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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원 Dec 12. 2023

설레는 마음 때문이야

25. 7월 1일: +하나에게 쓴 편지

이 글은 

([연재 브런치북] 나나는 그럭저럭 열두 살 1 (brunch.co.kr)에 이어 

([연재 브런치북] 나나는 그럭저럭 열두 살 2 (brunch.co.kr)로 

이어지는 일기 형식의 창작 이야기입니다.  

01화 그럭저럭 일기장이란? (brunch.co.kr) 1화부터 읽으시면 좋아요.



7월 1일


 잠이 안 온다. 

내일 어떤 옷을 입을지도 아직 결정 못했다. 너무 설렌다. 

우리는 내일 하나네 집에 간다. 초대를 받은 것이다!  

      

오늘 학교가 끝난 후 급식 먹고 토크쇼 멤버들이 모여  

홍씨네 떡볶이에서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말랑말랑한 떡볶이 떡이 달콤한 빨간 국물과 함께 입 안으로 쏙 미끄러져 들어올 때 

너무 재밌고 맛있다! 또 먹고 싶다!      

하나가 엄청 기쁜 소식을 우리에게 전해주었다. 

그건 바로 하나의 고양이 카스텔라가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 와우! 

하나는 요즘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말을 엄청 많이 하고 웃을 때 깔깔 소리도 낸다. 

심지어 까불이들은 키가 큰 하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놀리는데, 

하나는 그냥 웃어넘긴다. 귀엽다는 듯 바라보기도 한다. 하나는 천사다!       

우리가 떡볶이를 다 먹고 일어나려는데 어떤 아줌마가 들어와 우리를 보며 활짝 웃으시고

우리가 먹은 떡볶이 값을 내주셨다. 누군가 했는데 바로 하나의 엄마셨다. 

그리고 우리를 집으로 초대하셨다! 내일, 토요일 오전 11시!            


 토요일 아침에는 항상 내가 일등으로 일어난다.

그 이유는 엄마 아빠가 금요일 밤에 방송하는 TV예능프로그램을 늦게까지 보기 때문이다. 

(지금도 내 방까지 들린다. 엄마 아빠의 깔깔 웃음소리!) 

나도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하지만 오늘은 그냥 방으로 왔다. 

오늘 밤은 나 혼자 생각할 게 많다. 

먼저 내일 하나네 집에 가서 뭘 하고 놀지, 뭘 입고 갈지 궁리도 해야 하고, 

그럭저럭 일기도 써야 하고, 

무엇보다 내 소설 ‘이스티아의 카시니아’의 결말에 대한 고민도 끝내야 한다.  

나니아 연대기랑 조금 비슷하긴 한데, 

유니콘의 편지를 받고 환상의 세계로 간 언니와 나는 이스티아에서 모험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그리고 이스티아의 왕이 됐다! 모험의 내용은 나니아 연대기랑은 완전히 다르다.

그러니까 표절은 절대 아니다! 

창조의 시작은 모방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그런데 집에 있는 엄마 아빠를 어떻게 할지 아직도 결정을 못했다. 

언니랑 나만 이스티아에서 살면 엄마 아빠는 어떡하지? 

우리가 있는 환상의 세계로 엄마 아빠가 여행 가방을 들고 나타나는 장면을 그려볼까? 

흠 나쁘지 않은 생각인데? 

나의 소설을 강민이에게 보여주기로 한 건 잘한 일 같다.

잘 써서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훨씬 커졌으니까!  

토토야 네 생각은 어때? 언니 아이디어 멋진 거 같아?


오늘은 보송보송한 토토가 내 옆에 있다. 토토를 꼭 끌어안고 잘 수 있다. 

기분이 정말 좋다. 토토는 베란다 빨래 건조대에 사흘 동안 물기를 말렸다.      

몇 번이나 쓰레기봉투 속에 처박힐 뻔했던 나의 토토!       

(엄마, 다시는 그러지 마세요!)      

결국 살아남아 다시 내 침대로 온 토토!! 

오늘 밤 언니랑 꼭 끌어안고 자자!       

    

토토와 나나


내일 하나에게 줄 편지도 썼다. 


[하나야 안녕!     

난 오늘 밤 잠들 수 있을지 모르겠어.

너의 고양이 카스텔라를 만날 생각만 해도 가슴이 막 두근거리거든! 

난 한 번도 고양이를 안아본 적이 없어. 

우리 언니 학교에 고양이가 있어. 

언니가 전에 휴대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보여줬는데

갈색 검은색 하얀색 털이 섞인 고양이가 언니 다리로 다가와 야옹야옹하는 거야!   

근데 이 고양이는 눈이 하나가 없어. 난 그 고양이를 위해 뭔가 해주고 싶어서

고양이에게 좋은 음식을 검색해 봤거든,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그 노란 참외가 

고양이한테도 좋다는 거야! 

다음 날 학교로 가는 언니 가방에 참외를 넣어주려고 했는데

엄마한테 딱 걸렸어. 하지만 오늘은 아주 신중하게 기회를 노렸지. 

결국 나는 냉장고에 있는 참외를 꺼내 가방 속에 넣어놓는 데 성공했단다! 

내일 너의 귀여운 고양이 카스텔라에게 줄 거야! 


하나야, 너랑 친구가 돼 너무 기뻐. 넌 정말 멋진 친구야!

나쁜 친구에 대한 기억은 잊어버려. 이제 너에겐 좋은 친구가 많으니까. 

우린 좋은 친구가 될 거야!       


                                            너의 친구 나나가.      


내 친구 하나



이제 잠이 온다. 토토야 이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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