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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그네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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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놀 Mar 24. 2022

비상구는 없어, 아니 있어



비상구는 없어, 아니 있어


           

그 애의 하얀 손목에 화살표가 그려져 있었어

“비상구야”

속삭이던 그 애에게 반해

졸졸 따라갔지

비상구를 따라 탈출하는 것처럼

강아지 마냥 졸졸  


운동장에 앉아 

그 애는 내 손목에

빨간 화살표를 그려주었어

“됐다, 비상구야”

종이 치는 줄도 몰랐어

우린 그날, 교실 청소하고

비상구도 잃었지     


“빡빡 문대 닦아라! 비상구는 없다! 알겠나?”     


비상구를 없애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저물도록 문방구 앞에 쪼그리고 앉아

지워버린 비상구를 다시 그렸어

빨갛게 살아나는 비상구처럼

우리들의 볼도 노을처럼 물들었지

까르르 웃으며 빨간 화살표가 그려진 손목을 맞대고 


맹세했어, 영원하자고   

  

도망치고 싶을 땐

손목에 비상구를 그려

잊어버리고 싶을 때도,

부끄러움에 온몸을 감추고 싶을 때도

배고파도, 외로워도

비상구를 그려


비상구는 있어     

화살표만 따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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