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행주치마
어느 집 딸
해외 갔다 오는 길에
앞치마는 친정엄마
꽃병은 시어머니
선물했단다.
가방 속에 푸성귀
전철 타고 달린다.
현관문 비밀번호
손가락 끝을 기억한다.
싱크대에 몸 붙는다.
부엌 집기류
빨라진 손 따라다닌다.
가스레인지 불 피어오른다.
뚝배기에 된장국 보글보글
계란찜 노랗게 부풀어 오르고
고소한 밥 냄새 코끝이 들썩인다.
빨래걸이 휘어져 내린다.
청소기 통속으로 머리카락 가득 채웠다.
발바닥에 닿은 양말 구멍 뚫렸다
허리 손가락 굽은 몸
커피믹스 한 잔으로 숨 돌린다.
된장국에 밥
화병 속에 꽃향기 보다
배부를 것임을.
존경은 교과서의 위인, 초등학교 은사, 알지 못하는 그 누군가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기억 속의 자상한 부모님, 배울만한 선배, 오늘 내 곁의 동료다.
여명이 걷히는 이른 새벽
오래오래 詩반에 다니는 언니의 글이 보내와 있다. 처음이다.
엄마글인 듯 본다.
오늘 하루, 언니를 존경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