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앞두고 벌어진 집주인과의 전쟁

3개월 전 이사 통보, 그런데 왜 집주인은 화를 냈을까?

by 넉참이 neokcham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으니 이제 남은 일은 다 매끄럽게 해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계약을 마치고 보니, 실제 이사 날짜까지는 무려 세 달이나 남아 있었다. 그래도 지금 살고 있는 집주인에게는 미리 알려두는 것이 예의일 것 같아, 간단히 이사 계획을 담은 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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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를 보낸 직후 “네”라는 짧은 답장이 왔다. 나는 그걸로 모든 게 정리된 줄 알았다. 그런데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자 집주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받자마자 들려온 목소리는 예상 밖으로 격앙되어 있었다.


“아니, 최근까지 나랑 얘기하면서는 이사 얘기 한마디도 없었잖아요. 그런데 왜 갑자기 나간다고 하는 겁니까? 계약은 분명히 2024년 11월 30일까지예요. 그러니까 그때까지만 살고 바로 나가세요!”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지난 몇 년간 나는 매년 11월마다 집주인과 묵시적 갱신을 이어왔다. 문자 한 통이나 짧은 통화로 “올해도 그대로 살겠다” 정도의 확인을 주고받는 식이었다. 그래서 당연히 지금도 같은 연장 계약이 유효하다고 생각했고, 법적으로도 임차인은 3개월 전에 통보만 하면 언제든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고 알고 있었다.


나는 침착하게 그 사실을 설명하려 했다. “법적으로는 묵시적 갱신일 경우 임차인이 3개월 전에 통보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도 못했다. 집주인은 거칠게 말을 끊으며 이렇게 쏟아냈다.


“어린 사람이 법을 뭘 안다고 그래요? 어디서 어른한테 법 운운해도 된다고 배워먹었습니까? 법은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에요. 지금까지 11월까지 사는 걸로 얘기했으니 그냥 11월까지만 살다가 나가세요!”


나는 더 말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집주인은 내가 반박하려는 순간마다 내 말을 끊고, 자기주장만 강하게 반복했다. 대화라기보다는 일방적인 호통에 가까웠다. 결국 아무런 결론 없이 전화는 집주인의 말로 그대로 끊겨버렸다.


전화를 내려놓고 나니, 억울함과 황당함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단순히 이사 날짜를 조율하려던 게, 순식간에 ‘법도 모르는 어린 세입자’라는 낙인을 찍히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법은 이랬다.

1. 계약서를 새로 쓰지 않는 이상, 전화&문자는 모두 '묵시적 갱신 계약'이다.
2. 묵시적 갱신 상태라면 임차인은 3개월 전에만 통보하면 언제든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3. 반대로 임대인이 퇴거를 요청하려면 최소 2개월 전에 알려야 한다.

하지만 집주인의 태도는 이런 사실과 전혀 달랐다. 당장 한 달 후에 나가라는 말까지 들으니, 앞으로 세 달 동안 머무를 곳을 또 찾아야 하나, 짐은 어디에 맡겨야 하나 걱정이 밀려왔다.


결국 나는 중개를 맡았던 두 부동산에 모두 상황을 알렸다. 현재 집을 소개해줬던 부동산은, 임차인이 3개월 전에 얘기했으면 임대인은 고맙다고 해야 할 상황이라며, 집주인과 잘 얘기해 보겠다고 했다. 새로 계약한 집의 부동산은, 어차피 보증금을 무사히 돌려받는 게 가장 중요하니 집주인을 잘 달래는 게 좋다는 조언을 했다.


나는 결국 집주인에게 먼저 사과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다음날, 집주인으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부동산과 이야기해 본 결과, 내가 나가려는 날짜에 맞춰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다행히 문제는 그렇게 정리됐다.


하지만 끝내 아쉬움은 남았다. 집주인은 자신이 법을 잘못 알고 있었다는 점도, 나에게 감정적으로 화를 낸 부분도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다. 계약 문제는 해결됐지만, 사람 사이에서 남는 감정은 결국 다른 문제라는 걸 새삼 느낀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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