며 노노를 추천해 주셨어요. 홈페이지를 둘러보니 노노는 배움과 나눔의 장이었고, 제 삶의 방향과도 닮아 있었습니다. 사무관 시험처럼 인터뷰 준비도 철저히 했지만, 저는 보결생으로 합류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함께할 수 있었기에 그만큼 감사한 마음도 컸습니다. “노노를 허락하신다면 정제된 말과 행동으로 초심을 지키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임했어요. 선생님들의 따뜻함과 동기들의 활기찬 에너지 속에서 매일이 선물처럼 느껴집니다. 제 이름이 불리던 그날의 설렘과 기쁨을 잊지 않고, 단 하루도 가볍게 여기지 않습니다.
돌아보면 지난 한 해 모든 수업이 기대 이상이었고, 하나하나가 마음에 남습니다. 한식 수업에서는 홀몸 어르신께 도시락을 전하며 나눔의 기쁨을 느꼈고, 차 한 잔, 와인 한 잔의 대화 속에서는 따뜻한 교감을 배웠습니다. 칼림바 소리로 마음을 위로하고, 정리수납 수업을 통해 ‘비움’의 의미를 깨달았죠. 사진 수업에서는 어르신께 따뜻한 추억을 선물했고, 캘리그라피에서는 제 한계와 가능성을 함께 마주했습니다.
특히 교장 선생님의 양식 수업이 인상 깊었습니다. “나와 가족, 지인을 위해 한 끼를 대접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말씀과 함께 ‘미장 플러스’의 깊은 의미를 배웠습니다. 노노 활동 속에서 한 끼 식사를 대하는 다양한 방식들을 보며, 부엌살림의 위대함과 사회적 소명의식을 느꼈습니다.
최근 인상깊은 원예치료 시간에는 다섯 가지 다육이를 함께 심고, 유리병 속 작은 테라리움을 만들었습니다. 식물을 담을 그릇을 고르고, 흙과 자갈을 다져 배치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잔잔한 수고이자 즐거움이었어요. 인간은 식물이 만들어내는 산소를 마시고, 식물을 경작해 먹고삶의 대부분을 식물에 의존합니다. 그런 점에서 식물은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 ‘치유’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물은 관심을 너무 많이 줘도, 너무 안 줘도 자라지 못합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죠. 이번 수업을 통해 ‘적정한 거리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법’을 식물로부터 배웠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드는 생각중에, 저는 앞날이 기대됩니다. 지나온 시간이 소중했듯, 앞으로의 시간도 그럴 거라 믿습니다. 노노스쿨이 ‘배움의 길’이었다면, 이제는 프렌즈로서 ‘나눔의 길’을 걸을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같은 마음을 가진 분들과 함께 걸으며 서로에게 힘이 되는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0기로서의 경험을 통해 노노스쿨의 수업 구성과 교육 계획도 한층 다양화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담임선생님과 매니저님, 그리고 모든 수업에서 빛을 더해주신 강사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