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외모와 이름
외모와 이름이 어울릴 수도 있고, 전혀 다른 뜻으로 사용될 수도 있지요. 사람도 그렇지요? 정감이 가는 이름도 있고, 세련된 느낌이 드는 이름도 있어요. 그래서 어울리는 이름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최순자 전통음식점'이 '최첨단 전통음식점'보다 더 잘 어울린다고 느낄 수도 있지요. 오늘은 그런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1. 돼지감자
돼지감자를 아시나요? 최근 혈당을 낮춰주는 효능 때문에 차로 달여먹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돼지감자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생강과 최근 비슷하게 생겼어요. 줄기에 열매가 맺는 것은 감자와 비슷하죠. 뚱딴지처럼 이곳저곳에서 마구 돋아 나와서 밭을 버린다고 하여 뚱딴지라고도 합니다.
사실 감자와 돼지감자, 고구마 등 작물들이 처음 유럽으로 전래되었을 때 뿌리 쪽에 열매가 맺는 것을 보고 악마의 작물이라고 부르면서 절대 먹으려 들지 않았어요.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감자가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고, 영양도 높아서 감자 보급을 하기를 원했지만 잘 안되었지요. 심지어 1774년 프러시아(Prussia)의 프리드리히 대왕(Friedrich II)이 기근을 맞아 감자를 심을 것을 명령했는데, 사람들은 “개조차 먹지 않으려는 것을 우리가 먹어야 한단 말입니까”라고 반대했다고 해요. 의식주에 대한 뿌리깊은 생각을 바꾸는 건 여간해서 잘 되지 않거든요.
그런데 왜 돼지감자라고 부를까요? 위에서 언급한대로 사람들은 돼지감자를 악마의 작물이기 때문에 사람은 못 먹고 돼지나 먹을 감자라는 의미로 부른 이름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돼지감자는 돼지의 외모와는 상관이 없고, 심지어 돼지 먹이로 사용되지도 않았지만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으로 돼지감자라고 부른거에요.
2. 하마와 코뿔소
동물학자들은 각 동물의 공통된 특징에 따라 동물들을 구분합니다. 우리가 예전 생물시간에 배웠던 종속과목강문개 식의 용어 도 이런 분류법에 따라 동물을 분류하는 거예요. 특히 4발 달린 포유류는 발굽의 수에 따라 '목'으로 구분하는데요, 기제목(Perissodactyla)과 우제목(even-toed ungulate)으로 나뉩니다. 4발 달린 포유류 중 기제목은 발굽이 홀수이고, 우제목은 발굽이 짝수인 입니다. 정식으로 구분하면 동물계 - 척삭동물문 - 포유강 - 기제목이 됩니다.
기제목의 대표는 말입니다. 경마장이나 승마장에서 말을 자세히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말의 발굽은 1개지요. 통굽입니다. 우제목의 대표는 소에요. 소의 발굽은 2개예요. 그래서 4발 달린 포유류의 구분에 따라 발굽이 홀수인 동물은 말과 더 가까운 분류이고, 짝수인 동물은 소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우제목을 소목이라고도 하고, 기제목을 말목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잘못된 거예요. 우제목에서 '우(偶)'는 소(우)가 아니라 짝수(우)입니다. 결혼한 상대를 의미하는 배우자(配偶者)나 수학에서 종종 등장하는 우함수(偶函數)에서 사용되는 말이에요. 기제목에서 '기(奇)'는 홀수를 의미합니다.
그럼 하마와 코뿔소의 발굽은 몇 개일까요? 고대 선조들이 발굽을 보고 이름을 짓지는 않았을 거에요. 생김새나 습성을 통해 우리에게 더 친숙한 말이나 소와 비슷한 점을 찾아 만들었겠지요. 아마도 하마는 말과 닮은 점이 있었을거고, 코뿔소는 소랑 더 가깝다고 여겼을 거에요.
코뿔소는 영어로 Rhinoceros인데 고대 그리스어로 Rhino는 코, ceros는 뿔이라는 뜻이에요. 서양식 이름에서는 '소'라는 의미는 없지요. 뿔을 가진 이름의 대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 중 하나인 트리케라톱스(Triceratops)에요. 트리케라톱스는 그리스어로 3개의 뿔이 있는 얼굴(tri + Cera + tops)이라는 뜻이입니다.
