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도착 첫째 날에 현타를 맞다

쉽지 않은 호주 독립생활 1

by 륭짱

워홀러의 삶이란, 과연 유목민이랑 다를 바가 없었다. 일자리가 정해지지 않은 채 오다 보니 숨을 돌릴 공간 또한 퍽 마땅치 않았다. 나는 우선 한국인들이 많이 묵는 모 임시숙소를 6일만 예약을 했다.

그런데 이건 진짜 <임시>이다. 고로, 내가 그곳에 머무는 6일 동안에는 반드시 장기로 머물 숙소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물론, 연장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보통은 그 안에 집을 구해서 나가는 편이다)


한국에서는 부모님 집에 살며 편하게 지냈다. 일만 잘하면, 취직만 성공하면 꽤 괜찮은 삶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번듯한 직장 하나 없던 나에게 한국에서의 삶은 지루하며 초라했다. 나이는 하루하루 먹어가는데, 그럴듯한 직장도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호주로 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엄마의 사랑으로 덮인 감시를 피하고도 싶었고.



브리즈번 공항에 도착해 우버를 타고 임시숙소까지 갔다. 이제부터 혼자서 모든 걸 해야 하니 막막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드디어 <독립>이구나 하는 마음도 들었었다.


2층 침대가 3개 있는 총 6 베드실에 짐을 풀고 근처에서 장을 본 다음 점심을 만들어 먹었다. 정말 맛이 없어서 눈물이 날 뻔했지만... 뭐 어쩌겠는가 그냥 먹을 수밖에


왜냐면, 여긴 호주니까.

KakaoTalk_20250629_205105582_21.jpg (c)ryu


도착한 첫날부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걸 어떻게 호주에서 실현해 나갈지 등등 걱정과 고민거리가 한가득했다.

그런 생각으로 내가 만든 맛없는 음식들을 먹고 있으니 현타가 바로 왔다.


'아- 월급이 적더라도 그냥 편하게 한국에서 일할 걸 그랬나'

'호주까지 와서 이게 지금 뭐 하는 것일까'


등등


그런데 호주로 워홀 간다고 주변 사람들과 진하게 인사를 나눈 상태라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몹쓸 자존심이 여기서...


그래서 나는, 호주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우선 변화된 환경에 적응을 먼저 해보려고 했다. 그리고 평소와 다를 것 없이 똑같이 행동했으며, 루틴이 있으면 루틴을 따르고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지체 없이 좋아하는 것을 하도록 바로 실행에 옮겼다.


아침에 일어나 내가 좋아하는 초코 시리얼에 우유를 가득 부어 먹었고, 깔끔한 옷차림으로 밖에 나가 주변을 둘러보며 산책도 했다. 가끔씩은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카페에 가서 플랫화이트도 한잔 시켜 먹었다.


마치, 일상을 여행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랬더니 내내 불안한 마음이 조금씩 진정이 되었고 그제야 호주의 여유로운 모습과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그것도 내가 직접 만든) 때로는 많이 힘들었지만, 이 낯설고도 친절한 사람들에 조금씩 적응이 되어가기 시작한 나였다.



무엇이든지 하루아침에 잘 되는 법은 없다. 모든 일엔 시간이 걸리는 법이니까.

그런데 나는 그 시간을 참 아까워했던 것 같았다.


당연함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인정하는 것.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호주 워홀의 첫 시작임을 이제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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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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