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죽음

개와 산책하는 여자 정미현 5.

by 임지원

5.

요란한 벨소리에 잠이 깼다.

천근만근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갔다. 거실 벽 현관 모니터에 누군가 서 있다.

선영 씨다.


“무슨 일이에요?”

“아, 집에 있었구나. 저 김선영이에요. 놀이터 친구 기억나죠?”

“네...”

“커피 한 잔 할 수 있어요? 할 얘기가 있어요.”


문을 열어주었다. 선영 씨가 문 앞에 서 있다. 왠지 반갑다.

선영 씨 손에 들린 종이가방을 받았다. 안에는 커피와 샌드위치가 들어 있었다.


“같이 먹으려고 사 왔어요.”


생각보다 입소문은 빨랐다. 그 시간 카페에 생각보다 손님들이 많았고,

사고가 수습되는 과정에서 누군가 촬영한 영상까지 인터넷에 올라와 퍼져나갔다.


“카를로... 사고 난 거 들었어요. 미현 씨, 괜찮은 거예요? 안색이 안 좋아요”

“우리 집은 어떻게 알았어요?”

“동 아니까 편지함 뒤졌어요. 정미현. 이름도 아니까”

“탐정이네.”

“사실... 나 사과하러 왔어요. 무릎 꿇어야 할지도 몰라요...”

“무슨 말이에요?”


선영 씨는 자신의 에코백에서 봉투를 꺼내 나에게 건넸다.


“우리 선주가 친구 생일날 그 집 앞에서 택배기사한테 받았데요. 집 앞에 두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게 됐나 봐요.”


사진 속에는 그와 나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카를로까지.


“우리 애랑 그 집 애랑 예전엔 친했어요, 그 집에도 놀러 가고 했으니까 다혜 아빠를 알아보고는...”


언젠가 카를로와 나간 산책길에서 선주라는 아이를 본 적이 있다. 학교에 있을 시간인데,

단지 내 벤치에서 졸고 있었다. 걱정이 됐다. 아이를 깨워 학교로 데려다주었다. 멍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어떻게 부자가 됐냐고 묻던 그 아이. 왜 힘든지 어쩌면 알 거 같았다. 마음이 아팠다.

친구가 없어 늘 외로움을 타던 현수가 생각났다.


“미현 씨, 그 애가 우리 선주 많이 힘들게 했어요. 그 아이 맘 아프게 하고 싶었나 봐요.

그러면 안 되는데 그 사진을 친구 몇 명이 있는 톡 방에 올렸어요. 다혜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그래서 이런 일까지 생겼나 봐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미현 씨”


“선주 알아요. 그 나이 때 아이들이 참... 힘들어요.”

“미현 씨한테 카를로가 많이 특별했다는 거 아는데...”


“선영 씨는 나 비난 안 해요? 상간녀 싫잖아요, 다들 손가락질하잖아요."


"이유가... 있었겠죠."


선영 씨와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앉아 있었다.

그러다 선영 씨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나 동주 기르면서, 육아 우울증이 너무 심해서... 거의 미쳐있었어요.

선주가 초등학교 5학년이었는데, 어느 날 아이가 생리를 시작한 거예요.

출산하면서 동주 키우면서 겪은 일들이 막 떠오르면서 내가 애를 막 때렸어요.

왜 여자로 태어났냐고... 미현 씨, 우리 선주 용서해 줘요.”


선영 씨는 또 눈물을 흘린다. 카페에서도 울고, 놀이터에서도 울고, 이제 남의 집에서도 운다.

분명 그녀의 남편은 착할 것이다. 좋은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내의 눈물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건 마치 빵이 히말라야 등반을 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그녀의 눈물을 보자 어쩌면 이 울보 아줌마에게는 나의 진짜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영 씨, 나도 아들이 있었어요. 그 아이는... 6년 전에 죽었어요."


선영 씨가 한숨을 쉰다. 아랫입술을 깨문다.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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