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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넉참이 neokcham Nov 16. 2024

서울 생활의 첫걸음, 부산을 떠나다

서울 사람 되기

나는 부산에서 대학교의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1년 휴학을 했다. 거창한 계획 같은 건 없었고, 그냥 남들 다 해보는 휴학이라는 거, 나도 한번 해보고 싶었다. 그러다 아무 생각 없이 지원한 빅데이터 인턴 프로그램에 합격하여 휴학과 동시에 인턴 생활이 시작됐다. 그냥 인생 되는대로 살다가 졸업할 때가 다가오니 약간의 부담감이 생겼을까.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데이터 분석, 앱 개발, 디자인 등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그나마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해 보면서 주로 담당했던 일이 프로젝트를 관리하며 자료를 만드는 일이라서 기획자나 PM으로 직무를 정해볼까 생각하던 그때, 1년여 전 같이 멘토링 프로젝트를 했던 멘토님(지금 나의 상사이자, 이사님이시다!)께 뜬금없이 전화가 왔다. 너무 오랜만에 온 전화에, 인턴 생활을 하던 사무실에서 너무 놀라며 전화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사님께서는 회사에서 새로운 팀을 꾸리게 되셨고, 팀에서 기획 업무를 할 팀원을 뽑고 계시다고 했다. 이사님과 같이 프로젝트를 했던 시절, 내가 기획에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던 게 기억이 나서 나에게 전화를 했다고 하셨다. 그 당시엔 나도 가고 싶은 회사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있던 것도 아니어서 일단 경험을 쌓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에 남아 있는다고 해서 일자리를 빠르게 구할 것 같지도 않았다. 인턴 종료까지 2개월 정도 기간이 남아있긴 했지만, 중간에 취업을 할 경우 바로 종료할 수 있는 인턴 프로그램이라 회사에 인턴 종료를 알리고, 이사님 팀에서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바로 서류를 제출하고, 부산에 있는 나를 위해 (당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대였기도 해서) 온라인 면접을 본 후 빠르게 합격 소식까지 들었다. 갑작스럽게 취업을 했다는 사실에 부모님께서 놀라시긴 했지만, 나를 흔쾌히 서울로 보내주셨다. 그렇게 나는 합격 소식을 듣고 거의 2주 만에 23년 동안의 부산 생활을 정리하고, 짐을 싸서 서울로 향했다. 


집을 구하는 건 이사님께서 많이 도와주셨다. 업무 하게 될 사무실 건물에 기숙사형 오피스텔이 있다고 해서 급하게 부동산을 연결해 주셨고, 마침 비어있는 집이 있어서 집을 보지도 않고 바로 계약을 했다. 부동산 아저씨께 집 사진이라도 보여달라고 했지만, 그 집에 아직 누가 살고 있어서 사진을 못보여 준다고 했다. 사실 이 건물 오피스텔이 다 똑같은 구조라 다른 빈집의 사진을 미리 찍어둔 게 있을 텐데도, 그 부동산 아저씨는 끝까지 집 사진을 보여주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아무튼 집 컨디션도 확인하지 못한 채 집을 계약하게 됐다. 이 집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그리고 아무 노력 없이 단기에 구하게 된 집이라 별생각 없이 부동산에서 주는 대로 계약서를 쓰게 됐다. 이게 나에게 독이 될 줄도 모르고 말이다! 이렇게 나의 첫 서울 자취방은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45만 원인 깔끔한 기숙사형 오피스텔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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