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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만원으로 시작된 애착노트북과 5년의 이야기

전공의가 공학박사가 되기까지, 한 대의 노트북이 지켜본 성장기록

by 의사과학자 류박사 Jan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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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거운 노트북과 가벼운 새 출발 】


병역판정전담의사로서 역종분류 발표 후, 입영일에 맞추어 이사 준비를 슬슬 시작했습니다. 근무지는 전국 8도에 어느 곳이 될 지 육군훈련소에 입소한 뒤에 정해진다고 전해 들어서 어느 지역에서 근무하게 될지는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사를 하게 된다면 가장 필요한 물품이 무엇일까 고민해 보았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던 집에는 제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이미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더 살 물품은 없었지만, 노트북을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공의 시절에 제가 쓰던 노트북은 의과대학 시절에 구매하여 계속 쓰던 것이었고 무게가 3kg 정도였습니다.


전공의 신분으로 학회 활동에 참석할 때 컴퓨터가 꼭 필요했기에 그 노트북과 함께했습니다. 하지만 구매한 지 10년이 넘는 노트북이다 보니 사용하다보니 문제들이 발생했고, 너무 무거운 노트북을 오래 들고 다니는 것은 힘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새 출발과 함께한 부모님의 선물 】


저는 전문의가 되고 나서도 지속적으로 공부와 연구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고 문서 작업을 할 수 있는 노트북이 필요했습니다. 이사 준비를 위한 몇 가지 물품들을 사기 위해 부모님과 함께 집 근처 이마트에 방문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진열된 상품 중에 가장 비싼 최신 기종을 구매해주려고 하셨지만, 저는 컴퓨터로 고성능 작업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문서 작업이 가능한 정도의 사양이면 충분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결국 60만 원대의 하얀색 노트북을 구매했는데, 업체 직원분은 이 제품이 신학기 학생들을 위해 출시된 모델이라 제가 하려는 업무에 적합할 거라고 추천해 주셨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지 5년이 넘었지만 앞으로 대학원 진학을 계획하고 있었기에, 학생용 노트북이란 말씀에 주저 없이 결정했습니다. 사실 저도 직장인 월급을 받는 전공의 의사로서 제 돈으로도 살 수 있었지만, 부모님께서는 꼭 사주시겠다고 고집하셨습니다. 마치 지방 학생이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면서 부모님께 노트북을 선물 받는 것 같은 설렘이 느껴졌습니다.



【 애착 노트북이 선물해 준 5년의 성과들 】


이 노트북과 함께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의 매일 붙어 다니며 동고동락하였습니다. 병역판정전담의사로 근무할 때도 사무실에 꼭 들고 가서 업무 전후로 자리에 앉아 공부를 했습니다. (사진 1) 심지어 회식에 갈 때도 백팩에 노트북을 담아 메고 다녔습니다. 언제 어느 순간에 화면을 펴서 설명해야 할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까요. 그 기간 동안 이 노트북은 저의 애착 노트북이 되었고, 이 노트북 덕분에 해왔던 일들을 생각하면 정말 저에게는 고맙고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앞으로 순차적으로 연재할 내용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저는 이 노트북 덕분에 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② 미국 의사 국가고시 USMLE 공부를 시작하여 Step 1까지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Step 2는 공부를 하다가 중단한 상태이긴 합니다.

③ 이 노트북 덕분에 병역판정전담의사 시절에 우리나라 평발 유병율에 관한 역학 연구논문을 작성하여 SCI 저널에 출판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가시적인 업적뿐만 아니라 저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기도 하고 재미있는 영화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추후에 풀타임 공학 박사 과정에 입학하고 나서도 약 1년간 이 노트북으로 여러 문서 작업과 분석 작업 등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60만 원의 금액적인 투자로 이런 일들을 할 수 있다면 정말 가성비 좋은 투자가 아닐까요?


사진 1. 바쁜 업무 중에도 틈틈이 꺼내든 하얀 노트북. 또 다른 꿈을 키워가던 순간들사진 1. 바쁜 업무 중에도 틈틈이 꺼내든 하얀 노트북. 또 다른 꿈을 키워가던 순간들



【 코로나 자가격리, 노트북과 함께한 7일 】


풀타임 연구원 시절, 아마도 전 국민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Covid-19에 저도 감염되었습니다. 혼자 자취하던 시기라 꼬박 7일을 단 한 번도 집 밖을 나가지 못한 채 모든 생활을 집에서 해야 했습니다.


전공의 시절과 연구원 시절 모두 병원 직원식당에서 점심은 물론 저녁까지 해결하곤 했었기에, 7일 동안 혼자서 식사를 만들어 먹든 배달을 주문하든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상당히 힘든 경험이었습니다.


그 시절에도 이 노트북이 제 유일한 버팀목이었습니다. (사진 2) Covid-19에 감염되었지만 하던 연구는 계속해야 했고, 덕분에 연구실 사람들과의 매주 정규 미팅도 화상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아프다고 쉬면 연구 일정이 한 주 늦어지는 것이었기에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연구는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었으니까요.


그 시절에 노트북으로 공부도 하고 연구도 하고 유튜브 영상들도 보면서 그렇게 힘든 시절을 보낸 기억이 있습니다.


사진 2. 집에서의 7일, TV와 연결된 하얀 노트북. 코로나 자가격리 중에도 멈추지 않았던 연구와 성장의 기록.사진 2. 집에서의 7일, TV와 연결된 하얀 노트북. 코로나 자가격리 중에도 멈추지 않았던 연구와 성장의 기록.



【 이별 후에도 남은 소중한 추억들 】


만약 노트북을 분실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보았습니다. 아마도 일주일간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클라우드 서비스로 주요 자료들이 백업되어 있다 하더라도, 애착물품이 사라졌다는 사실 만으로도 큰 실망을 하였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요즘 휴대폰이나 노트북에는 카드 결제 정보와 같은 개인정보가 너무나도 많이 들어있어 분실했다면 마음이 많이 불안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친구를 너무 혹사시켰는지, 5년이 지나자 속도가 많이 느려져서 새로운 노트북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저와 동고동락하며 정말 고생을 많이 한 친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자주 쓰지는 않지만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서, 한 번씩 볼 때마다 그 시절에 느꼈던 감정들과 이루었던 업적들이 떠오릅니다. 애착 물품에는 늘 추억이 담겨있기 마련입니다.



“Every object tells a story”

"모든 물건에는 그만의 사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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