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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원 Dec 07. 2023

친구에게 비밀을 말한다는 것

22.6월 3일:비밀과 우정의 상관관계

이 글은 

([연재 브런치북] 나나는 그럭저럭 열두 살 1 (brunch.co.kr)에 이어 

([연재 브런치북] 나나는 그럭저럭 열두 살 2 (brunch.co.kr)로 

이어지는 일기 형식의 창작 이야기입니다.  

01화 그럭저럭 일기장이란? (brunch.co.kr) 1화부터 읽으시면 좋아요.



6월 3일


 체육수업을 또! 교실에서 했다. 

생리만 아니면 난 체육관이나 운동장에서 하는 게 더 좋다!  

오늘은 심폐소생술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었는데, 

심폐소생용 인형이 부족해 나는 책가방에다가 심폐소생술을 했다. 

책가방한테 “괜찮으세요?” "괜찮으세요?" 계속 물어봐야 했다.


 그리고 학교 폭력 예방 교육도 해주셨는데, 

선생님이 우리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친구한테 비밀을 말하면, 될까? 안 될까?”      


나는 된다고 생각한다. 

이미 우리 급식 먹고 토크쇼 친구들은 여러 가지 비밀을 공유하고 있다.  

하나가 자기도 생리를 하고 있다고 나에게 말해주었다. 이미 난 짐작을 했다. 

이래서 경험을 무시할 수 없는 거다. 

난 열두 살 소녀들 중 생리에 대해서만큼은 확실히 뭘 좀 아는 것이다. 

전에 운동장 스탠드에서 하나가 나한테 생리가 아니라고 말한 것도 난 이해한다. 

그건 거짓말이 아니다. 우리 사이에는 믿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대답했던 거다. 

하지만 우리는 ‘급식 먹고 토크쇼’를 하면서 우정이 생겼다. 

그래서 생리 비밀을 공유하게 된 것이다! 

  

생리 말고도 우리는 많은 비밀을 공유하고 있다. 

이젠 다정이도 하나의 고양이 카스텔라 유튜브 채널이 없어진 이유를 알고 있다.

(14화 모든 슬픈 눈에는 이유가 있다. (brunch.co.kr) 참고)

예은이와 다정이는 아직 생리를 하지 않지만, 예은이는 브라를 했으니 

곧 생리를 하게 될 것이다. 

다정이는 아직 브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리까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어쨌든 다정이도 결국은 생리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생리에 대해 엉뚱한 환상을 갖게 될까 봐 내가 확실하게 알려주었다. 

그렇다고 생리가 완전 끔찍하기만 한 거라고 말하진 않았다. 

나름 멋진 언니가 된 기분이랄까? 그런 것도 조금은 있으니까.      


 예은이도 자기의 비밀을 말해주었는데, 

영어 학원 레벨 시험에서 떨어지면 엄마한테 엄청 많이 혼난다는 얘기였다.  

강민이가 다니는 수학학원에서 엉덩이를 때리는 것이랑 비슷한 느낌이었다. 

엄마한테 그렇게 심하게 혼나면 더 슬플 것이다. 

게다가 매일 저녁밥을 혼자 먹어야 하고, 

주말마다 쓰는 영어 에세이 때문에 예능 프로그램도 볼 수 없다고 했다. 

예은이의 속상한 마음을 눈빛에 담아보았다!


방에 앉아 영어 에세이를 쓰면서 엄마 아빠가 보는 예능 프로그램의 소리만 듣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를 우리에게 말해주다 눈물까지 흘렸다.       

그 두꺼운 영어책을 읽기까지 예은이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다음에 또 잘난 척을 하면 그래, 너 대단하다! 인정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지수 언니의 비밀을 이야기했다. 

등에 여드름이 있고, 연애를 한 번도 못한 모태솔로라고! 

언니가 이 사실을 알면 난 정말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친구들은 내 이야기가 재밌다고 했다. 비밀도 꼭 지킨다고 했다. (언니 걱정 마!)


그리고 이건 정말 일기장에 쓸 수 없는 비밀인데, 

지난번 인성 검사에서 나온 그 문항. 

우리가 하는 말하지 못할 정도로 나쁜 생각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야기를 했다. 

