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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筆과 墨의 세계 》정선, 김정희, 윤형근 3인의 거장

by 데일리아트 Feb 19. 2025

18세기 최고의 화가 겸재, 19세기 최고의 서예가 추사, 20세기 최고의 추상화가 윤형근
3월 22일까지, 갤러리 S2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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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전경


2025년, 갤러리 S2A는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세 거장을 한자리에 모았다. 18세기 최고의 화가 겸재, 19세기 최고의 서예가 추사, 20세기 최고의 추상화가 윤형근이다. 모두 다 장르도 다르고, 활동했던 시대도 다르지만 이들을 사람들은 이들은 당대 최고의 거장이라 부르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대치동 S2A에서 열리고 있는 '필(筆)과 묵(墨), 3인의 거장'전은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의 주선으로 미술관, 갤러리,개인소장 작품 40여 점을 한자리에 모은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정형화된 관념산수의 틀을 넘어 진경산수라는 새로운 회화의 길을 개척한 겸재 정선의 노년 명작 <연강임술첩>을 비롯하여 산수화, 화조영모화 등이 출품되며, 고전에 기초를 두면서도 새로운 서풍을 창안하여 독창적인 서예를 확립한 추사 김정희의 대련, 횡액, 시고, 간찰 작품들을 시대별, 형식별로 소개한다. 특히 추사의 간찰 39세(중년), 62세(제주 유배 시절), 71세(과천 시절) 등이 출품되어 추사체의 변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이들의 동양 미학과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윤형근의 추상미술도 두 거장의 작품과 함께 전시 된다. 윤형근의 장대한 조형 세계를 통해 그들이 남긴 예술적 업적을 다각도로 조망하고, 전통과 현대를 잇는 미학적 대화를 회화적 관계로 접근한다.


겸재 정선은 정형화된 관념산수의 틀을 넘어 진경산수라는 새로운 회화의 길을 개척한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화가라는 것은 누구라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겸재 정선_연강임술첩 우화등선_1742_ 종이에 수묵담채_ 95.7x34.5cm겸재 정선_연강임술첩 우화등선_1742_ 종이에 수묵담채_ 95.7x34.5cm


이번에 전시하는〈연강임술첩(漣江壬戌帖)〉은 임진강 우화정에서 배를 타고 타는 〈우화등선(羽化登船)〉과 웅연에서 닻을 내리는 〈웅연계람(熊淵繫纜)〉이며 발문은 이 그림을 그리게 된 경위를 겸재가 직접 썼다. 


"이해 10월 보름, 연천군수 신주백과 함께 관찰사 홍(경보)공을 모시고 우화정 아래에서 노닐었으니, 이는 소동파의 설당고사(雪堂故事)를 따른 것이다. 신주백은 관찰사의 명을 받아 부를 짓고 나는 또 그림으로 이어서 각각 집에 한 본씩 소장했다. 이를 〈연강임술첩〉이라 일컫는다. 양천현령 정선이 쓰다."


 경기도관찰사 홍경보가 경기 북부 삭녕 지역을 순시하고 연천으로 내려가는데 임진강에는 적벽이 있고, 또 때는 임술년(1742년) 10월 15일이었다. 이는 중국의 소동파가 지은 『후적벽부(後赤壁賦)』의 첫머리가 ‘이해 10월 15일(是歲十月之望)’로 시작하는 것과 같았다.


경기도 관찰사 홍경보는 소동파가 벗들과 적벽에서 뱃놀이를 하며  글을 지었듯이, 경기도 관내의 연천군수 신유한(申維翰)과 양천현령 겸재 정선을 임진강 적벽으로 불러 함께 뱃놀이를 하자는 것이다. 이를 기념하여 신유한은 시를 짓고, 겸재는 그림을 세 벌 그려 각기 나누어 가졌다. 이렇게 완성된 〈연강임술첩〉은 홍경보 소장본이 알려져 오다가 근래에 발견된 것이 여기에 출품된 겸재 소장본이다. 신유한 소장본은 아직 행방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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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겸재 정선_연강임술첩 표지와 발문_1742_ 종이에 먹_ 각 49.57x43.5cm


겸재는 파노라마식 화면 전개로 그려내 임진강 변의 풍광을 웅장한 진경산수화로 그렸다. 강변의 정자와 마을, 그리고 나룻배를 기다리는 사람, 횃불을 밝혀 든 사람, 강변에 정박한 배, 강변의 정자와 마을의 집 등을 세세히 묘사해 하나의 풍속화적 경관을 이루고 있으며 강렬하고 듬직한 필묵의 무게감이 감돌아 박진감 있는 진경산수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수송영지도(壽松靈芝圖)〉는 겸재의 필치가 무르익은 60대의 굳센 필획이 구사될 때 작품이다. 수령이 수백 년 된 소나무의 늠름한 자태를 그린 것으로, 겸재의 노송 표현의 특징 중 줄기에 풍상을 이겨낸 옹이 자국이 곳곳에 드러나 있고 가지는 아무렇게나 휘어 뻗으면서 조선 소나무의 굳센 생명력과 함께 흐드러진 자태의 멋을 보여주는 데 있다. 여기에 싱싱하게 자란 영지버섯을 곁들여 장수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기 때문에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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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사 김정희_대팽고회_1853_종이에 먹_각 30.5x120.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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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사 김정희_대팽고회_1853_종이에 먹_각 30.5x120.5cm 