우리말로 옮겨지면서 소처럼 생긴 외형에 코에 뿔이 특징이니 코뿔소라고 지었을 거에요. 근데 딱 봐도 소처럼 생겨서 제가 이름 짓는 사람이었대도 코뿔소라고 이름 지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코뿔소는 발굽이 3개로 기제목이며 소보다는 말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동물 분류 상으로는 코뿔말이라고 해야겠죠?
자주 사용하는 각 나라별 숫자 1, 2, 3 단어
숫자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이자, 아라비아 숫자를 사용합니다. 모든 나라에서요. 하지만 각 숫자를 부르는 말은 나라별로 다른데, 여러 단어에 널리 조합되는 그리스 어원을 알아볼게요.
그리스어로 1은 mono에요. 유명한 게임이기도 한 monopoly는 독점 즉, 1명이 다 가져가는 거예요. 혼자서 연기하는 연극을 monolog라고 하지요. 라틴어로 1은 uno입니다. 뿔을 하나 가지고 있는 마법의 동물인 unicorn을 들어보셨지요? uno라는 카드 보드게임도 있지요.
그리스어로 2는 di 에요. 둘이서 하는 대화나 연극을 dialog라고 합니다. 라틴어로 2는 duo입니다. 결혼정보회사 중에 duo는 둘이 된다는 의미일 거예요. 2명이서 활동하는 그룹을 듀오라고도 하지요.
2개의 바퀴를 가진 자전거를 bicycle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0과 1만으로 계산하는 2진법을 binary라고 해요.
그리스어로 3은 tri입니다. 'triple(3배)', 'triangle(삼각형 또는 삼각형 모양의 악기)'에서 볼 수 있어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룡 중 하나인 트리케라톱스도 3개의 뿔을 가진 얼굴이라는 의미지요. 라틴어로 3은 tres인데, tri- 를 더 많이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하마는 어떨까요? 하마의 영어 이름은 hippopotamus입니다. 그리스어 hippo는 말을 의미하고, Potamus는 강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우리말로 옮길 때도 이런 의미를 그대로 받아서 河馬(물(하), 말(마)) 즉, 강에 사는 말로 불러요. 그러니 하마의 한자와 영어 이름의 의미는 '강에 사는 말'이라는 거죠. 동서양에서 모두 예전부터 하마를 말의 일종이라고 생각했었나 봐요.
하지만 실제로 하마의 발굽은 4개로 우제목이어서 소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하마는 오히려 그냥 봐도 소처럼 생기지 않았나요? 저만 그런가요? 사실 짧은 다리 때문에 돼지를 더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아무리 봐도 '말'처럼 느껴지지는 않네요. 그런데 하마가 달리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말'의 한 종류라고 느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마의 달리기 속도는 무려 50km/h 거든요. 까불다가 걸리면 정말 뼈도 못추릴 것 같네요.
하마에 대한 또 하나의 선입견은 '수영을 잘 한다'인데요. 사실 하마는 전혀 수영을 할 줄 모른다고 합니다. 하긴 저 무거운 녀석이 잘 뜰 수나 있을까요? 물속에서 땅을 딛고 걸어 다니는 걸 본 사람들이 하마는 ‘수영을 잘한다’니까 하마라고 불러야지'라고 오해를 한거에요. 하지만 하마는 수영을 못하는 대신 콧구멍이랑 귓구멍을 닫고 잠수하면 최대 5분까지 물속에서 버틸 수 있는 걸로 알려져 있어요.
그렇다면 얼룩말(zebra)은 어떨까요? 얼룩말도 말이 아닐까요? 얼룩말도 발굽이 하나니까 말이겠죠? 네. 맞습니다. 얼룩말은 말과 말속에 속하긴 해요. 하지만 DNA 분석을 해보면 말보다는 당나귀에 더 가깝다고 해요. 울음소리도 당나귀와 비슷한 개 짖는 소리를 낸다고 하지요. 참고로 얼룩말의 피부는 원래 검은색인데 흰색 털이 자라는 거예요.
얼룩말은 말처럼 빠르지만 오래 달리지 못하고 성질이 더러워 길들이기 어렵기 때문에 말 대신 사용하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얼룩말 기병대가 있었다면, 아프리카는 통일 국가였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아프리카 사람들이 길들여보려다 그 성질에 못 이겨 결국 포기했어요.
참고로, 돼지, 양, 염소, 낙타, 기린, 사슴 등 대부분의 4발 포유류들은 우제목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포유류는 발굽이 2개입니다. 하마가 특별하게 발굽이 4개에요. 바다의 포유류인 고래도 우제목입니다. 발굽이 퇴화되어 없지요. 원래는 2개가 있었을거라고 추측해요. 하지만 기재목은 사실상 말, 얼룩말, 당나귀, 코뿔소, 맥(tapir) 정도만이 살아남았어요.
