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직접 키운 작물은 더 건강할 거야 - 쌈

서른에 만난 엄마의 텃밭 6

by 소라

외가집의 밭

외할아버지는 군대를 제대하고 농사일을 하며 살려고 했다. 외할아버지의 적성에 맞아서였는지, 장손으로써 물려받는 땅을 놀리고 싶지 않아서였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막상 농사일을 하려다 보니, 외할아버지에게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농약을 맡으면 숨이 가빠지고 호흡곤란이 오는 농약 알레르기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 외할아버지는 임용 시험을 봐서 국어선생님이 되셨다. 하지만 그 후에도 외할아버지는 작물을 키우는 일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으셨는지, 밭을 열심히 가꾸셨다. 외할아버지의 밭에는 농약을 먹지 않고 자란 음식들이 널려있었다.

외할아버지는 선생님 월급으로만 5남매를 키우기 어려웠다. 5남매는 중학교, 고등학교 때부터 큰 도시인 대전이나 공주로 유학을 갔다. 외가집은 논을 빌려주고 쌀을 받아 자취 비용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밭에서 자란 작물은 외가집 식탁에 올라왔다. 엄마는 어릴 적 부모님을 따라 밭일을 도왔던 추억을 가지고 있다. 집에서 키운 작물들의 모양은 못생기고 제각각이었다. 외가 식구들에게 농사일은 생계이자 생활이었다.

쌈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지금도 부여집에 딸린 밭에는 각종 채소가 자란다. 엄마가 가장 애정 하는 작물은 상추이다. 엄마는 상추에 쌈을 싸 먹는 재미로 밥을 먹는다고 했다. 식탐이 없는 엄마는 밥 먹는 걸 귀찮아한다. 하지만 쌈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고 했다.

큰외삼촌의 추천으로 아직 마늘 알이 열리지 않은 마늘도 뽑아다가 쌈에 넣었다. 마늘이 열리는 뿌리 부분과 줄기를 함께 먹는 것이다. 중학생 정도의 입맛을 가진 나는 먹지를 못하지만, 마늘이 열리기 전의 마늘은 연한 마늘의 맛이 난다고 했다. 엄마는 쌈의 맛이 아니라 쌈 싸는 행위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다행히 엄마가 애정 하는 상추는 금방금방 자라서 엄마가 먹을 양이 충분했다. 상추가 잘 자라는 작물로 유명하다던데, 역시나 내가 부여에 내려가 있는 2박 3일 동안 상추는 매일 뜯어도 내일 가면 또 자라 있었다. 내가 부여에 오고 엄마는 나를 상추 당번으로 부려먹었다. 상추는 다루기 쉬운 작물이라 그것만 시켰는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내게 쑥갓도 뜯어보라고 하며 방법을 알려줬다. 새순을 다치지 않게 큰 잎만 먹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새순과 큰 잎이 같이 있어서 도저히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더라. 엄마는 나의 입력 오류를 발견하고 상추 수확만 맡겼다.


엄마는 나에게 빨간 장화를 신겼다. 나는 장화가 꽤 맘에 들어서 장화가 조금 나오게 밭의 사진을 찍어 언니에게 보냈다. 언니도 ‘예쁜 장화 신었네~’라며 나와 같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시골 사람이 다 된 엄마는 패션 때문에 장화를 신긴 게 아니었다. 유기농 상추 주변에는 벌레도 꽤 있었기에 장화를 신고 가서 상추를 뜯으라는 것이었다. 벌레를 무서워하는 내가 안 뜯겠다며 징징거릴까 봐 미리 준비한 것이다. 엄마는 계획이 다 있었다.


칼로 상추 줄기를 자르면 투명하면서도 하얀 물이 찔끔 나왔다. 식물이 살아있다는 증거 같았다. 엄마는 이 진액이 말라서 시중에 파는 상추의 줄기 끝이 갈색으로 변하는 거라고 말했다. 그래서 엄마 그것을 알고 있기에 상추 끝을 자르지 않고 먹는다고. 내가 자른 줄기는 또 자라서 상추 잎이 되었다. 너무 작은 잎은 더 자라게 놔두고 큰 잎만 뜯었다. 큰 잎이라고 해봤자, 시중에 파는 것처럼 손바닥만 한 크기는 못되었다. 엄마는 손가락을 뺀 손바닥만 한 크기라고 말했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직접 기른 상추는 시중에서 사 먹는 것보다 연하고 부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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