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푸르름 위로 비가 촉촉이 흩뿌려져 어린이들이 쑥쑥 자라야 하는 날에, 푸른 초록잎들만이 무성하게도 잘 자랄 것만 같았던 어린이날이었다.
어린이날은 짧고 어버이날은 길다.
같은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선생님의 외손주가 전화가 와서이러더란다.
" 할머니, 1년에 딱 하루 어린이날인데, 왜 내가 할머니 보러 가야 해? 할머니가 나를 만나러 와야지~!"
어린이날에 친할머니 댁에 가야 하는 손주의 귀여운 투정을 받아주며,
" 아마 ㅇㅇ 할머니가 어린이날 용돈 주시려고 오라고 했을 거야~"라고 잘 토닥여 줬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무릎을 탁 쳤다!
맞네! 그 말이 맞아. 1년에 단 하루뿐인 어린이날인데,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행사"에 함께 끼워 맞춰 다녀야 하는 게 억울한 게 당연하다. 추측건대, 올해 같은 연휴에, 어버이날이 월요일이니, 양가집 부모님들에겐 효도를, 아이들에겐 조부모님의 두둑한 용돈이 챙겨지는 일석이조, 일타쌍피를 생각하고 어린이날의 연휴의 계획을 세운 가정들이 꽤나 있었을 듯하다.
5월의 달력을 보라.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은 불과 3일 차이다.
특히 올해와 같이 금토일 연휴가 끼어 있다 싶으면, " 어른들", 특이 아들과 딸, 또는 며느리와 사위의 시선에서 바라보면, 어버이날의 양가집 행사를 두 탕을 뛰어야 하기에 아주 적합한 연휴가 아닐 리 없다. 물론 어린이가 있는 집에는 예외적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사춘기를 접해있는 초등학생 고학년이나 중학생 이상의 자녀를 둔 집은, 어린이날은 단지 그저 달력의 빨간 날인 것이고 이렇게 연휴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그저 '어른이'의 휴일과도 같은 것이다.
그런 시선으로 보자면, 아이들, 어린이들, 어린이티를 갓 벗어난 청소년들, 영원히 어린이 고픈 어른들에겐
여간 서운한 게 아니다.
요즘 같이 아이들이 귀한 세상, 단 하루 어린이날에 어른들의 효도에 이끌려 다녀야 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우리는 한 번이라도 헤아려 본 적이 있었던가. 여기서 나 또한 반성해 본다.
딸로서 며느리로서,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한 번에 퉁 치려고 했던 지난날의 나를 반성하며 고백해 본다.
화실 선생님이 외손주의 투정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고, 미안할 일이며, 오히려 똑똑한 손주분을 두셨다고
칭찬의 말을 전했다.
어린이날은 단 하루, 어버이날은 합치면 이틀 이상.
어린이날은 짧고, 어버이날은 길다.
어린이날은 한 개인의 평생에 10여 년, 어버이날은 개인의 최소 50년 이상이지 않을까.
그래서 말인데, 조금 뒤늦은 반성을 하며...
어린이날엔, 어버이날의 효도는 며칠 뒤로 하고 주변의 어린이들의 시선으로, 아이들을 조금 더 챙겨주는 후덕한 어른의 시선으로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