추사 김정희의 작품도 여러 점 전시 된다. 추사의 글씨는 개성과 다양성을 지니며 필획의 구사를 통해 서예 본연의 추상적 성격을 깊이 탐구하고 발전시켰다. 추사는 옛 비문 글씨에서 유래한 예서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조형미를 서예에 구현하였다.


〈대팽고회(大烹高會)〉는 노년(67세)의 명작으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大烹豆腐瓜薑菜


高會夫妻兒女孫


두부와 오이 생강 나물을 크게 삶아


부부와 아들딸과 손자까지 다 모였네


이 대련의 글귀는 명말청초의 시인 오종잠(吳宗潛)이 『중추가연(中秋家宴)』을 읊은 시구로 청나라 『국조시화(國朝詩話)』에 실려 있는 명구를 추사가 옮긴 것이다. 간송미술관 소장으로 알려진 <대팽고회>는 김정희 생의 마지막 해에 쓴 작품으로 만년의 대표작으로 평가 받아왔다. 반면 이번 전시에 출품된 또 다른 <대팽고회>는 계축년(1853년) 추사 67세에 북청 귀양살이에서 돌아와 과천에 머물던 시기에 쓴 것으로 71세작과 달리 협서를 통해 글을 쓰게 된 계기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작품에는 추사의 발문이 적혀 있다.


"이신기 선생에게 이 대련이 있었다. 필의가 고상하고 단정하여 일반 서예가들의 격식에만 얽매인 글씨와는 달라, 하늘 밖까지 뛰쳐나갈 기상이 있었으니, 나의 졸렬함으로는 그것의 한두 가지도 모방하기 어려웠다. 계축년 봄 저지대의 농막에서 머무는데, 향기로운 풀이 힘차게 싹트고 온갖 나무엔 꽃이 다투어 피었다. 우연히 글씨가 쓰고 싶어지던 차에, 성립이 이 종이를 가지고 와서 글씨를 요구하기에 붓 가는 대로 써 보았다. 승설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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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사 김정희_반야심경(般若心經)_종이에 먹_28.2x26.6cm


불교에도 심취했던 추사가 스승으로 모신 담계(覃溪) 옹방강(翁方綱)의 서법으로 임서한 〈반야심경(般若心經)〉도 전시 된다.


 파격적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고 끝에 “담계 옹방강의 서법을 베껴 임서(臨書)하였으나, 그 필의(筆意)를 따랐을 뿐 감히 똑같기를 구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추사가 북경에 다녀온 뒤 한창 옹방강 서체를 따르던 시절의 작품이다. ‘시경재(詩境齋) 봄날(春日)’이라고 했는데, 예산 추사 고택 뒤편에 있는 화암사 절의 누마루에 시경루(詩境樓)가 걸려 있어 여기서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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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형근_Burnt Umber_1992_Oil on linen_226.8x181.5cm_ⓒ 윤성열. PKM 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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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형근_Umber-Blue_1975_Oil on linen_72x60.5cm


윤형근의 추상미술도 주목할만하다. 단색화의 대표주자인 윤형근 스스로 '천지문(天地門)'이라고 명명했던 작품 세계에 생애 많은 부문을 할애했다. 하늘의 청다색(Blue)과 땅의 암갈색(Umber)을 섞어 만든 검은색 물감을 큰 붓으로 내려그은 작품이다. 


윤형근은 1947년 서울대 미대에 입학하고  '국대안(국립대학교설립안) 반대운동'에 참여하며 제적된 후, 6·25전쟁 당시 보도연맹에 끌려가기도 했다. 1973년 숙명여고에서 교편을 잡았을 땐 권력자 자녀의 부정 입학을 따져 물었다가 고초를 겪기도 했다


윤형근은 동양 전통의 필획 조형미를 추구하며, 필과 묵을 최소화하여 최대한의 조형 효과를 이끌어내며 독특한 조형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의 작품은 선과 면으로 단순화된 구성을 특징으로 하며, 채색은 다색(암갈색)과 청색(군청색)이라는 단색조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미묘한 번짐 효과와 질감은 단순한 형식을 넘어 깊이와 아름다움을 창출하며, 동양적 미학이 가미된 순수 추상미술의 정수를 극대화하고 있다.


갤러리 S2A는?


글로벌세아 그룹 계열사인 세계 최대 의류제조 기업 세아상역㈜의 문화사업 공간으로, 2022년 개관 이후 아름다움의 본질적 가치를 미술의 영역으로 확장하여 이를 널리 알리고자 노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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