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6월 14일: 유치원 짝꿍이었던 그 아이 이야기.
6월 14일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는 나에게 늘 똑같은 질문을 한다.
“오늘은 까불이들 사고 안쳤어? 또 의자 돌렸어?”
우리 반 까불이들의 활약상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엄마는 배를 잡고 웃는다.
“너 기억 안 나? 너 동한이랑 유치원 같이 다닐 때...”
“제발 그 얘기 좀 그만해!”
엄마가 엄청 좋아하는 일명 ‘뿌셔뿌셔 바비큐 맛 사건’이란 게 있다.
난 이제 기억도 안 난다! 유치원 소풍날 동한이와 내가 버스 짝꿍이 됐는데
내가 동한이에게 소풍 간식으로 뿌셔뿌셔 바비큐 맛을 꼭 사 오라고 했다는 거다!
나나야, 너 진짜 왜 그랬니?
동한이는 엄마 아빠에게 소풍 간식으로 뿌셔뿌셔 바비큐 맛을 꼭 가지고 가야 한다고 했고
다른 과자를 이미 사둔 동한이 아줌마는 왜 꼭 그래야 하냐고 물어보셨다.
그때 동한이가 소풍 버스 짝꿍인 나나가 뿌셔뿌셔 바비큐맛을 꼭! 사 오라고 했다고 말한 것이다!
동한이의 엄마 아빠는 나를 아주 영악한 여자 아이로 생각하셨을 것이다.
나나야, 너 진짜 왜 그랬니?
동한이 아줌마가 그걸 우리 엄마에게 그걸 이야기하셨다.
그런데, 엄마는 이 사건이 왜 그렇게 재밌는 거지?
난 그냥 잊고 싶을 뿐이다.
사실 엄마는 내 건강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을 하는 편이라 과자는 절대 사주지 않는다.
내 간식은 주로 밤과 고구마였다! (끔찍해!)
뿌셔뿌셔는 교회 주일학교에서 간식으로 먹어본 거다.
아주 맛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 과자를 동한이에게 사 오라고 하다니...
나나야, 너 진짜 왜 그랬니?
“엄마, 동한이는 오늘도 의자를 막 돌리고 엄청나게 까불고
선생님 동생 이름은 한라산일 거라고 떠들고 난리를 쳤어! 됐어?”
“예전에는 동한이가 바지가 자꾸 내려가서 엉덩이도 살짝 보였잖아,
설마 지금도 엉덩이 보이는 건 아니지?”
“제발 그만!!! 난 이제 열두 살이야!! 남자애 엉덩이 따위에 관심이 없다고!”
나나야 너 진짜 왜 그랬니?!!
문제는 이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거다.
우리 엄마 아빠처럼 동한이 엄마 아빠도 계속 이 사건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것이다.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사촌동생들 암튼 아는 사람들 모두...
그러니까, 나의 이 뿌셔뿌셔 바비큐맛 사건이 지금도 계속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모두의 기억을 지우고 싶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끔 찍 해!
그런데 생각할수록 너무너무 이상하다.
그때만 해도 동한이는 말도 없고 왠지 슬픈 강아지처럼 보였다.
그런데, 왜 갑자기 초강력 울트라 슈퍼 까불이가 된 거지?
진짜 내일은 한번 물어볼까?
날 보면 가끔 웃기도 하던데, 뿌쎠뿌셔 바비큐맛 사건 때문인가?
그렇겠지. 나도 가끔 널 보면 엉덩이가 생각나.
동한아 왜 넌 그렇게 바지가 내려가도록 놔둔 거니...
수아는 아직도 학교에 오지 않고 있다.
강민이는 점심시간에 까불이들과 함께 축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 엉덩이 때리는 학원이 문을 닫아서 당장 해야 할 숙제는 없는 모양이다.
우리는 스탠드에 앉아 급식 먹고 토크쇼를 하던 중이었는데,
다정이는 강민이 축구하는 모습이 너무 멋지다며 아주 좋아했다.
강민이는 다정이를 좋아하는 거 같진 않다.
상처받을 다정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나도... 왠지 마음에 구멍이 뻥 뚫린 거 같은 기분이다. 확실히 행복한 느낌은 아니다.
강민이는 멋진 기사가 아니다. 밍밍한 브로콜리다.
강민이는 공주를 구산 멋진 기사가 아니다. 밍밍밍밍한 브로콜리다.
밍밍밍밍밍밍밍한 브로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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