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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그네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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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놀 Jan 21. 2022

무지개 젤리

옥희 이야기


무지개 젤리  

   

분홍집은 밤이 되면, 전구가 반짝였지 색종이도 팔고 도화지도 팔고 종이인형도 팔았어

버드나무 한 그루, 그 아래 평상이 있어 노인부터 아이까지 분홍집에 모여들었지

     

분홍집에선 무지개 젤리를 팔았어

젤리들이 가득 들어있는 진열장에 매달려

이 맛 저 맛 혀 위에 올려놓고 눈을 감고 상상했지 아줌마가 재촉하면

달팽이 젤리를 고르고는 후회했어 아, 무지개 젤리를 고를 걸

    

달팽이 젤리는 물컹했어 젤리는 좀 탱탱해야지

다음엔 무지개 젤리를 달라고 해야지 생각했지만

다음번에도 달팽이 젤리를 고를 걸 알고 있었지

무지개 젤리는 너무 예뻐서 못 먹겠는 거야, 너무 작기도 하고

     

달팽이 젤리는 만만했거든 젤리라도 만만해야 살지, 젤리마저 어려우면 어떻게 살겠어

엄마가 그랬어, 만만한 거 고르라고 친구도 마찬가지야 버거운 애랑 놀려고 애쓰지 마

만만한 애랑 놀아 너무 드세도 안돼, 치여 너무 예뻐도 안 돼, 네가 묻혀

만만한 애랑 놀아 공부를 너무 잘하는 애도 좀 그래, 만만한 애  

   

저번에 구구단 못 외워서 같이 남았다던 그 애, 그 애랑 놀아 분홍집 딸  

    

만만했던 그 애랑 만나서 한종일 달달한 젤리를 입에 물고 놀고 싶어

언제든 달달한 젤리를 함께 먹어줄, 만만한 그 애와 무지개 젤리를 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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