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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원 Sep 11. 2020

수험생에게 절대 하면안 되는말

수험생의멘털을붕괴시킵니다.

수능이 석 달 정도 남은 시점이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수험생 학부모가 패널로 나온 교육 전문가에게 질문을 했다. 

얼마 안 남은 시간인데, 어떻게 공부를 하면 좋겠냐고. 그는 이렇게 답했다.  


수능에서 등급 간 점수차를 보니 7점 10점.. 정도라며 약 세문제를 더 맞으면 한 등급이 올라가니 앞으로 석 달 동안 한 달 공부로 한 문제씩 더 맞힌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하면 한 등급을 올릴 수 있다고. 

모든 사람이 대단한 진리를 발견한 듯 아! 탄성을 질렀다. 수험생 학부모 그 대답이 만족스러워 보였다. 


왠지 나는 그 대답이 불편했다. 그리고 그 수험생 학부모가 집으로 돌아가 아이에게 그 말을 하며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할까 봐 걱정이 됐다.

수능 석 달 전에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면, 그 수험생 마음이 어떨까! 

이상하게 내 자식한테도 베풀지 못한 아량이 막 샘솟는다. 

이래서 내 자식도 남의 자식 키우듯 하라는 모양이다. 


수능 석 달 전이란 수능이 진짜 코 앞에 온 거 같긴 한데, 또 당장 내일은 아니라 왠지 애매하게 

공부에 집중이 안 되는 그런 시점이 아닌 가 싶다. 

엄마는 안타깝다. 

하루하루 수능을 보는 것처럼 수능 모드로 막 달리면 진짜 몇 점이라도 오를 거 같은데 

왜 집중하지 않는가! 왜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가!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왜 여한 없이 달리지 못하는가! 

마음을 잡지 못하는 아이가 곱게 보이지 않는 거다. 

저거 저거... 얼마나 후회를 하려고 저러고 있나! 

돌려 돌려 말을 해보기도 했다. 


"조금만 더 집중해보면 어떨까?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는데, 

서울에 있는 대학 가면... 진짜.. 좋겠지?" 


아이는 돌려 말한 것도 제대로 딱 알아듣는다.


"얼마 안 남았는데, 지금 공부를 왜 안 하니? 그 점수로 서울에 있는 대학 갈 수 있겠어?" 

 

이 말 때문에 아이는 화가 나고, 공부가 더 하기 싫어지고, 엄마가 미워 죽는다.

에라 모르겠다. 지금까지 쌓은 공부 탑을 그냥 확! 쓸어버리고 싶어 지는 거다. 


그뿐인가!  


세 문제를 맞혀서 한 등급을 올린다? 

사실 탐구과목 같은 경우, 만점을 받으면 1등급이지만, 한 문제를 틀리면 4등급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딱 한 문제를 틀릴까 봐 떨고 있는 아이들에게 열심히 하라는 말이 얼마나 잔인한가 말이다. 

그 한 문제가 합격을 좌우하는 게 수능이다. 

그러니까 만점을 받은 아이들이 이구동성 하는 말이 '운이 좋아서' 만점을 받았다고 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도 2019년도 수능을 볼 때, 1교시 국어시험을 보다가 재수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 해 국어문제가 너무 어려워 뉴스에까지 나올 정도였다. 1등급 컷이 84점. 

평소 국어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도저히 문제가 너무 어려워 그저 멍하기만 했다는 거다. 

시험지를 덮고 나와버릴까 하다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끝까지 시험을 봤다고 한다. 

다 끝날 때까지 아무 생각하지 않고 시험에 임할 수 있었던 것이  

어쩌면 평정심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운 좋게 좋은 점수를 얻었다고 우리 아이는 말한다. 


그러니까 수능은 하루를 견딜 수 있는 체력과 평정심으로 보는 시험인 거 같다. 

농담으로라도 지금 공부해서 한 두 문제를 더 맞으라고 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안 될 것이다. 

그보다는 좋은 음식을 먹이며 사랑받고, 응원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게 해 주고

따뜻한 눈빛으로 수시로 밀려오는 마음의 파도를 잔잔하게 가라앉혀줄 수 있다면, 좋겠다. 


수험생 엄마들은 수능 한 달 전이면 지나가는 벌레도 못 죽인다. 

갑자기 시어머니도 사랑하게 된다!  


그냥 수능날까지 아~~ 무 일 없이 고사장에 들어가고, 수능 시험 다 보고 걸어 나오면 좋겠다고 

다들 그게 소원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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