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이 퇴출되던 그해 우리는

시, 사이와 차이

명왕성이 퇴출되던 그해 우리는     

명왕성이 퇴출되던 그해 우리는          

그해 우리는

일요일로 시작했다     

사담 후세인이 교수형에 처해지는 것을 보았고, 아베 신조의 취임 장면을 보았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산불, 교통사고, 반정부 시위, 압사 사고, 서울 메트로 파업과 철회, 무슬림의 방화와, 새만금사업의 합헌 결정, 한나라당의 공천 비리 관련 고발, 한라산 분화구에 산사태 발생,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 바그다그를 깜짝 방문하는 모습,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공습했다는 소식과 북한의 핵실험 장면을 보았다          

시리얼에 하얀 우유를 부으며, 노릇하게 구운 삼겹살과 묵은지를 돌돌 말아먹기도 하며 고등어구이와 오이냉국이 궁합이 잘 맞는다며 가시를 발라내는 중에, 가끔은 두꺼운 샌드위치를 입을 크게 벌려 먹는 중에도 이 많은 뉴스들과 함께 했다  

그리고          

명왕성이 퇴출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행성의 정의를 새롭게 했기 때문이란다

해왕성 궤도 바깥 천체 중에 가장 밝건만…

플루토란 이름이 문제였을까, 저승의 신이니

아니면 태양과 반해서 시계 방향으로 돌아서일까?     

그렇게 명왕성은 퇴출됐다          

비슷한 시기 즐겨가던 떡볶이집이 문을 닫았고, 집수리의 모든 것을 책임지던 철물점도 자물쇠만 굳게 걸렸고, 거의 모든 구멍가게가 편의점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와중에 

134340이란 낯선 번호를 받아 든 플루토를 위로했다

지구에서도 수많은 134340이 탄생하고 있으니

동병상련이라며 토닥거렸다    

지금 우리는

간간이 명왕성 복원에 관한 소식을 듣고 있다

문 닫았던 떡볶이집은 청년다방이란 간판을 내걸고 다시 시작했고, 철물점은 집수리 닷컴으로, 편의점은 종류가 더 다양해져 이마트와 홈플러스도 함께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그해 우리는 

많은 일을 겪었지만     

아직 잘 살고 있고, 그해와 비슷한 2022년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