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으로 이사하면서 한동안 좋은 카페 찾는 일에 많은 열정을 쏟았다.
새로운 공간을 준비하면서 많이 보는 것만큼 좋은 공부가 없었고, 아이들이 꽤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게 되면서 우리 부부에게도 시간이 조금 더 생겼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개인 카페를 선호하지만 서울에 있을 때는 프랜차이즈를 더 많이 갔다.
카카오톡 선물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이사를 하며 많은 관계가 축소되었다. 선물로 받은 쿠폰도 줄어들어 개인카페를 더 많이 갈 수 있게 되었다.
지방의 카페가 좋은 점은 카페의 공간이 여유롭다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다닥다닥 붙어있어 어느새 옆 테이블의 대화를 나도 모르게 듣게 되는 것과 달리 테이블 간격이 여유로웠다.
조금만 나가도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카페들도 많았다.
카페를 가면 주인의 취향을 느낄 수 있다.
일인이나 부부가 운영하는 카페일수록 그 취향은 더욱 확실해진다.
업체에 맡겨서 모든 공간을 꾸민 카페는 한두 번 가면 질리고 마는데 주인이 마음과 정성을 쏟은 공간은 확실히 다르다.
지금은 카페가 너무나 많고, 예쁘고 새로운 카페가 끊임없이 생겨난다.
한 번 갔던 카페를 또 갈 것인가, 새로운 곳을 가 볼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공간과 음식을 대하는 주인의 태도이다.
자신의 일에 어느 정도의 마음을 쏟는지가 공간에, 메뉴에 묻어 나온다.
또 가고 싶은 카페 세 군데를 소개해보려 한다.
첫 번째는 군산의 <포이제>이다.
처음에는 공간이 예뻐서 갔는데 음료를 먹어보고는 음료 때문에 또 가게 되었다.
메뉴를 정성스럽게 만들고, 공간도 항상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다. 작은 야외정원도 예쁘게 꾸며 두었다.
무뚝뚝한 남자 사장님이 직접 만드시는 우드 제품도 좋고, 갈 때마다 꽃병에 꽂혀있는 생화도 정성스러워서 좋다.
그곳에서 만드는 음료의 맛이 궁금해 다 먹어보고 싶어서 자주 갈 정도로 음료에 사장님의 진심이 느껴진다.
토마토 바질 에이드와 여러 종류의 라떼를 좋아한다.
자신의 일을 정말 즐기면서 하신다는 느낌을 받는다.
두 번째는 예산의 <화이트하우스>라는 곳인데 외관은 굉장히 허름해 보이고 주차장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
그런데 항상 가게 옆에 차들이 많았다. 주차하기가 힘들어 몇 번을 그냥 지나가다가 들어갔는데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오전 오픈 시간 조금 넘어갔는데 사람이 거의 꽉 차 있는 데다가 너무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예당저수지가 바로 옆에 있었는데 우리가 방문한 날, 테라스에 가장 좋은 자리가 비어있었다.
마치 외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메뉴도 정성스럽고 맛있었다.
남편은 그 자리에 앉을 수만 있다면 자신의 인생 1위 카페라고 얘기할 정도였다.
세 번째는 남해 여행 중에 갔던 다랭이 마을에 있는 <고운동 커피>이다.
주차가 굉장히 힘든 계단식 다랭이 마을에 위치해 있고 공간도 크지 않다.
들어갔을 때, 네 식구가 앉기에 조금 애매한 자리 밖에 없어 나갈까 고민하다가 너무 더워서 그냥 앉았는데 바로 앞 풍경이 동화 같았다.
다양한 종류의 들꽃들이 피어있고 나비가 날아다니는데 영화를 보는 것처럼 살짝 비현실적이었다.
밖은 엄청나게 더웠는데 너무 평화로워 보여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우아하신 사장님이 혼자서 운영했는데 손님이 많아 주문이 밀려있어도 사장님은 전혀 분주해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주문한 음료와 디저트를 받으러 갔는데 바쁜 와중에도 어떻게 먹는 게 좋은지 차분하게 설명해 주셨다.
거기다 모든 음료가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특히 흑임자라떼는 지금까지 먹었던 모든 흑임자 라떼 중에 최고였다.
창 밖에 센스 있는 조형물도 예뻤고 소품 하나하나 그 카페와 사장님과 참 잘 어울렸다.
거리만 가까웠다면 정말 자주 가고 싶은 카페였다.
언젠가 남해에 간다면 또 가야지.
아무리 바빠도 분주하지 않고 정성스럽게 일하시는 카페의 공간은 깨끗하고 정리도 잘 되어있다.
그런 곳에 갔을 때, 잘 왔다고, 또 오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