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영도의 아들 중철

1부 황새 마을 사람들

by 박시룡

1#

중철은 영도의 외 아들이다. 중철은 황새가 그 마을에 살았던 것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중철이의 나이는 아버지가 일본군에 강제징용 갔을 때가 만 4살이었다. 그리고 그 황새는 아버지가 강제징용 간 후에도 줄곳 이 마을에 살았다.

그렇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72년 한국과 일본이 한 일 청구권 협약을 맺으면서 일본이 징용자 명단에 아버지 영도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중철은 일본 정부에다 내 아버지의 사망 원인을 알려 달라고 편지를 썼다.

돌아온 답은 ‘1945년 10월 23일 소남 남방 제1 병원에서 흉부 총상 사망’으로 적힌 회신이었다.

2006년 중철의 모습, 내가 만났을 중철은 모친을 나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그는 이 기록을 보고 복받쳐 울음이 터 저나 오고 말았다.


1945년 8월 15일은 우리나라가 일본에 해방된 날이기도 하지만, 함께 일본군으로 강제징용 간 한국 젊은이들이 귀국한 날이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은 감옥에 있던 중철의 아버지를 풀어주지 않고, 감옥에서 꺼내 끝내 총살을 시키고 말았다.

중철은 연합군에 의해 전쟁에 진 것도 모자라 강제 징용한 내 아버지를 죽인 일본의 만행에 너무 치가 떨렸다.


#2

1950년 6월 25일, 한국 전쟁이 터졌다.

황새 부부는 이 마을을 더 이상 찾지 않았다.

전쟁으로 황새가 둥지 틀고 살았던 나무들이 모두 쓰러졌기 때문이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예산 대술면 궐곡리 황새 고향 말고도 북한에 황해도 배천, 충북 진천과 음성에도 살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농경지에 황새들이 즐겨먹는 물고기, 뱀, 들쥐, 그리고 풀벌레까지 먹이가 아주 풍부했다.

또 황새들이 둥지 틀고 살았던 수령이 수백 년이 된 나무들도 동네마다 있었다.


학자들은 우리나라에서 황새의 멸종 원인이 농경지에 뿌려진 농약과 6.25 전쟁으로 황새 둥지 나무들이 폭격에 의해 사라졌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3

이십여 년이란 세월이 흐른 1971년 4월 1일 충북 음성군에서 마지막 황새 부부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혹시 내 아버지가 돌봤던 황새가 음성으로 간 게 아닐까?"

그도 그럴 것이 중철의 예산군 대술면 궐곡리 마을과 충북 음성은 그리고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90킬로 미터 남짓한 거리로 황새들이 한 번에 쉽게 날아갈 수 있는 거리였다.


그러나 마지막 황새 쌍이 발견된 지 3일 만에 숫 황새는 밀렵꾼의 총에 맞고 쓰러졌다.

암컷 혼자 살아 남아, 과부 황새로 불리면서 10여 년을 충북 음성군 생극면 관성리 마을에서 살다가 농약 중독으로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다.

1994년에 이 과부 황새마저 서울대공원 사육장 안에서 죽었다.

중철 아버지 영도의 사망 소식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살던 황새들은 모두 이렇게 사라졌다.


음성 황새.jpg 1971년 충북 음성군 생극면 관성리에 한반도 마지막 황새가 살았다. 밀렵꾼의 총에 우리나라는 야생의 번식 황새는 완전히 사라졌다.


#4

2015년 9월 3일은 우리나라에서 마지막 황새 쌍이 총탄에 사라진 이후 만 44년이 되는 해였다.

예산군 광시면 대리에서 황새들의 자연 복귀식이 거행된 날이었다.


이 소식에 가장 먼저 반겨야 할 사람은 중철의 모친 예순 씨였지만, 그때는 이미 남편이 돌아오리란 희망을 버리지 못한 채 저 세상으로 떠난 후였다. 예산군에서 황새 방사 식이 있던 날, 그날은 축제의 날이었다.


“어머니가 이 광경을 보셨다면 정말 아버지가 살아 돌아온 것처럼 기뻐했을 텐데....”

중철은 만감이 교차하는 심정으로 축제를 지켜봐야만 했다.

2015년 한반도 황새 야생 복귀식이 충남 예산군에서 거행되었다. 이때 10 개체의 황새들이 멸종 반세기 만에 자연으로 돌아갔다.

그 이듬해였다.

광시면 대리에서 약 16킬로미터 떨어진 대술면 궐곡리에서 황새 복원이 시작된 해는 예산군에서 황새 야생 복귀식이 있은 이듬해였다.


나는 중철의 집 근처에 13 미티 정도 높이의 인공둥지탑을 세우고 황새 1쌍을 방사시켰다.

그리고 황새 부부는 이 인공둥지 탑 위에서 번식에 들어갔다.


중철의 나이는 예순이 가까운 노인이 되었다. 그는 이 황새 부부의 지킴이로 자처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황새 부부를 각별히 돌봐 주었다는 이야기를 어머니로부터 늘 들어왔다.

황새 부부에게 이름을 지어주었어. 아버지 영도의 영자를 따서 수컷에게 ‘영황이’ 암컷은 어머니 순자를 따서 ‘순황이’로 이름을 지었다


영황이와 순황이도 옛날 황새들이 아버지를 알아본 것처럼 중철이도 알아봤다.

