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에서 밥을 꽤 많이 해 먹는 자취생이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주말에는 거의 해 먹었고, 평일에도 두 번 정도는 해 먹었다. 용산의 6평짜리 분리형 원룸을 선택한 이유도 음식을 할 때 냄새가 침대와 옷에 베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그만큼 집을 고를 때 요리할 수 있는 주방은 나에게 중요하다.
집 근처에 꽤 큰 마트와 시장이 있어서 요리를 좋아하는 나에게 정말 행운이 일이다. 제철음식을 사다가 해 먹기 편할 것 같다. 나는 계절마다 먹어야 하는 제철음식을 챙겨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사를 하기 전부터 고대했다.
내가 해먹은 제철음식
나에게는 주방용품이 꽤나 많다. 자취를 하면서 하나둘씩 늘어나서 지금은 없는 게 없을 정도이다. 자취를 처음 시작할 때에는 밥솥만 사고 부모님 집에서 식기를 가져왔었다. 지금은 전자레인지와 에어프라이어 같은 가전제품과 치즈 그라인더, 양념 솔, 실리콘 스페튤러 등 일상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 도구도 생겼다.
컵은 예쁜 것을 사기도 하고 특히 주종별로 샀다. 와인잔도 기본 잔, 샴페인 잔, 작은 잔 등 여러 종류를 가지고 있다. 접시도 친구들이 선물해 주기도 하고 엄마 집에 없었던 사각 접시, 간장종지 같은 것도 샀다. 그래서 주방 살림이 꽤 많고 정리하는데 어려움도 있다.
이사를 가면 주방은 따로 생기고 싱크대가 넓어진다. 수납공간도 더 늘어난다. 그래서 나도 정리도 잘하고 예쁜 주방을 만들어야겠다는 기대를 했다.
나에게 주방용품 욕심이 많은 지 몰랐는데 주방용품을 제일 많이 산 것 같다. 게다가 아직도 사고 싶은 게 많이 남았다. 어쩌면 내가 제일 많은 활동을 하고 신경 쓰고 있는 게 주방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침실도 중요하지만 침실에서는 누워있는 것 이외의 다른 활동은 잘하지 않는다.
오래 살 생각으로 이전에 주방에서 불편했던 것들은 해소하려니 이것저것 사게 됐다. 항상 냉동실 문이 잘 안 닫힐 정도로 꽉 찼던 냉장고는 냉동실 용량이 좀 더 큰 것으로 샀고, 예쁨도 포기할 수 없어서 노란색이 들어간 아이로 골랐다.
냉장고
냉장고가 들어오니 한층 화사해 보인다.
이 집에는 가스레인지가 없어서 인덕션을 구매했는데, 인덕션이 얇아서 받침도 원목으로 따로 맞췄다. 그리고 기존에 쓰던 하이라이터는 검은색이라 흠집 나고 눌어붙은 것들을 방치했었는데, 하얀 인덕션을 사면서 위에 까는 인덕션 매트도 샀다. 인덕션은 예쁜 걸 제일로 따져서 샀다. 그리고 비주얼이 너무 만족스럽다. 성능은 잘 모르겠다. 소음이 좀 있는데 다른 인덕션을 안 써봐서 비교할 수가 없었다.
인덕션과 인덕션 용품들
요리할 때마다 수저나 국자, 뒤집개 등 조리도구를 그냥 싱크대에 올려놓고 매번 닦았었는데 이사하면서 조리도구와 냄비 뚜껑을 놓을 수 있는 받침대도 샀다. 역시 조금 비싸더라도 예쁜 걸로 고르고 골랐다. 조리도구 걸이도 사고 접시와 프라이팬을 정리할 수 있는 정리대도 구매했다. 밑에 깔린 접시를 꺼내려고 모든 접시를 꺼내는 귀찮은 일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조리도구 받침대와 조리도구 걸이
그릇 정리대
후라이팬 정리대와 그릇 정리대
양념통을 놓는 선반도 샀다. 원래 2단짜리 컵을 올려놓는 스테인리스 선반에 양념통을 놓았는데, 2층에만 양념통을 올려놓고 다 못 올리면 옆에 놓는 나를 발견했다. 요리하면서 밑에 칸까지 찾아서 놓지 않고 손 닿는 대로 빨리빨리 내려놓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단으로 된 선반을 샀다.
양념통 정리
음식을 하는 것에는 설거지도 매우 중요하다. 식기 건조대를 항상 스테인리스로 된 걸 썼었는데, 녹이 안 슨 적이 없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건조대를 검색해봤는데 다 단점이 있었다. 플라스틱으로 된 건조대는 물때가 잘 낀다. 매트 건조대는 공간 차지를 많이 안 하지만 역시 물때가 끼고 접시들을 세워 놓을 수가 없다.
한참 검색을 통해 스테인리스 중에 특히나 녹이 안 스는 재질로 만들었다는 제품을 발견했다. 같은 재질이지만 브랜드마다 가격이 달라서 그나마 저렴한 곳의 제품을 구입했다. 식기건조대계의 샤넬이라는 제품은 10만 원도 넘었다. 나는 가성비가 좋은 상품을 선택했다. 이 제품은 제발 녹이 안 슬기를 바란다.
식기 건조대
지금은 선물 받은 주방세제가 있어서 쓰지만, 나중에는 고체로 되어있는 설거지 바를 사용하고 싶다. 설거지 바는 장갑을 안 껴도 될 정도로 피부에도 좋고 친환경이라고 들었다. 진짜 살 게 많다.
내가 주방용품의 구매를 꼼꼼히 따지고 이유를 붙이는 것은 그만큼 요리과정이 편한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요리하는 과정이 불편하면 잘 안 하게 된다. 요리는 내 취미 중 하나여서 취미용품을 사는 것과 비슷한 행동으로 보면 된다.
한창 혼술을 좋아할 때는 안주를 만들어 먹으려고 요리를 많이 했었다. 지금은 건강 때문에 혼술을 안 하려고 노력하는데, 건강 때문이라도 요리는 해야 한다. 나는 2년째 건강검진에도 공복시혈당장애라는 판단을 받았다.
저체중인데도 혈당이 높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시중에 파는 샐러드를 먹자니 살이 빠질까 봐 걱정이다. 당의 원인이 되는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과 지방을 높이는 방법으로 당을 조절해보기로 결심했다. 나에게 맞는 식이조절을 하기 위해서는 밥을 해 먹는 방법밖에 없다.
밥 대신 샐러드를 먹는데, 고기를 빠트리지는 않는다. 소고기도 많이 먹고 삼겹살을 구워서 밥 없이 쌈에 싸 먹기도 한다. 단백질 보충을 위해 달걀과 우유도 항상 채워놓는다.
탄수화물을 뺀 식사
올해에는 꼭 정상 혈당이 되기를 바라면서 예쁜 주방에서 콧노래를 부르며 요리를 해야겠다.
하지만 문제는 싱크대가 넓어지니 시도하고 싶은 것도 많다. 탄수화물을 줄이기로 마음먹었는데, 쉽지가 않다. 이것저것 해 먹다 보니 탄수화물도 술도 줄이기가 힘들다. 그래도 분식집에서 사 먹는 것보다는 건강하겠지.
이사하고 해먹은 음식들
음식을 하면서 영상을 찍어서 유튜브에도 올렸다. 기록하는 것은 나의 습관인 것인가. 나는 끊임없이 내 기록을 남긴다. 이것들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10년 뒤에나 알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