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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원 Dec 13. 2023

고양이 집사가 되고 싶어

26. 7월 2일: 하나의 생일파티

이 글은 

([연재 브런치북] 나나는 그럭저럭 열두 살 1 (brunch.co.kr)에 이어 

([연재 브런치북] 나나는 그럭저럭 열두 살 2 (brunch.co.kr)로 

이어지는 일기 형식의 창작 이야기입니다.  

01화 그럭저럭 일기장이란? (brunch.co.kr) 1화부터 읽으시면 좋아요.



7월 2일


하나의 카스텔라는 분명 고양이 나라의 여왕일 거다. 

카스텔라의 핑크색 귀는 왕관처럼 빛났다.  

온몸을 뒤덮은 하얀 털은 크림처럼 부드럽고 드레스처럼 우아했다. 

동그랗고 하얀 발로 사뿐사뿐 걸을 땐 왠지 모르게 따라다니며 박수를 치고 싶었다.  

왜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을 집사라 부르는지 그 이유를 알 거 같다.

하나가 카스텔라를 내 품에 안겨주었는데, 생각보다 무거워서 깜짝 놀랐다. 

심장의 콩닥거림이 손바닥으로 전해졌다.   

얼마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정말 황홀했다. 

카스텔라는 내 품에 아주 잠깐 있다가 바로 날아가 버렸다. 

물론 카스텔라는 고양이다. 날 수 없다! 

하지만 분명 날아가듯 휘익 날아서 마룻바닥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졌다.      

  

나만의 고양이를 갖고 싶어. 

엄마 나도 고양이의 집사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안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반려동물만큼은 절대 안 된다는 엄마의 의지가 확고하다.

고양이와 강아지는 물론 기니피그나 햄스터까지도 

절대 우리 집에 오는 일은 없을 거라고 엄마는 말했다. 

나는 너무너무 불행한 열두 살이야!!!      


언젠가 언니 일기장에서 송송이라는 기니피그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

송송이는 언니가 3학년 때 본 중간고사 시험을 모두 백점을 맞아 

일등을 했기 때문에 엄마가 상으로 사준 기니피그였다. 

(우리 학교는 중간고사라는 시험도 없고 백점을 맞아도 일등이 되는 일은 없는데 

 언니가 다닌 초등학교는 참 이상해!) 암튼 기니피그는 몇 주 만에 하늘나라로 

떠났고, 언니는 송송이를 통해 ‘죽음’의 의미를 깨닫게 됐다는 너무나도 슬픈 결말이었다. 

일기장에는 언니가 엉엉 우는 그림도 그려져 있었다. 에효.       

나나야! 슬픈 생각은 그만하자! 오늘은 엄청나게 즐거운 날이잖아!      


오늘은 정말 신나는 하루였다. 

하나 엄마는 대단한 요리사다. 

식탁 위에 김밥, 잡채, 주먹밥, 떡볶이, 햄이랑 오이가 든 샌드위치, 치킨, 그리고 생크림 케이크가 있었다.

그러니까, 오늘은 하나의 생일인 것이다.        

우리는 모두 고깔모자를 썼다. 그리고 생크림 케이크에 열두 개의 생일 초를 꽂았다.

초에 불이 켜지고 우리는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노래가 끝나자 하나가 눈을 감고 소원을 빌었다. 

그리고 후! 

초가 꺼지자 우리는 하나를 향해 박수를 쳤다. 아주 오랫동안! 하나가 웃었다. 

그런데 우리 사진을 찍으시던 하나 엄마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셨다. 

별 일 아닌 듯 금방 눈물을 닦고 웃으셨지만 나는 그 순간 하나 아줌마의 마음을 알 거 같았다. 

하나가 새로운 친구를 만나 다시 밝아진 것이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나신 거다. 

우리 엄마도 종종 그런 눈물을 흘린다. 왜 우냐고 물으면 “너무 좋아서!”라고 대답한다! 

하나 아줌마에게도 왜 우셨냐고 질문하면 똑같이 대답하실 거다.      


“너무 좋아서!”               


우리는 음식을 다 먹고 하나의 방에 모여 수다를 떨었다. 

나는 다정이에게 강민이는 수아를 좋아하는 거 같다고 말해주었다. 

말할까 말까 고민하면서 말했는데, 놀랍게도 다정이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 

갑자기 요즘은 강민이보다 까불이 주동한이 더 마음에 든다는 거다! 

다정이의 새로운 고백에 우리는 다 같이 깔깔 웃으며 방바닥을 뒹굴었다.      

그리고 말해버렸다. 사실은 나도 강민이를 좋아하고 있다고! 

그러자 예은이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너 강민이 급식에 나온 초장 옆 밍밍한 브로콜리 같다고 했잖아?”

“응. 분명 그랬는데... 전에 체육 선생님한테 혼나던 다정이를 강민이가 구해줬잖아! 

 그때부터 좋아졌어!”

“아! 그날! 그날 강민이 좀 멋졌어!”     

우리는 다 같이 인정했다. 그러자 예은이가 


“하긴 강민이, 영어학원에서도 은근 인기 있던데?”     


예은이는 강민이와 같은 영어학원을 다니고 있다. 

강민이가 인기 많은 게 어디 하루 이틀 일 인가? 

강민이가 인기가 많은 건 나한테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강민이를 좋아하는 내 마음은 좀 특별하다. 

많은 아이들은 강민이의 잘생긴 얼굴 때문에 강민이를 좋아할 테지만 

난 강민이의 용기 있는 마음 때문에 좋아하는 거다. 

강민이가 날 좋아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용기 있고 정의감이 넘치는 강민이를 좋아하는 내 마음이 더 중요한 거지. 암튼 그렇다!  

그래도 강민이도 날 좋아한다면? 기분이... 엄청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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