근데 솔직히 예은이의 나쁜 생각은 좀 귀여운 편이라 일기장에 써도 될 거 같다. 

고작... 영어학원이 망하는 거란다! 귀엽다 귀여워.

 

난 엄마 아빠가 싸울 때 집을 나가 숲 속에 나무집을 짓고 혼자 사는 생각도 했다. 

저렇게 싸우는 엄마 아빠는 영원히 나를 찾을 수 없다! 

평생 나를 찾아다니며 울고불고할 엄마 아빠를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우리는 비밀을 이야기하고 강철 같은 우정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친구와 비밀을 공유하는 건 아주 위험한 일이라고 말씀하셨다.    

  

“내 비밀을 아는 가까운 친구도 언제든 멀어질 수도 있어, 그러니까 친구랑

 소중한 비밀을 공유하는 건 위험할 수 있어요.”      


우리는 급식을 먹고 스탠드에 모였다. 내가 먼저 말했다.        


“난 선생님 말 틀린 거 같아. 비밀을 말하면 더 친한 친구가 되는 거 아니야?”

“맞는 말 같기도 해. 내 유튜브에 악플 단 것도 친한 친구였잖아...”      


하나는 당연히 두려울 것이다. 친한 친구에게 배신당한 경험이 있으니까. 

하나의 말에 예은이가 대답했다. 


“친한 친구와 멀어질 순 있지만 그렇다고 그 친구가 꼭 나쁘게 구는 건 아닐걸?”     


하긴 나도 수아랑 멀어졌지만, 수아가 그림을 망쳤을 때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물론 100% 진심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나를 슬프게 만든 그 친구처럼 나쁘게 하는 건 솔직히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도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겠지. 

그럼 선생님의 말씀이 맞는 것일까? 

      

다정이의 강냉이 사건(05화 브로콜리와 멋진 기사 (brunch.co.kr) 이후

난 강민이가 멋진 기사로 보인다. 하지만 친구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내가 강민이를 좋아... 하게 됐다는 걸 친구들에게 말하고 나면 

그 말을 다른 친구에게 할까 봐 걱정이 된다. 

강민이도 날 좋아하면 상관없지만, 괜찮지만, 문제는 강민이는 날 좋아하지 않고, 수아를 좋아한다는 거다!  

그럼 내 인생은 공부 잘하는 잘생긴 남자 아이나 짝사랑하는 불쌍한 아이로 전락하는 것이다. 

심지어 난 까불이 주동한도 백점을 맞는 수학시험을 네 개나 틀렸다!


“난 너희들이 정말 좋아! 그래서 비밀을 말하고 싶어.  

 나 강민이 좋아하는 거 같아.”  


다정이었다!    



다정이의 표정은 꽤 진지했다. 하지만 나는 웃음이 나올 거 같았다. 

그런데 예은이와 하나가 먼저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다정이가 강민이를 좋아하는 걸!        


“알고 있었어?”

“그렇게 티를 내는데 어떻게 우리가 모르냐! 우리 말고도 다 알걸?”      


예은이가 말했다. 다정이는 우리가 아는 걸 정말 몰랐던 거 같다. 

다정이는 난 말하지 못한 비밀을 말했다. 

그 상황에서 사실은 나도 강민이를 좋아해!라고 말하는 건 이상한 거 같아 

난 말하지 않았다.

 

내 생각에 선생님은 틀렸다. 

난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말한 다정이가 멋져 보였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중 누구도 다정이가 강민이를 좋아한다는 걸로 

다정이를 놀리거나 하지는 않을 거 같다. 

친구를 믿지 못해 비밀을 말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언제 우정을 만들지?   

오늘은 말하지 못했지만 

나도 언젠가 친구들에게 강민이를 좋아하고 있다고 말할 거다.      


“사실은 나도... 강민이 좋아해!”   

           


 

예고: 

그렇다면, 강민이는 과연 누굴 좋아하고 있을까요? 

드디어 내일! 나나와 강민이가 첫 데이트를 합니다!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을 좋아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죠?  

그럭저럭 일기장의 주인공 열두 살 나나와 멋진 브로콜리 기사 강민이의 데이트! 

풋풋하고 귀여운 그 현장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내일 만나요! 

요가하고 러닝하고 밥짓고 글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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