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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진 Nov 18. 2021

세상은 원래부터 불공평하다.



 성경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이 여행을 떠나면서 종들을 차례로 불러 각자의 능력에 따라 어떤 종에게는 다섯 탈렌트, 다른 종에게는 두 탈렌트, 또 다른 종에게는 한 탈렌트를 주고 여행을 떠났다.

어렸을 때는 관심도 없던 성경 말씀이었고, 머리가 크면서는 이 부분을 읽으면 의문이 생기고 이해가 되질 않았다. 신은 왜 누구에게는 더 많은 탈렌트를 주시고, 다른 사람에게는 겨우 한 탈렌트만 주셨을까. 왜, 왜, 도대체 왜??????

그래서 누구는 태어나기를 재벌 2세로 태어나고 다른 누군가는 아프리카 오지에서 태어나자마자 굶어 죽는 것인가? 이게 신이 정해놓은 것이란 말인가? 

세상에 이런 게 어딨어.


그럼 나는 그래도 아프리카 오지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으니 그들보다 더 많이 받은 것일까? 내가 그들보다 많은 건 (나도 많다고 할 수 없는 아주 약간의) 물질? 먹을 양식과 입을 옷 정도.. 


이야기는 이렇게 이어진다.

다섯 탈렌트를 받은 종은 곧 가서 그 돈을 활용하여 다섯 탈렌트를 더 벌었고, 두 탈렌트를 받은 이도 그렇게 하여 두 탈렌트를 더 벌었다. 그러나 한 탈렌트를 받은 이는 물러가서 땅을 파고 주인의 그 돈을 숨겼다.


자 그런데 여기서 내가 간과했던 아주 중요한 것이 있었다.

주인이 여행을 떠나며 탈렌트를 그들에게 준 것이 아니라 맡겼다는 것이다.


주인이 돌아왔을 때, 다섯 탈렌트를 받은 이는 주인에게 다섯 탈렌트를 더 바치며, '주인님, 저에게 다섯 탈렌트를 맡기셨는데, 보십시오, 다섯 탈렌트를 더 벌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주인은 그 종을 칭찬하며, '잘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이제 내가 너에게 많은 일을 맡기겠다.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라고 말했다.


두 탈렌트를 더 벌어서 돌려드린 종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주인이 주신 탈렌트를 불리지 않은 마지막 종은 가진 것 마저 빼앗기고 바깥 어둠 속에 내 던져졌다.


잠시 살다가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그것들을 아주 잠깐 맡았을 뿐이다. 우리의 재능(탈렌트)를 이용해 더 풍요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며, 다시 세상에 환원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다섯 탈렌트로 열 탈렌트를 만든 종은 그것을 주인(세상)께 돌려드리고, 그것은 내 능력만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주신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게으르고 쓸모없는 인간으로 사는 것은 죄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가 받은 탈렌트의 종류는 참 다양하다. 내게 있는 것이 네게는 없을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다른 능력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서로서로 돕고 나누라는 의미도 들어있는 것 같다. (말이 쉽지 실천하기는 정말 어려운 이야기이다.)


지극히 인간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면 세상은 원래부터 공평하지 않다. 

그런데 이 부분은 우리가 어찌 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기에 나는 내가 무엇을 받았는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당시 탈렌트 단위는 굉장히 큰 금액이었다고 들었다. 분명 우리는 많은 것을 받았다.


요즘 집안 정리를 하면서 입을 옷이 너무도 많고, 사두고 펴 본 적도 없는 책들은 또 왜 이렇게 많은지 나 스스로에게 한숨이 나왔다. 내가 건강하게 소식하며 감사하게 먹을 하루 양식은 정말 조금이면 되는데, 뭘 그렇게 사다 놓았는지, '저걸 빨리 먹어야 상하지 않는데..' 이런 생각은 수도 없이 했으면서도 또 쌓아둔다.


한 탈렌트를 받은 종도 엄청난 양의 금액을 받은 것이라는데, 이런 물건들을 쟁여 두고 쓰지도 않는 나의 모습이 저 종의 모습과 참 닮아 있다. 물론 나는 한 탈렌트를 더 벌어서 두 탈렌트를 모두 주인께 드릴 마음의 여유(?)는 아직 없다. 하지만 더 많은 것을 받기 위해, 속내는 더 많은 탈렌트를 받아서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지식과 재능, 물건뿐만 아니라 가장 본질적인 사랑과 이해, 넓은 마음까지 나누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 깨달았다. 내가 손안에 무엇인가를 쥐고 놓지 않을 때, 내 것을 꽉 잡고 있을 때 그 손으로는 아무것도 받을 수가 없다. 

(요즘 유튜브만 보더라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아낌 없이 나누어주는 분들이 흥하시더라.)







사람은 빵 만으로는 살지 않는다고도 하셨는데, 정말 단편적으로 봤을때는 이해가 가지 않지만 재벌 2세에게는 없는 것이 아프리카 오지의 아이들에게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경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사랑'이다. 실은 누구나 가장 필요로 하는 것도 사랑이다.

나를 사랑하기에 좋은 것, 좋은 집을 갖고 싶은것이고 

사랑받고 싶어서, 그 좋아요가 뭐라고 그렇게들 인스타 피드에 사진을 올리는 것 아닌가? 


아프리카의 아이들은 우리보다 더 큰 신의 보살핌을 받고 있을 수 있다.

넘쳐나는 가운데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신의 사랑을 더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많은 탈렌트를 받은 우리는 그것을 주인께 돌려드려야 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렇게 되면 세상은 조금 더 공평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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