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노노스쿨, 한식 수업 김장김치
내 요리첩에는 올 한 해, 60여 개의 한식과 양식 수업의 레시피가 모였다.
그 요리는 가장 먼저 그날 나의 점심 식사가 되었고 우리 집 밥상을 풍성하게 했으며 홀몸 어르신의 선물이 되었다.
이들은 오늘로써 일단 대미를 장식하고 오늘은 노노에서 어르신 댁에 보내질 김장을 하는 날이다.
오늘 김장 수업을 하면서 떠오르는 몇 가지 추억이 있다.
그 당시 시골집은 수도가 없어 산에서 호수로 먹을 물을 받아 내렸기 때문에 김장배추를 밭에서 캐내 마을 공동 샘인 안 샘으로 지게로 날랐다. 그때 생각에도 물을 긷는 게 낫지 않나 생각했는데 배추를 나르는 게 더 나았던가 보다.
찹쌀풀을 가마솥에 가득 쒔고 커다란 상강 항아리에 다 된 김치를 켜켜이 담았고 옆 항아리에서 톡 쏘는 사이다 맛의 동치미를 떠 내 먹었었다.
하지만 진정한 김치는 이모와 외숙모께 배웠다.
열무김치와 물김치 백김치를 위해 열무 얼갈이 파 부추 생강 등 모든 재료를 사서 퇴근길에 그이가 외숙모댁에 들렀다 온다. 힘들다고 내색을 한다. 그럴 만도 하지. 억척 마나님 덕에 힘든 일인 것이다. 음식을 배울 때마다 먼저 전날 시장을 봐다두고 나는 다음날 가서 요리하고 요리한 음식은 두고, 먹을 만큼 덜어오는 날이 계속되었다.
어느 해, 김장철이 왔고 남도식 김장을 배워보고자 모셔왔다. 기왕에 하는 것이니 조금 더 하면 어떠리. 무리가 왔다. 외숙모댁과 자녀 삼 형제. 네 몫을 우리 거와 합치니 어마어마하게 일이 커졌다. 더구나 그 모든 재료와 양념의 준비가 출근과 병행해야 해서 사흘이 꼬박 걸렸고 정작 당일에는 어깨가 아파 칼질을 하기 힘들었다. 내색하지 않고 일을 마쳤을 때는 일이 커졌다. 거기에 남은 양념을 멍게 상자에 담아 모두 가져가시는 것이었다. 정리하고 김치통을 싣고 다시 모셔다 드리고 와서는 우리 것만 할 것을 다짐했지만 나는 정교함을 배우고자 했다. 과연 국물 하나 첨가하는 것도 밑간과 순서와 방법이 모두 달랐다.
한식 선생님의 실습 현장도 디테일의 여왕이다. 음식 레시피의 갈피마다 살아있는 숨은 비법이다
특히 친정엄마의 전통과 선생님의 신식 감각이 어우러진 절묘한 조화다.
"모르면 대기업 거
맘에 안 들면 내 맘대로
집의 사모님은 건들지 않기“
기막힌 논법안에 모든 진리가 들어있다. 아낌없이 펼치신다.
오늘 한명숙 선생님 수업에 배추 10k의 양과 한 포기의 양념레시피를 가진 게 신의 한 수다.
왜냐하면 나도 이제 한 포기씩, 김장은 10k씩.
세련된 서울 아줌마가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외숙모님은 당신이 갖고 계신 믹서 두 대와 대형 양은 대야를 나에게 주셨다. 물려주기에 적당한 대상이라며.
당신의 며느리가 셋인데도 가장 아끼는 부엌 용품을 주시니 받아 들고서 잘 사용하리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