내가 가까이 가면 이 황새 부부는 둥지에서 한 참 멀리 달아났지만, 중철이가 부르면 금방 달려왔다.

영황이와 순황이는 중철이가 황새의 먹이터인 논에 농약을 뿌리지 않고, 미꾸라지와 붕어를 풀어넣어 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황새지킴이 노인.jpg 중철은 아버지 영도를 이어 황새 지킴이가 돼주었다.

#5

중철은 이 황새 부부가 자식들을 이토록 사랑하는 줄 몰랐다.

부부가 함께 둥지를 짓고, 알도 교대로 품고 , 작은 물고기를 잡아 새끼들에게 토해 먹이를 먹이고 있었다.

더운 날에는 날개를 활짝 펼쳐 햇볕도 가려주고, 또 부리로 물을 떠다 새끼들의 머리에 부어주기도 했다.


새끼를 돌보는 중에 가장 흥미롭던 사실은 중철이가 어려서 읽었던 이솝우화 가운데 ‘여우와 황새’ 이야기였다. 그 책을 보면 황새는 접시에 있는 물을 먹지 못하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실제 이 황새들은 그렇지 않았다.

물이 깊지 않은 개울가에서 다리를 옆으로 벌려 가슴을 최대로 낮추고, 부리를 수면과 수평으로 해 물을 떠 새끼들의 머리에 부어주었다.

마치 바가지로 물을 붓듯 새끼들의 머리에서 물이 흘러내렸다.


갓 태어난 새끼들에게 아주 신기한 모습도 있었다.

보통 제비나 참새 새끼가 태어나면 똥을 눌때, 똥구멍에 물방울 똥을 달고 있어, 어미 새가 이 똥을 부리로 물고 둥지 밖으로 버리는 것을 TV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영황과 순황 부부의 새끼들은 그렇지 않았다


새끼 똥싸기.jpg 갓 태어난 황새 새끼들은 절대 둥지 안에 똥을 누지 않았다. 엉덩이를 치켜들고 물총을 쏘듯 둥지 밖으로 버려졌다. 뜨거운 날, 어미는 개울가 물을 떠 새끼들의 머리에 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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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를 하늘 높이 치켜세우더니 공중으로 똥을 싸는 것이었다. 마치 우리가 물총을 쏘는 것처럼 새끼들의 물똥은 둥지 밖으로 멀리 버려졌다.

태어나자마자 걸을 수 없으니 둥지 난간까지 걸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한 2주 정도가 지났을까?

새끼들도 어미처럼 뒷거름질로 둥지 가장자리까지 걸어가 둥지 난간 밖으로 똥을 쌌다.

그렇니까 똥을 둥지 안에다 싼 적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참, 황새들은 청결과 위생에 대해 철저한 새구나!” 아니 갓 태어난 새끼까지 그런 위생관념은 어떻게 생겼을까? “


어느 날 중철은 내게 물어와 대답을 해줬다.

“알에서 깨어난 황새 새끼는 뱃속에 가스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래서 조금만 힘을 줘도 가스의 압력에 의해 똥이 물총 쏘듯 밖으로 버려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2주 정도 지나면 뱃속의 가스는 사라집니다. 그때는 당연히 뒤 거름 질로 걸어가 배설물을 둥지 가장자리 밖에다 싸는 거죠.”


#6

그런데,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대술면 궐곡리 마을 주민 간에 분쟁이 생겼다.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이 마을에 들어선다는 것이었다.

산업폐기물 매립지에 땅을 판 주민들과 매립을 반대하는 주민 간에 심한 갈등이 생겼다.

중철은 산업폐기물 매립 예정지가 아버지때 황새들이 먹이터로 이용했던 자연 습지였기 때문에 너무 화가 났다.


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황혼이 물든 어느 날 영황이가 산업폐기물 매립 예정지를 찾아 어떤 생각에 잠겼을까?

중철의 부친 영도가 돌봤던 황새들의 먹이터, 그게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황새들도 너무 기가 막혔을 것이다.


이 마을에 다시 겨울이 찾아왔다.

새끼 두 마리는 이미 어미 황새인 영황이와 순환이 곁을 떠났지만 영황이와 순황이는 중철의 보살핌에 이 마을에 그대로 남 있었다.

추운 겨울철에도 중철은 논물을 빼지 않고 물고기를 넣어주고 있었다.


영황이와 순황이의 겨울밤.jpg 이 마을에 눈이 내렸다. 황새 부부는 겨울철에도 이 마을올 지켰다.

다시 봄이 찾아왔다.

영황이가 열심히 둥지를 짓고 있을 때, 인공둥지 바닥의 철제 난간에

한쪽 부리가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황새들에게 부리가 부러진다는 것은 평생을 불구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새끼를 낳더라도 기를 수 없고, 먹이조차 스스로 먹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영황이는 10여 킬로미터 떨어진 황새공원의 인공사육시설로 옮겨지고 순환이 홀로 황새의 둥지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 중철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났다.

부리가 부러진 영황

일본군으로 징용 간 남편을 평생 기다리며 산 것처럼, 순황이도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지닌 건 아닌지! 그 해는 홀로 된 순황이를 볼 때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더욱더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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