맥은 좀처럼 보기 힘 특별한 친구인데, 멧돼지 정도의 크기에 코뿔소와 비슷한 체형을 가지고 있고, 코끼리를 닮은 머리 생김새와 코가 있는... 그러니까 한마디로 짐승들을 뒤죽박죽 섞어놓은 것 같은 기이한 모습의 짐승입니다. 그래서 사실 맥을 본 적 없는 사람에게 맥의 생김새를 설명하면 상상의 동물아니냐고 얘기할 수도 있어요. 마치 고대 유럽의 전설속 동물인 키메이라와 같거든요. 키메이라도 앞 모습은 사자, 뒤 부분은 뱀, 중간의 몸통은 불을 내뿜는 염소와 산양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거든요.
맥은 특이하게도 앞발의 발굽은 4개이고, 뒷발에는 3개의 발굽이 있어요. 맥은 실제하는 동물 중에 가장 원시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앞뒷발의 발굽의 개수가 다른 것도 이러한 특징 중에 하나라고 해요. 2천만년 전에도 살았다고 하는데 현대까지 거의 진화를 하지 않은 것으 추측을 하고 있어요.
3. 문어와 낙지
우리의 조상님들은 오래전부터 문어와 오징어를 매우 우대했어요. 문어(文漁, Octopus)는 글 쓰기를 좋아하는 민족이 부여할 수 있는 최고 영예의 이름을 가졌지요. 바로 '글 쓰는 물고기('라고 말이에요. 오징어(Squid)는 별주부전에서 정 7품 추서(문서 기록관)의 벼슬을 하고 있다는 점을 봐도 조상님들의 사랑을 알 수 있지요. 문어와 오징어가 물론 먹물을 사용하여 먹을 쓸 줄 아는 기특한 물고기이기 때문일거에요.
하지만 그건 낙지나 주꾸미도 마찬가지거든요. 그러니 상대적으로 크기 크고, 재빠르기 때문에 영리하다는 느낌이 있는 문어와 오징어를 좋아한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낙지(落地, small octopus)는 이미 불리는 이름부터 눈물 없이는 듣기 어려운 이름입니다. 낙지(落地)는 '땅에 떨어진 것'이라는 말이기 때문이죠. 주로 갯벌에서 잡히기 때문에 땅에 떨어진 것을 짓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이죠. 그러니 이름에 물고기나 동물의 명칭도 없이 그냥 낙지입니다. 조상님들이 문어와 오징어를 좋아하는 것에 비해 낙지는 작고, 볼품없는 것으로 취급했다는 것을 보면 낙지의 억울한 심정이 이해가 됩니다. 참고로 해외에서 엽기음식으로 통하는 세발낙지는 발이 세 개가 아니라 細(가늘(세))자를 써서 '가느다란 발을 가진 낙지'라는 말이에요.
낙지와 비슷하게 볼품없는 외모로 가치를 인정 못 받는 물고기도 있지요. 바로 주꾸미 꼴뚜기입니다. '망둥이가 뛰면 꼴뚜기도 뛴다.', '생선가게(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과 같은 속담에서도 비루하고, 격이 낮은 의미로 사용되지요. 참고로 10cm 이상의 대형 꼴뚜기를 따로 한치라고 부릅니다. 왜 오징어와 한치, 이제 구분하시겠지요? 주꾸미는 속담에서도 취급을 하지 않을 정도로 존잭감이 없습니다.
사실 문어, 오징어, 낙지, 주꾸미는 우리나라에서나 이렇게 자세하게 이름까지 붙여가며 분류하는 거예요. 서양에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문어는 octopus 지요. 라틴어로 octo는 8이라는 뜻이에요. 하지만 낙지는 small octopus, long legged octopus, common octopus와 같이 문어의 일종으로 부릅니다. 주꾸미도 a short arm octopus, webfoot octopus(물갈퀴가 달린 문어) 정도로 부르지요. 영어권에서도 낙지와 주꾸미는 비슷한 취급을 받네요.
오징어와 꼴뚜기도 마찬가지인데, 오징어를 squid라고 부른다면, 꼴뚜기는 a baby squid(or octopus)로 씁니다. 결국 문어, 낙지, 주꾸미, 꼴뚜기 모두 octopus의 한 종류라고 여기지요.
우리 주변에 외형과 이름이 달라, 또는 너무 똑같이 취급되는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