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이미지 투데이
비 내리는 골목길
비 내리는 골목길에서 짜장면 냄새가 나면 이유 없이 배가 고팠다
비 내리는 골목길을 바라보며 비 노래를 뽑아대는 시간만큼
골목길에 물이 차올랐다
비만 내리면 골목길에 물이 찼는데,
해가 뜨면 그 많던 물이 어디론가 가 버린다
비의 전생이 해였던 것처럼
비는 해가 되고, 해는 비가 된다
전생을 오가는 그들이 부러웠다
비 내리는 날엔 나의 전생이 궁금해진다
비였기를 바랐다가, 해였기를 바랐다가, 짜장면이어도 좋다고
쏙 들어간 배꼽을 만지며 깔깔 웃는다
기름에 빠졌던 것들은 상하지 않는다
짜장면은 상하지 않는다고 앞집 사는 경혜를 몰아붙였다
A=B의 공식으로 말하면 이길 수 있다는 오빠 말이 맞았다
전교생과 붙어도 이길 것 같았다
비 내리는 골목길은 심심과 무심을 버무려 그려놓은 그림처럼
그렇게 어린 나의 창문을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