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끼리 첫 방학

by 동그라미

그리하여 복직 후 처음으로 아이들끼리 보내는 방학을 맞았다. 가장 걱정이 되는 건 역시나 밥이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지만 아직 불과 유리로 된 식기를 사용하는 것이 불안했다. 다행히 아이는 두살터울 동생과 함께 외식을 하러 나가는 걸 즐겼다. 이따금 차로 20~30분 거리에 있는 애들 아빠도 점심을 챙기러 들렀다. 시간이 넉넉치 않아 늘 주먹밥이었지만 그래도 아빠가 와서 가끔 점심을 챙겨주니 나름 마음이 든든했다.


본죽과 잔치국수, 쌀국수집이 주 메뉴다. 동네 본죽은 애들이 워낙 좋아하는 메뉴였고 사장님도친절하신 분이라 둘이 하나를 시켜도 눈치주지 않고 아이들을 살뜰히 챙겨주셨다. 쌀국수집도 단골이긴 하지만 워낙 장사가 잘 되는 곳이라 눈치가 보이긴한데, 둘이서 하나 시켜 먹기에 성공은 한 모양이다. 옛골이란 잔치국수집에서는 냉면을 한그릇 시켰더니 김밥을 서비스로 줬단다. 한번도 뵙지 못한 사장님이 얼마나 고맙던지. 며칠 전 아이들 점심을 예약하러 동네 백반집에선 아이들만 간다는 말에 자리가 없다며 대답도 하기 전에 전화를 뚝 끊었는데....


걱정과 달리 아이들은 엄마 잔소리 대신 학원을 돌며 방학을 잘 보내고 있다. 학교에 다닐 때보다 엄마의 부재가 더 많이 느껴지기는 하는지 퇴근 후 엄마를 유난히 더 반갑게 맞아주기는 하지만 큰 불편함없이 방학을 즐기는 모습이 기특하기만하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겨울 방학이 되기 전까진 집밥을 스스로 차려 먹을 수 있도록 함께 밥 차리는 연습을 많이 해봐야 겠다. 복직 후 아이들은 순조롭게 둘이서기를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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