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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카리 Nov 02. 2021

심심할 땐 이벤트를 해보자

나는 사실 기획자가 적성에 맞았을까?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이벤트 이름을 정했다.


잘 지내고 있죠?


이벤트 이름은 바로 이거다!



제주에 (아직) 친구가 많지 않아, 주말에 같이 놀자고 부를 사람이 없다. 어렸을 때처럼 학교라도 다닌다면, 주변에 부담 없이 부를 친구들이 많았을까? 입사하고 나서, 그리고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는 혼자 노는 게 일상이 되고, 한편으로는 그게 편해졌다.

음... 그래도 혼자는 심심하다.


나는 심심해지면 큰일 나는, 심심하면 가만히 있지 못하는 병에 걸린 것 같다. 심심함을 이겨내기 위해 머리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린다.


오! 마침 회사에서 새로운 서비스의 홍보 목적으로 무슨 이벤트를 했는데, 직원들한테 선물을 2만 원 어치 제공해준단다! 공짜로 2만 원이 생겼다. 이걸로 무엇을 해볼까?

사실 2만 원 선물을 혼자 꿀꺽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퍽 심심했던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2만 원을 쥐어짜고 다시 우려먹으면서 즐거움을 최대로 뽑아낼 거다!


이벤트로 상품을 얻었으니, 친구들이랑 이벤트나 해볼까?



이벤트는 경품이지

일단 상품부터 골라본다. 2만 원으로 얼마나 뽑아낼 수 있을까? 몇 명한테, 무엇을 줘야 받는 사람도 기분 좋게 받을 수 있을까? 그래도 1등은 좀 커야 유인책이 되지 않을까?

1등은 1만 원 상품권! 2등은 무난한 커피 교환권, 3등부터는... 작지만 기분은 좋도록 달콤한 게 어떨까? 그래서 완성된 경품 목록.

- 그대가 원하는 것 무엇이든 구매할 수 있는 상품권 1만원권 1명�
- 기프티콘의 최강자,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1명☕
- 곧 빼빼로데이인데, 그럴 리 절대 없겠지만 혹~시나 못 받을까봐 빼빼로 2명�
- 오늘 이거 받으면 사람들이 나한테 반하나? 바나나맛 우유 1명�
- 이 기회에 제주도나 한 번 가나? 가나초콜릿 1명�
- 이거라도 받는 게 어디야, 새콤달콤 1명�

이번에 알았는데, 이름을 귀엽게 지으면 작은 선물이라도 좋아하는 것 같다. 이게 마케팅인가?!

(조금 부족한 것 같아서, 집에 있는 모바일 상품권, 자비로 산 아이스크림 교환권을 더 준비했다.)


이벤트는 재미지

이벤트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어야 재밌다. 너무 어렵거나 노력이 많이 드는 이벤트는 안된다.

의미가 있는 이벤트였으면 좋겠다. 참여하는 사람도 즐거움을 느끼고,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맨날 똑같은 일상에서 재미를 얻을 수 있게!


재미와 간소함을 섞다 보니 선택한 것은, 객관식 문항 하나와 주관식 문항 하나다.

1. 이름
2. 잘 지내고 계신가요? (객관식)
  ㄴ 그럼요! / 그럭저럭 / 아니요, 별로...
3. 근황이나 하고 싶은 말 아무거나 적어주세요! (주관식)


퇴근하자마자 이벤트를 준비했는데 어느덧 잘 시간이다. 있는 창의력 없는 창의력 끌어내다, 눈이 감기길래 문득 시간을 보니까 벌써 이렇게 됐네? 부랴부랴 마무리하고, 내일 이벤트를 시작할 설렘으로 꿈나라에 갔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다음 날 아침,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단체 카톡방에 홍보를 시작했다.



24시간 동안 참여한 사람은 32명.
적당한 것 같다. 너무 많으면 못 받는 사람이 많아 안타깝고, 너무 적으면 아쉽다. 흐뭇하게 설문 마감을 누른다.

자, 이제 사람들의 근황을 한 번 볼까...


- 이벤트 장인 바카리님^^ 덕분에 오늘도 웃으면서 시작해요~!
- 최근에 퇴사를 하고 오랜만에 드디어 드디어! 집에 갑니다 소리 질러 ��������
- 이게 뭐지 싶었는데 바카리님 답게 재밌는 일 기획하였네요 ㅋㅋㅋㅋ 즐거움 찾아나가시는 모습 항상 멋져요..!
- 바쁨
- 근황을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제 근황은 별 게 없지만 들어주셔서 감사하구요.
- 제주도에 곧 감귤 나온다던데
- 바카리님의 심심하지만 알찬 하루하루를 응원합니도오~~!!!


단 두 글자에서, 두 문단에 이르는 장문까지. 가지각색의 근황과 아무말이었다.

... 너무 재밌다...!


찬찬히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났다. '가볍게 시작했는데, 이렇게 재밌어도 되나?'

너무 고마워졌다. 갑자기 해달라는 설문도 이렇게 열심해 해준다고? 나는 참 복 받았다. 이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으니까.


잘 지낸다는 사람이 많았다. 주관식에 부정적인 이야기를 적었어도, 잘 지낸다고 응답하는 것도 재밌었다.
주관식 응답(중복 분류). 다들 어떻게 지내나 궁금했는데, 이렇게 얘기해줘서 고마웠다.


상품을 모두에게 줄 수 없어서 아쉬웠다. 그나마 다행인지, 열심히 써준 사람 중에 상품을 받은 사람이 많았다. (내심 열심히 한 사람에게 복이 있길 바랐다) 상품 못 받았지만 '이건 안 줄 수 없어'하는 설문을 해준 분께는 따로 다른 걸 챙겨 드렸다. 상품 증정 끝!

그럼에도 근황을 들려준 사람에게 답장이 없으면 예의가 아니다. 정성을 담아 답장을 돌렸다. 참여해줘서 고맙다고, 난 이렇게 산다고.


사실 그동안 연락 못 했던 지인에게 말 한번 걸고 싶어서 핑계 삼았던 이벤트다. 비록 카톡뿐이었지만, 이렇게 연락 한 번 하니 기분이 맹맹~한 게 부드러이 좋다.



앞으로도 종종 해볼 예정이다. 고작 2만 원에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다니!

다음엔 어떻게 재밌게 놀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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